이명박 대통령의 ''대기업 때리기'' 발언으로 촉발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 문제가 올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반발하던 대기업들도 결국은 태도를 바꿔 중소기업과 상생을 모색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CBS는 대·중소기업 상생의 걸림돌은 과연 무엇인지 짚어 보고, 그 해법은 무엇인지 다섯 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대·중소기업 상생 시리즈] |
①대·중소기업 상생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②''친기업'' MB정부에서 대기업은 과실만 따먹어 ③불공정 하도급에 망해가는 중소건설업체 ④중소기업, ''글로벌'' 시장에서 길을 찾다 ⑤대·중소기업 상생, 해법은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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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상생(相生)''이 산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뒤 갖가지 방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정부는 지난 1일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한 뒤 이달 중 구체적인 상생 방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또 중소기업중앙회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머리를 맞댄 ''대·중소기업 거래질서 개선 태스크포스''는 불공정 거래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제도적 개선책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납품단가 후려치기'' 문제로, 이를 위해 제3자가 납품단가 협의조정을 신청하도록 하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중이다.
납품단가 조정협의가 지난해 4월부터 의무화되기는 했지만 약자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단가 조정을 요구하기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중소기업중앙회와 같은 제3자가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갑을 관계''가 엄격한 탓에 하도급업체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납품단가 문제 등을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제3자에 의해 문제제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납품단가 인하시, 그 입증책임을 대기업에 부여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 중소기업계 "일회성 대책으로는 안돼"그러나 갖가지 상생 방안에 대해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썩 달갑지 않다.
단가 조정협의의 신청권을 제3자에게 부여하는 방안의 경우도, 현실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서병문 부회장은 지난 5일 상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법에 의해 중앙회가 협상권을 행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단순히 협의만 하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제3자에 의한 조정 신청만 있을 뿐, 협상권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신청에 의한 협의가 개시된다고 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등하게 머리를 맞대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또 최근 개별 대기업이 쏟아내는 ▲1차 협력업체 확대 방안 ▲현금결제 비율 확대 방안 ▲기술 공유 방안 등도 임시방편적 미봉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중소기업중앙회 한 관계자는 "한때의 일회성 대책으로는 고질적 병폐를 고칠 수 없다"면서 "근본적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납품단가 연동제'' 등 근본적 변화 촉구이에 따라 이번 기회에 강력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원자재가의 상승률에 따라 납품단가도 함께 오르도록 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을 뿐 아니라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도 구체적으로 논의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반대 속에 정치권의 논의 과정에서 단가 ''연동제''는 ''조정협의 의무제''로 바뀌어 시행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지난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주장에 대해 정부 여당은 조정협의 의무제를 1년 정도 우선 시행해본 뒤 그 효과를 보자고 했다"며 "이제 조정협의제가 실효성 없음이 드러났기 때문에 연동제를 도입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에 따라 관련법 개정 절차에 나선 상태다.
또한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손해에 대해 그 피해액수의 3배를 대기업이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도 박선숙 의원 등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에 캠페인을 넘어선 근본적 변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재벌의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은 총수의 인식 변화나 캠페인 정도로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 총수가 아무리 상생을 강조해도, 실무진들은 납품단가를 낮추고 기술력을 빼앗아서라도 실적 올리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
김상조 소장은 이 때문에 "(불공정 거래가) 분명한 불법임이 인식돼야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