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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밖으로! 행군하라!'' 지도밖행군단 청소년 49명이 외치는 구호가 우렁차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회장 박종삼)이 지난 7월 27일부터 30일까지 3박4일간 제5기 세계시민학교 지도밖행군단을 열었다.
8대1의 경쟁률을 뚫고 모인 청소년들에게 이곳은 별천지나 다름없다. 여기서 입시,성적,영어,과외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아이들은 없다. 대신 4일간 공동체생활을 하면서 남과 소통하고 진심으로 마음 쓰는 법을 배우며 잠시나마 ''공부 스트레스''에서 해방돼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불평등 피구, 스타벅스와 함께 ''STOP CO2'' 재활용 환경 조형물 만들기, 버마 민주화 운동가 마웅저 씨와 떠나는 버마 여행, 5세 미만 아동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아동보건캠페인(Child Health Now) 관련 ''5'' 만들기 퍼포먼스, 7개 나라(몽골, 버마, 동티모르, 베트남, 케냐, 캄보디아, 네팔) 현지인 멘토와 함께 하는 나라별 여행 등 준비된 프로그램도 색다르다.
2007년 시작해 올해로 5회를 맞은 세계시민학교 지도밖행군단은 무한경쟁으로 감성이 메말라가는 청소년들을 환경,아동,빈곤 등 지구촌 문제를 책임있게 해결하는 세계시민으로 만드는데 목적이 있다.
◈ 물 부족 체험하고, 아동인권 고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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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지난 29일 물부족 일일체험과 아동노동 체험은 청소년들이 환경과 아동인권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하룻동안 한 조(청소년 7명+멘토 2명)에 제공된 물은 고작 2리터. 한국인 1인당 하루 평균 물사용량이 275.4리터(2008년 환경부 상하수도협회 자료)인 것을 감안하면 ''새 모이'' 만큼이다. 세수는 커녕 양치질만 겨우 할 수 있다. 따로 제공되는 설겆이 물도 충분치 않긴 마찬가지. 식사 후 자기가 먹은 식판을 직접 닦아야 하는데, 1.5리터 페트병에 든 물을 여럿이 나눠 써야 한다.
신기한 건 찜통더위에 목은 점점 타고 온몸이 끈적끈적하지만 누구 하나 얼굴을 찌푸리거나 불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식사 때 국,야채 등 수분섭취가 가능한 반찬으로 갈증을 달랬다. 청소년들은 "말로만 ''물을 아껴써야 한다''고 했을 땐 잘 와닿지 않았지만 실제 체험을 해보니까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한 목소리였다.
청소년들은 각각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제3세계 아동 노동자와 악덕 공장장으로 분해 아동노동을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괴한에 성폭력을 당해 목소리를 잃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9세 소녀, 콜탄 채취를 하다 미세먼지가 들어가 눈이 빨갛게 된 11세 소년, 카펫공장에서 일하다 한쪽 팔을 잃고 종이배 공장으로 팔려온 12세 소년….
15분 동안 종이배 60개를 만들어야 임금을 받을 수 있지만 아이들의 근로조건은 열악하다. 결국 주문량을 채우지 못했고, 체험을 마친 청소년들은 저마다 불만을 토로했다.
''한쪽 팔을 잃은 아이'' 역할카드를 뽑은 학생은 "나를 도와 주느라 옆 친구의 작업속도가 늦어져서 미안했다"고 했다. ''4살에 손가락이 마비된 아이''로 실제 한 손으로 종이배를 접은 또 다른 학생은 "열심히 일해도 노력한 대가를 못받는 부당한 근로조건인 것같다"고 했다. 청소년들은 제3세계 어린이의 노동 현실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꼈다.
월드비전 옹호사업팀 김경연 팀장은 "타문화 사람과 교류하려면 언어능력보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정작 ''청소년을 글로벌리더로 키우자''는 얘기는 많지만 언어능력 향상에만 집중하는 요즘 세태가 안타깝다"며 "학생들은 이번 캠프를 통해 ''영어만 잘하면 글로벌리더가 된다''는 환상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나와 다른 타자의 삶을 공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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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밖행군단 활동으로 ''타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비주류 집단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된 것도 청소년들에겐 큰 소득이다. ''반편견 역할극''이 그런 시간이었다.
역할극의 내용은 어느 학교 교실에서 러시아계 백인 학생이 비싼 볼펜을 도난당하자 친구들이 일제히 동남아 출신 다문화가정 아이 철수를 도둑으로 몰고간다는 것. 역할극에 참여한 한 학생은 "평소 ''동남아 아이들은 불쌍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같은 친구인데도 내가 우월하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그 아이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헛소문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한 적 있다"는 또 다른 학생은 "철수의 마음이 어땠을지 안다"며 울음을 터뜨렸고 친구들은 ''울지마~ 울지마~''를 외치며 우는 그를 다독거렸다.
통계청(2009년 3월)에 따르면 2008년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의 결혼은 총 36,204건이었다. 이중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이 28,163건에 달했는데, 중국(13,202건, 46.9%),베트남(8,282건, 29.4%) 국적 여성이 76.3%를 차지했다. 한국에 정착한 다문화가정 자녀는 103,484명이고 특히 만 6세미만이 61,700명으로 과반수(59.6%)를 훌쩍 넘는다.(2009년 5월, 행안부 자료) 이런 추세라면 20년 뒤 비주류 취급을 받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되레 주류로 자리잡을 것이다.
청소년들은 역할극을 통해 ''우리보다 피부색이 까맣고 못사는 나라''에 대해 뿌리깊은 차별의식을 갖고서 대놓고 ''편가르기''하는 어른들의 못된 습성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끼리'' 문화에서 벗어나 ''나와 다른'' 존재를 인정하는 성숙한 마음을 조금씩 채워나갔다.
김경연 팀장은 "청소년들이 정작 주변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못듣고 공감못하면 세계인들에게도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길 바란다. 일상의 영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청소년들이 맞춰입은 티쳐츠 뒷면엔 ''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문구가 새겨져있었다.
◈꿈을 키우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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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일을 잘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기회를 자신에게 주십시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
이 캠프에 참가한 49명의 청소년은 성별,학교,출신지,학년이 모두 제각각이다. 학년은 중1에서 고3까지 있고, 학교도 외교,대안학교,실업고,조선족학교 등이 골고루 섞여있다. 이렇듯 저마다 다르지만 지구촌 문제로 고민하고 얘기꽃을 피우면서 청소년들은 차츰차츰 하나가 되어갔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입시 얘기에서 벗어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꿈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고 참가하게 됐다"는 차예린(분당 내정중학교 1학년) 양은 "세계음식페스티벌에서 케냐 음식 ''짜파티''를 만들고, 현지인 멘토와 함께 그 나라 말과 노래를 배운 게 기억에 남는다"며 "세계문화를 연구하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 웃었다.
이예은(강릉 강일여고 3학년) 양은 "수능을 100여일 앞두고 있는 수험생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이 곳에 와서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어 좋다"고 했다. 이어 "버마 민주화 운동가 마웅저 씨 강연 덕분에 군사독재로 체제가 바뀌면서 버마로 불리던 나라 이름이 미얀마로 변경됐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 아동노동에 시달리느라 여행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 을 위해 관광코스를 개발하는 통역 가이드 및 관광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냈다.
김태화(대련시 조선족학교 2학년) 군은 "Where are you from? 프로그램에서 콜라, 종이컵 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진 게 흥미로웠다. 이번 캠프를 통해 환경보호활동가의 꿈이 구체화됐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번 캠프는 지도밖행군단 1~4기로 활동했던 학생들이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대거 참가한 점도 눈에 띈다.
제1기 지도밖행군단에 참여했던 백수정(21, 2학년) 양은 "당시 친구들과 마음 터놓고 울면서 얘기 나누던 경험을 후배들과 나누고 싶었다"며 "처음엔 서먹서먹 하지만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이 모여 화합하고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많은 걸 배워간다"고 했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는 김혜빈(22, 2학년) 양도 "고 3때 참가했던 이 캠프는 나의 진로와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 순간이 꿈을 향해 가는 길이므로 멈추지 말길 바란다. 내가 1기 때 느꼈던 가슴벅참, 감동, 설레임을 후배들도 똑같이 느끼는 것 같아 행복하고 보람있다. 내년에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사회는 획일성이 강조된다. 때문에 일정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루저'' 취급을 한다. 그러나 지도밖행군단에 참가한 학생들은 재능,성적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소중한 존재이고, 차별받지 않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조금은 깨달은 듯했다.
김경연 팀장은 "작년 캠프 때 ''세계에서 가장 큰 콘서트홀을 짓는 게 꿈''이라는 학생이 있었다. 그런데 캠프 마지막 날에는 이 꿈이 ''지구촌 오지마을에 아담한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걸로 바뀌어 있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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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다그치기만 할뿐 ''가슴 뛰는 꿈이 있니?''라고 묻진 않는다. 청소년들은 어릴 때부터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다. 성인이 되어도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몰라 방황하는 어른들이 많은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은 성적에 맞춰 꿈을 정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