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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행신동 서정마을의 서정초등학교. ''혁신학교''로 올 3월 개교한 이 학교를 찾은 지난 7일 오후는 유난히도 더웠다.
6학년 1반 교실에 들어섰을 때는 점심시간이 지난 뒤여서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 모습을 상상했는데, 멀리서부터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 교과서는 어디 있지?="거북이랑 뱀, 악어가 파충류야?" "여기 있는 동물들 중에서 비슷한 걸 찾아보자."
알고 보니 과학시간이었다. 그러나 여느 초등학교 수업 시간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동식물의 분류에 대해 지루하게 설명하는 선생님도, 하다못해 책상 위에 교과서도 없었다.
아이들은 고사리, 소나무, 북극곰, 강아지 사진들을 오리고 붙이며 자기만의 ''생물도감''을 만드는데 열중이었다.
곽정하(13) 양은 "교과서는 머리가 너무 아픈데 이걸 보면 확실히 공부가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전승범(13) 군도 "예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달달 외우기만 했는데 여기서는 활동을 많이 해서 이해가 더 잘 된다"고 거들었다.
이런 색다른 교과활동이 가능한 이유는 일반학교보다 2배나 많은 80분짜리 수업시간 때문이다.
80분을 연달아 수업하고 20분을 쉬는 이른바 ''블록타임제'' 덕분에 긴 호흡이 필요한 모둠활동이나 야외 체험학습이 가능하다.
4학년 노희주(11) 양은 "예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애들이 거의 손을 들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다르다.
바깥 활동도 더 많은데 예전 학교는 적어서 재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 교사들 잡무 부담 확 줄여=이 학교는 담임교사들의 잡무 부담을 확 줄였다.
복잡한 공문처리나 수업을 제외한 기타 업무들은 교감선생님 지휘 아래 교사 1명과 보조인력 2명 등 총 4명이 나누어 맡는다.
학교에 지원되는 혁신학교 운영비 1억 9000만원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이렇게 교사들의 잡무를 줄이는데 사용된다.
교사와 학생들 간 유대는 수업시간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교사와 아이들은 작은 텃밭을 가꾼다. 무와 시금치, 쑥갓 등을 심어놓고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며칠 전에는 직접 기른 무싹으로 반 전체가 비빔밥을 해서 먹었다.
◈ 학부모도 대만족=학부모들의 호응은 높은 편이다.
4학년 아이를 둔 강명옥(39) 씨는 "엄마들이 요구하기 전에 선생님들이 먼저 하시고 선생님들이 굉장히 열심히 하신다"며 만족해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애경(45) 씨도 "예전에는 가끔 (학교에) 가기 싫어했는데 지금은 재미없다는 소리는 안 한다"며 아이의 변화를 전했다.
이 모든 것이 ''혁신학교''의 성과다.
이우영 교장은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다"며 "인근 학교나 다른 지역에서 전학을 오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하루에 2~3통씩 꾸준히 걸려온다"고 귀띔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의 ''서울형 혁신학교'' 공약(총 300곳 설립)으로 경기도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상태다.
서정초를 비롯해 경기도 내에는 현재 초등 16개교와 중등 11개교, 고등 6개교 등 모두 33개의 혁신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시행 1년을 맞은 ''경기도형 혁신학교''가 곽 당선자의 서울 교육에 어떻게 접목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