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청 수사와 관련해 전직 국정원장 등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이번 주부터 검찰에 줄소환된다.
이학수 삼섬그룹 부회장은 9일 그리고 천용택 전 국정원장도 이번주 중반쯤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전직 국정원장 등 정재계 거물 검찰 줄소환
불법도청사건 수사가 3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 과거 문민정부는 물론 국민의 정부 말까지도 국정원이 국내 주요 인사들을 도청해온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수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도청테이프 유출 수사와 일부 공개된 테이프 내용을 근거로 참여연대가 고발한 삼성의 97년 대선자금 전달 의혹 부분과 함께 역대 정권의 도청행위 전반으로 수사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검찰은 이 때문에 기존의 공안2부에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과 새로운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방안 등을 놓고 내부 검토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범위가 넓어져 수사 인력 보강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특별수사본부같은 독립적 기구를 두는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력 충원하는 방안, 새로운 특별수사팀 꾸리는 방안 등 내부 검토 이번주에는 천용택 전 국정원장 등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들에 대한 줄소환이 예상된다. 먼저 전직 국정원장으로 소환대상에 오른 인물은 천용택 전 원장이다.
천 전 원장은 국민의 정부 2대 원장으로 99년 5월 원장에 부임해 같은해 12월에 전격 경질됐다. 당시 천 전 원장은 사석에 기자들에게 "DJ가 삼성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전격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전 원장은 또 재직시절 공운영 미림팀장이 도청테이프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보고를 받고 대책회의까지 열어 테이프 회수에 나섰고 이 가운데는 자신과 관련된 테이프 2개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천 전 원장을 이번 주 중반쯤 소환해 도청 내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정치권이나 외부에 유출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 차장을 지낸 오정소씨도 조만간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오씨는 지난 94년 6월 미림팀 재건 당시 대공정책 실장이었고 국내 담당 차장으로 승진한 뒤 공씨로 부터 주요 도청 내용을 직접 보고 받아 당시 청와대 이원종 민정수석과 김현철씨에게 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DJ가 삼성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말했다 경질 그러나 소환한다고 하더라도 입을 열지 않을 경우 수사 진행이 상당히 어렵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진상 규명 차원에서라도 소환 조사는 불가피해 보이는데 단순히 변명을 듣거나 아니면 국정원 조사 때처럼 입을 다물어 버릴 경우 수사 진척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궁 자료는 물론 사실관계를 입증할 물증이나 증언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 자체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문제는 내용"이라고 밝혀 고민의 일단을 내비쳤다.
형사처벌을 위해서라도 불법 도청 사실을 알고 있었다거나 도청 테이프나 문건 등을 외부로 빼돌렸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물증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환하더라도 입 열지 않는 한 수사 진행 어려워 이 때문에 증거 확보 차원에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도 고려하고 있다는데 실효성에 대해서는 일단 회의적인 쪽이 우세하다.
압수수색이라는게 수사 대상이 모르게 전격적으로 상대의 허를 찔러야 성과물도 있는 법인데, 국정원의 경우는 지난번 김승규 국정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의사도 있다고 밝히는 등 이제는 더 이상 숨기려고 해도 숨길게 없다는 입장이다.
또 국정원의 협조 없이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한다는 것도 검찰의 부담이다.
따라서 국정원의 협조는 받되 여의치 않을 경우 압수수색에 준하는 형식으로 국정원을 방문해 필요한 시설들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이는 방안이 우세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2년 정형근 의원이 폭로한 국원원 도청 파문 때도 이같은 방식이 적용됐다. 현재는 당시보다 더 숨길게 없다는 입장이어서 있는 자료를 숨기거나 파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국정원도 이미 밝혔지만 2002년 3월 이후에는 어떤 도청 활동도 없었고 관련 장비도 모두 폐기했다고 밝혀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이렇다 할 물증을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압수수색 통해 물증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도 9일 검찰에 나온다.
이에 따라 검찰이 도청테이프 내용 수사에 본격 착수한 걸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있으나 도청테이프 내용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검찰은 일단 참여연대의 고발건에 대해 피고발인 조사 차원이라고 밝혔다.
우선 도청테이프 유출과 관련해 구속왼 재미교포 박인회씨가 삼성측에 돈을 요구할 당시 처음 만난 것이 이 부회장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이 부회장을 상대로 참여연대가 고발한 97년 대선 전 100억대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협박부분에 대한 사실 관계는 이미 삼성측의 김모 변호사를 소환해 확인한 만큼 참여연대 고발 부분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소환이 사실상 도청테이프 내용 수사의 신호탄으로 풀이돼 검찰이 나머지 도청테이프 274개에 대한 전면 수사에 착수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BS사회부 박재석기자 pjs0864@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