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최근 판결에 따라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일명 ''현질''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줄어들 전망이지만 여전히 ''현질''은 게임회사의 약관에 따라 금지된 행위다.
그렇다면 누군가 게임을 하던 중 ''현질'' 등 불법행위를 이유로 게임계정이 압류됐다면 같은 게임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른 계정까지 압류하는 것도 정당할까.
서울고법 민사14부(최재형 부장판사)는 이같은 의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렸다.
아이템 현금거래나 자동사냥 프로그램(게임 케릭터가 자동으로 24시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한 불법프로그램)은 게임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심각한 불법행위이므로 같은 사람이 갖고 있는 다른 게임계정까지 압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니지'' 게임을 제공하는 NC소프트는 지난 2008년 초 아이템 현금거래를 하거나 금지된 사동사냥 프로그램을 이용한 불량이용자들의 계정에 대한 대규모 영구이용중지 조치를 내렸다.
게임계정이란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기 위해 부여되는 일종의 식별부호로 보통 한 주민등록번호당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리니지 게임 이용자 정모(33)씨는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갖고 있던 A계정이 영구정지됐는데 문제는 정씨가 전에도 같은 이유로 B,C계정에 대해 영구사용정지 조치를 받았다는 것이다.
NC소프트는 내부 운영정책에 따라 3개 이상의 계정이 제재조치를 받을 경우 이용자의 모든 계정에 대해서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결국 불법행위를 하지 않은 정씨의 나머지 계정 2개까지 압류됐다.
마찬가지로 최모(31)씨 역시 캐릭터 현금거래를 하고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삼진 아웃'' 당해 나머지 모든 계정에 대한 영구이용중지조치가 내려졌다.
두 사람은 멀쩡한 다른 계정까지 한꺼번에 압류한 것은 약관상 근거도 없고, 이를 규정한 운영정책 역시 불공정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NC소프트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자동사냥 프로그램은 게임 시스템을 와해시키고, 정상적인 이용자의 흥미를 떨어뜨리는데다 게임서버에 과부하를 가져오는 등 불법성의 정도가 중하고 게임 운영에 치명적 방해요소가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자들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시간 내 많은 아이템을 수집해 현금거래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자동사냥 프로그램은 어느 계정이 이용중지를 당해도 다른 계정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계정별로 제재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이용자의 모든 계정 이용제한이나 신규계정 생성금지와 같은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못박았다.
이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계정이 아니라 행위자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임약관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법원 관계자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다른 계정에 대해서도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내려진 판결"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