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삼성전자 노사가 가까스로 잠정 합의한 성과급 지급안을 두고 모바일, 가전 등 비반도체(DX) 사업 부문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DS) 부문 포상 중심으로 성과급 합의가 이뤄지다보니 DX 부문에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 제도를 다시 수립하라"는 성명까지 나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 DX 부문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 일동은 성명을 통해 "2026년 임금 및 성과급 잠정 합의안은 전사 임직원의 상생과 발전을 철저히 외면한 채 DX 부문 직원들에게 메울 수 없는 소외감과 상실감을 안겨줬다"고 밝혔다.
이들은 "DX 부문 노사협의회는 전 구성원의 분노를 모아 이번 부실 합의안에 대해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며 "그동안 직원들이 한 마음으로 요구해 온 실질적인 처우 개선안은 어디로 갔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안은 전사적인 상생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들을 완전히 무위로 돌렸다. 전체 조직의 균형은 안중에도 없이, 철저하게 특정 부문에만 치우친 기형적인 형태로 타결된 이번 합의는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합의가 이대로 확정된다면, 향후 DX 부문은 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거두더라도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만성적인 처우 후퇴를 받아들여야 하는 최악의 선례가 될 것"이라며 "사측과 노조는 지금이라도 DX 부문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즉각 시정하고, 후퇴한 전사적 안건들과 보상안을 전면 재검토해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이익에 부합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 제도를 다시 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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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와 근로자 위원이 참여하는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 출범 전까지 임금 인상률 등을 사실상 결정해 온 기구로, 그간 노조에선 이 기구의 대표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다. 해당 협의회에서 비판 성명이 나온 데 대해 DX 부문 쪽 관계자는 "기대했던 과반 노조가 가져온 결과가 노사협의회에도 못 미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부 불만이 고조되는 이유는 노사가 지난 20일 도출한 성과급 잠정 합의안을 그대로 따를 경우 DS 부문과 DX 부문의 성과급 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두 부문 모두 연봉의 50%로 상한을 둔 기존 성과급 제도는 유지되지만, 초호황을 맞은 DS 부문에는 상한이 없는 '특별경영성과급'이 추가됐다.
잠정 합의 내용을 토대로 연봉이 1억 원인 직원을 기준 삼아 추산했을 때 DS 부문의 예상 연간 영업이익 300조 원이 현실화 되면, 해당 부문 소속 메모리 사업부의 직원들은 올해 6억 원대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같은 부문 비메모리 적자 사업부 역시 2억 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은 성과주의 원칙을 강조하며 적자 사업부에 일정 수준의 지급률 제한을 두기로 했지만, 이 제한은 노조의 요구에 따라 내년으로 유예돼 올해 특히나 지급액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환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DX 부문은 흑자 사업부여도 성과급 최대치가 5천만 원(연봉의 50%)이다. 좋은 실적을 내 최대 성과급을 받아도, DS 부문 적자 사업부의 약 4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이는 사측도 우려했던 지점이지만, DS 부문에 지지 기반을 두고 적자 사업부까지 아우르려는 초기업노조와의 타협 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잠정 합의안에는 DX 부문에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불만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 사내망에는 DX 부문을 중심으로 격앙된 반응들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부터 잠정 합의안을 놓고 시작되는 노조원 찬반 투표와 관련해 부결 운동을 진행한다는 취지의 글도 올라왔다. 이 밖에 "이제라도 준법 투쟁이라는 걸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라는 제안부터 "얼마 전 (이재용) 회장님은 삼성은 하나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게시판을 채우고 있다.
찬반투표는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된다. 조합원 과반이 참여하고, 참여 조합원 과반이 찬성해야 합의안이 확정된다. 과반 노조인 초기업 노조 조합원 대부분이 DS부문 소속인 만큼 가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반발 중인 DX 부문 직원들의 결집 여부가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