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불과 1시간여 앞두고 지난 20일 극적으로 타결을 이룬 가운데, 막판 교섭을 직접 주재했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협상 타결의 비화를 밝히며 "사회적 성장통"으로 규정했다.
김 장관은 21일 오후 유튜브 채널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중앙노동위원회의 사전조정과 두 차례의 사후조정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며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대표기업이지만 오랫동안 무노조 기업이었기 때문에 노사관계에 밝지 못했고,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도 신생 노조라 상급단체가 없었다"고 협상 당시의 구조적 어려움을 설명했다.
특히 김 장관은 조율 과정에서 사측을 설득하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만일 노사가 각각 10%, 5%를 요구했다면 (그 중간인) 7.5%에서 어느 정도 타협을 볼 수 있는데 원칙과 원칙이 충돌하면 해결하기 어려운 법"이라며 "사측은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이 확고했다"고 전했다.
파국의 문턱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것은 고용노동부의 '시행 시기 유예' 중재안이었다.
김 장관은 사측의 경영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도라는 게 새롭게 도입되는 것인 만큼 법을 만들 때도 경과규정이 있고 준비기간을 두는 경우가 있다"며 "시행 시기를 유예하자고 제안했고, 다행히 그 지점에서 물꼬가 트였다"고 극적 타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왼쪽)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오른쪽). 집무실로 들어가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 연합뉴스그는 이 과정에서 "노사 양측이 모두 한발씩 양보했다"며 양측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합의는 행정기관의 강제적 조정이 아닌 노사 자율로 도출된 '잠정 합의안'으로, 공은 이제 조합원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노조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최종 수용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김 장관은 "보통의 임금교섭이면 공통으로 몇 퍼센트(%)를 올리는 문제이니 인상 수준을 두고 토론을 하는데, 이 사안은 차이가 나는 문제라 조정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조합원들을 향해 "한꺼번에 이뤄지는 일은 없다"며 "집행부는 집행부대로 마지막까지 생각했다는 점을 이해하고, 부족한 것은 다음에 또 채우자고 하면 어떨까 싶다"고 수용을 독려했다.
나아가 김 장관은 이번 삼성전자 분규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시대적 화두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전자 문제는 새로운 기술 혁신이 가져오는 많은 부가가치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가에 관해 우리 사회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의 이익분배와 외부와의 연대, 사회적으로 부가가치를 어떻게 고르게 가져갈 것인가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빠르게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향후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한편, 일각에서 이번 파업 위기의 책임이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에 대해 김 장관은 "형용모순"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직접 고용관계가 없더라도 간접고용이나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에 교섭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삼성전자 노조를 협력업체를 나몰라라 하는 귀족노조라고 비난하면서 노란봉투법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코미디"라며 구시대적 프레임 씌우기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