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 연합뉴스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이끄는 아스널이 22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왕좌를 탈환하며 마침내 '스승'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아스널은 20일(한국시간) 2위 맨시티가 본머스와 1-1로 비기면서 2025-2026시즌 EPL 우승을 최종 확정 지었다. 지도자 경력의 전반을 과르디올라 감독의 수석코치로 보냈던 아르테타 감독은 마침내 자신만의 색깔로 정상에 서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아르테타 감독은 2016년부터 3년간 맨시티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을 보좌하며 노하우를 흡수했다. 그러나 많은 지도자가 과르디올라의 전술을 모방하다 실패한 것과 달리, 아르테타 감독은 고강도 전방 압박과 공간 지배 등 스승의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실리축구'라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번 우승의 최대 원동력으로는 단연 리그 최강의 '철벽 수비'와 치명적인 '세트피스'가 꼽힌다. 37라운드가 종료된 기준 아스널은 단 26실점만을 허용했다. 리그 18개 팀 중 유일한 20점대 실점이자, 2위 맨시티보다도 7골이나 적은 수치다.
22년 만에 EPL 우승 확정 지은 아스널. 연합뉴스특히 시즌 경기의 절반 이상인 19경기에서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기록했다. 수비의 중심에는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윌리엄 살리바와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 중앙 수비 조합이 있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공식전 157경기에 동반 출전해 326골을 넣는 동안 단 139골만 내주는 압도적인 공수 밸런스를 자랑했다.
공격에서는 철저한 실리 축구로 재미를 봤다. 아스널은 올 시즌 전체 69골 중 코너킥으로만 EPL 역대 최다인 18골을 터뜨렸으며, 프리킥을 포함한 세트피스로 총 24골을 만들어냈다. 이는 2012-2013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기록을 넘어선 신기록이다. 1-0 승리도 8차례나 기록했다.
날카로운 세트피스 전술의 뒤에는 니콜라스 조베르 세트피스 전문 코치가 있었다. 조베르 코치는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정밀 분석해 장신 선수들의 헤더 찬스를 극대화하고 상대 골키퍼의 시야를 방해하는 세부 전술을 정립했다.
이러한 성공 뒤에는 긴 인내의 시간이 있었다. 2019년 아스널 지휘봉을 잡은 아르테타 감독은 첫 두 시즌 연속 리그 8위에 머물며 경질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위기를 넘긴 후에도 최근 세 시즌 연속 준우승에 그치자 아스널은 과감한 투자로 승부수를 던졌다.
데클런 라이스. 연합뉴스
2023년 여름 잉글랜드 역대 최고 이적료인 1억 5005만 파운드(약 2120억 원)에 영입한 데클런 라이스는 왕성한 활동량과 정교한 킥력, 강력한 리더십으로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특히 맨시티전 패배 이후 "아직 끝나지 않았어"라고 외친 라이스의 리더십은 선수단을 하나로 묶었다.
이에 더해 지난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에베레치 에제, 빅토르 요케레스, 마르틴 수비멘디 등 8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데 2억 5000만 파운드(약 5000억 원)를 추가로 투자했다.
아르테타 감독은 선수단의 심리 관리에도 탁월했다. 홈구장 라커룸 터널 덮개를 제거해 관중들의 함성이 선수들에게 다이렉트로 전달되도록 유도했고, 훈련장 벽에는 '함께 역사를 만든다'는 문구를 걸어 준우승의 관성을 깨뜨리고 우승 DNA를 심었다.
한편 통산 7번째 리그 우승이 무산된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후 "아스널의 우승을 축하한다. 미켈 감독과 코치진, 팬 모두에게 축하를 전하며 아스널은 우승할 자격이 충분했다"고 예우를 갖췄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맨시티를 떠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구단 회장과 먼저 상의한 뒤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