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의 사계'' 영상으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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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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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남 전시회 , 동 ·서양 고전 명화 영상으로 재해석

#신 몽유도원도

꿈에서 본 도화원을 수묵화로 그려낸 ''몽유도원도''가 영상작품으로 부활했다. 그 영상에는 특이한 바위봉우리가 푸르른 소나무를 두르고, 그 바위산과 바위산 사이, 폭포와 계곡에 물이 힘차게 흐르고 있다. 하얀 눈이 흠뻑 내려, 은세계로 변한 도화원을 만나볼 수 있다. 때로는 도화원이 맥도널드,빕스,삼성 등의 상표를 내건 고층건물들이 즐비한 도시로 변모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꿈이 아니라 가상세계를 시각적 현실로 생생하게 펼쳐보이고 있다. 우리는 중국 도연맹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안평대군과 안견의 시대를 거쳐 현대도시에 이르기까지, 가상세계의 이상향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작가 이이남의 영상작품 ''신 몽유도원도'' 덕분이다.

이이남

 

얼마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본 덴리데 소장 ''몽유도원도'' 전시가 있었다. 그 때 관람객들이 몰려, 5-6시간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 때 관람을 놓친 분들은 학고재 갤러리에서 이이남의 ''신 몽유도원도''로 아쉬움을 달래도 좋을 것이다. 150인치 대형 화면에서 펼쳐지는,이상향의 향연. 그 8분 동안은 특이한 경험이 될 것이다. 그 진기(珍技)가 진기(珍奇)할 뿐이다.

#신 박연폭포



학고재 신관 지하1층에서 신몽유도원도를 감상하고 있는 동안, 등 뒤에서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우두두두~ 들려온다.이이남의 영상작품 ''신 박연폭포''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이 작품은 지하 1층에서 지하2층까지 터진 벽면에 설치되었다.1.2m 화면 6개를 연결해 만든 7.2m 작품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폭포 끝자락에 옥빛 연못이 아득히 보이고, 위로 쳐다보면 폭포가 시작되는 곳이 하늘에 닿아있는 듯하다. 일자로 쭉 내려 꽂히는 폭포 줄기는 하얀 비단 실오라기 다발이 하늘에 매달려 미세하게 하늘거리고 있는 듯하다. 폭포 끝자락은 하얀 포말이 용트림을 하듯 솟아 올랐다가,살강거리는 옥빛 연못에 잦아든다. 스트레스 해소엔 제격이다. 인왕산 단풍을 바라보며 삼청동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거쳐, 학고재의 박연폭포를 본다면 어지간한 스트레스는 확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영상작품 ''인왕제색도''와 지금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든 인왕산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 겸재 정선과 세잔의 만남



겸재 정선(1676~1759)과 세잔(1839-1906)의 화법은 많이 닮았다. 풍경을 그릴 때 내면의 느낌을 담아 표현한 점이 그렇다. 동서양을 떠나 예술의 대가끼리는 통하는 모양이다. 명지대 이태호 교수는 두 화가의 공통점에 대해 학술적으로 규명하는 글을 낸 바 있다(2002년 월간미술).겸재 정선이 세잔보다 시기적으로 150년 앞서 있어, 우리 예술에 자부심이 느껴진다. 이이남은 영상작품 ''겸재 정선과 세잔''(6분 분량)에서 두 화가의 작품을 영상으로 오버랩시켜 비교하고 있다. 여러가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고, 미술공부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이와 비슷한 영상작품으로 ''소치와 모네''가 있다. 이 역시 동양 수묵화와 서양 유화를 한 영상에 담아, 두 작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이남표 조폐공사, 5만원 신권 ''조희룡의 매월도''

5만원 신권에 등장하는 ''조희룡의 매월도''(4분짜리)를 영상으로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달이 떠오르는 시간대별로 매화의 그윽한 정취를 느껴볼 수 있고,눈이 내려 매화가지에 점차 쌓여가는 그 멋스러운 장면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이이남표조폐공사'' 자막은 익살스럽다. 위조지폐를 만들려면 이 정도는 해야 시비거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영상작품 ''클림트 키스'', ''창문살에 비친 달항아리'', ''8폭 병풍''도 각기 느낌이 좋다. ''클림트 키스''에서 관능적인 색상의 무늬들이 끝에 가서 물결처럼 일렁이며 뒤섞이는 화면은 불꽃같은 욕망과 격랑의 흥분을 고스란히 표현해내고 있다. 포르노는 식상하지만, 이 작품은 그 이상의 매력이 있다. 그래서 예술이다. ''8폭 병풍''에서는 참새, 박새, 뱁새들이 이 나무 저가지, 갈대 줄기를 날아다니며 고개짓을 하는 모습이 생동감 있고, 앙증맞다.''창문살에 비친 달항아리''는 시골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반투명의 창호지문 사이로,누님같이 포근한 달항아리가 비친다. ''ㅁ''자가 배열된 문살은 동그란 달항아리와 조화를 이루고, 창문 밖으로 소리없이 내리는 하얀 눈은 명상과 고요의 세계로 이끈다.

이이남의 전시회<사이에 스며들다="">는 동양과 서양의 고전 명화를 재해석한 작품 40여점을 비디오와 프린트 두가지 방법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담배 피우는 고흐'', ''고사관수도'', ''금강전도'', ''신 단발령망금강'',''신 우는 소녀'', ''신 마를린 먼로''등을 볼수 있다.

#작가 이이남은 1969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연이 아름다운 시골에서 자란 것을 감사히 여긴다. 청년시절 고된 농사일을 거들 때는 힘들게 느꼈지만, 그에게 고향 담양의 산수풍경은 예술적 정서의 뿌리이자 작품창작의 자양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백남준을 사표로 모신다. 백남준의 순수한 예술정신, 그리고 새로운 미디어가 나왔을 때 과감한 실험정신은 가장 본받을 점이라고 이이남은 말했다.

전시기간:11.18-12.23
전시장소:학고재 갤러리 전관
문의:02-739-49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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