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오는 21일 예정된 총파업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협상으로 여겨지는 삼성전자 노사 간의 2차 사후조정이 19일까지 이틀 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회의를 진행 중이다.
직접 조정위원으로 나선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교섭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 노사의) 사후조정을 내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오전에)기본적인 입장만 들었다"며 "(오후부터는 노사에서) 안을 가져올 것"고 설명했다. 또 "(오늘은) 오후 7시까지 하고 (이후 사후조정은) 내일 오전 10시에 다시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이 나오기 직전인 오전 11시 45분쯤엔 최승호 초기업 노조위원장이 오전 교섭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왔다. 최 위원장은 "점심 먹으러 간다"는 말 외에 '오전 교섭 분위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를 아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답변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목전에 두고 협상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이어서, 이날부터 이틀 간 이뤄질 2차 사후 조정회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날 사측이 정부의 긴급조정권 압박을 등에 업고 제시안을 후퇴시킨 데 이어, 당일 법원의 쟁의행위 제동과 대통령의 경고성 메시지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노조에 대한 압박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앞서 지난 12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은 반도체(DS)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 1위 달성 시 특별포상으로 영업이익의 12%를 부문 공통과 사업부에 7대 3으로 배분하고, 이를 2026년 이후 유사 성과 달성 시 지속 적용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17일 사측이 내놓은 안은 DS 부문 영업이익이 200조 원 이상일 때만 영업이익의 9에서 10%를 6대 4로 배분하고, 적용 기간도 3년 유지 후 재논의하자는 안으로 바뀌었다. 노조 측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시사로 사측이 고압적인 태도로 돌아서며 교섭안을 후퇴시켰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차 사후조정이 열린 이날 법원의 결정이 나오면서 노조의 파업 동력은 치명타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법 민사31부는 이날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채무자들은 쟁의행위 기간 중 안전보호시설이 평상시(평일 또는 주말·휴일)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로써 유지·운영되는 것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거나 소속 조합원들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또한 재판부는 "채권자가 보안 작업으로 주장하는 작업시설 손상 방지 작업,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이 쟁의행위 전 평상시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 규모, 주의의무로써 수행되는 것을 방해하거나 소속 조합원들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초기업노조와 위원장에 대한 시설 점거 및 출입 방해 행위까지 금지되면서, 사실상 노조가 핵심 무기로 삼았던 생산 라인 타격 등 파업 방식에 일부 법적 족쇄가 채워졌다.
노조 지도부는 내부에서도 압박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조합원 5명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노바는 초기업노조 집행부가 총회 의결 없이 설문조사만으로 교섭 요구안을 정하는 등 규약을 위반했다며 임금 및 단체 교섭 중지 가처분을 수원지법에 접수했다.
교섭권을 쥔 DS 부문 중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됐다는 DX 부문 조합원들의 불만이 법적 대응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정치권의 기류마저 노조에 싸늘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조의 과도한 실력 행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기업 경영권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되어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파업에 대한 정부의 '긴급조정권'을 시사하듯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라고 했다.
여야 정치권 또한 한 목소리로 파업을 만류하고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하면 국민이 분노한다. 파업을 절대 안 해야 한다"며 "모든 사회운동은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 민심을 버리면 함께할 수 없고 승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인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CBS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삼성전자 노조는 지금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국민 여론을 외면하면서 갈 수 없다"며 "아무리 작은 노조도 국민의 응원과 박수를 받으면 협상에서 우위에 서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본인들이 법적 파업 절차를 다 지켰더라도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삼성전자 파업은 우리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중지하고 즉각 파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