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무투표 당선' 투표도 없이 끝나는 광주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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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광주전남 무투표 당선 80명…79명이 민주당
공천장이 당선증 되는 구조, 지역 정치 경쟁·검증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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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 무투표 당선자가 80명에 달하면서 민주당 독점 구조와 유권자 선택권 박탈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최종 집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광주전남 무투표 당선자는 모두 80명이다.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63명보다 17명 늘었다.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무투표 당선자 80명 가운데 79명, 98.8%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다른 정당에서는 진보당 김명숙 광주 광산구의원 후보 한 명뿐이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 후보와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 후보가 각각 단독 등록해 무투표 당선이 결정됐다. 전국 기초단체장 무투표 당선 3곳 가운데 2곳이 광주에서 나온 셈이다. 유권자가 투표장에 가기도 전에 구청장이 결정된 것이다.

문제는 기초단체장에 그치지 않는다.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광주 5명, 전남 29명 등 모두 34명이 경쟁 없이 당선권에 들었다. 기초의원 지역구에서도 선출 정수만큼만 후보가 등록해 20명이 무투표 당선됐고, 기초의원 비례대표에서도 24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결국 단체장부터 지방의원까지 적지 않은 선거가 유권자의 선택을 거치지 않은 채 끝난 셈이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살림을 맡길 사람을 뽑는 선거다. 그런데 후보 비교도, 정책 토론도, 본선 검증도 없이 당선자가 정해지는 선거가 반복되고 있다.

물론 광주 시민들이 민주당을 지지해온 역사와 이유는 분명하다. 5·18민주화운동 이후 광주 정치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이 갖는 상징성과 정서적 기반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문제는 민주당 지지 자체가 아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정당 선택의 관성이 굳어지고, 공천장이 곧 당선증이 되는 정치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후보들이 시민보다 당내 경선과 공천권자를 더 의식할 수밖에 없다. 본선 경쟁이 사라지면 공약 검증은 약해지고, 후보 간 정책 비교도 어려워진다. 유권자는 투표장에서 선택하는 주권자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결과를 지켜보는 관객으로 밀려난다.

특히 민주당 단수공천 후보가 본선에서도 경쟁 후보 없이 무투표 당선되는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당내 경선마저 생략됐다면 당원 검증과 유권자 검증을 모두 거치지 않은 채 당의 결정만으로 공직에 진출하게 된다. 주민의 선택보다 정당 내부 결정이 앞서는 구조다.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지방의원은 집행부를 견제하고 예산을 감시해야 한다. 하지만 경쟁 없이 당선된 의원들이 늘어날수록 의회의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견제와 감시보다 당내 질서와 조직 논리가 앞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후보 등록 결과를 보면 광주전남 전체 등록 후보는 민주당이 447명으로 가장 많았다. 무소속 144명, 조국혁신당 84명, 진보당 68명, 국민의힘 12명, 정의당 12명, 기본소득당 7명, 개혁신당 2명, 자유와혁신 1명 순이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진보 야권 후보는 이전보다 늘었지만, 국민의힘이 다수 선거구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상당수 지역에서는 민주당과의 본선 경쟁 구도조차 형성되지 못했다.

정치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공천 경쟁뿐이다. 주민을 향한 경쟁보다 당내 줄서기와 조직 관리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 지방정치는 지역발전의 동력이 아니라 기득권 재생산의 통로로 전락할 수 있다.

지역발전은 특정 정당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에서 나오지 않는다. 경쟁과 검증, 견제와 책임이 살아 있을 때 지방정치도 긴장하고 행정도 움직인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광주의 정치적 선택이었다면, 이제는 민주당 후보들까지 제대로 경쟁시키고 검증하는 것이 광주 정치의 다음 과제가 되고 있다.

중대선거구 확대나 무투표 당선 방지 제도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중대선거구제가 시범 도입된 광주 일부 선거구는 전체 지역구 평균을 웃도는 경쟁률을 보였다. 제도 변화가 정치 다양성을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대목이다.

무투표 당선은 후보에게는 편한 길일 수 있다. 하지만 유권자에게는 선택권을 빼앗긴 선거다. 투표도 없이 끝나는 지방선거가 늘어날수록 지방자치의 의미는 그만큼 퇴색될 수밖에 없다.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광주전남 무투표 당선자 80명 가운데 79명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며 "민주당 독점 구조가 지역 정치의 경쟁과 검증을 약화시키고 있는 만큼, 유권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제도적·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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