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쫓기던 서울살이 '로그아웃'…파도와 가족이 있는 로컬 '로그인'[영상]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편집자 주

최근까지 추진된 '행정통합'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 '작은 지역'의 존재 이유와 방향성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된 거대화의 흐름 속에서, 작은 지역들은 도리어 흡수와 소멸을 걱정해야 했다. 행정통합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가운데, 지역의 가치를 어떻게 보존할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있다.
대전CBS는 위기의 동네로 불리는 작은 지역에서 단단히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작은 지역'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이 지역들이 앞으로 어떻게 다뤄져야 할지 모색해본다.

[인구감소지역의 재발견②]

▶ 글 싣는 순서
① "농촌이 쉼터라고요? 제겐 최고의 '사업 무대'입니다"
② 쫓기던 서울살이 '로그아웃'…파도와 가족이 있는 로컬 '로그인'
(계속)



복잡한 대도시를 벗어나면 문화생활과 삶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짐작은 흔한 편견이다.

충남 보령에서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서원상 대표의 일상은 이 편견을 보기 좋게 깨뜨린다. 한때 "서울에서 살고 싶어" 서울로 향했던 그는, 지금은 지역에서 그가 꿈꾸던 일상과 좀 더 가까워졌다고 했다.

서원상 대표의 스마트팜 전경. 과거 대기업에서 냉장고 연구 개발을 담당했던 서 대표는 작물을 키우는 스마트팜이 마치 '거대한 냉장고'와 같아보였다고 한다. 김정남 기자서원상 대표의 스마트팜 전경. 과거 대기업에서 냉장고 연구 개발을 담당했던 서 대표는 작물을 키우는 스마트팜이 마치 '거대한 냉장고'와 같아보였다고 한다. 김정남 기자

냉장고 연구원, 보령에 '거대한 냉장고'를 세우다

서원상 대표는 과거 대기업에서 냉장고 연구 개발을 담당했던 연구원이다.

그의 눈에 작물을 키우는 스마트팜은 마치 '거대한 냉장고'와 같아보였다고 한다.

"냉장고도 음식물이 안 상하거나 오래 유지되려면 온도와 습도를 균일하게 가져가야 하거든요. 스마트팜도 작물이 동일한 환경에서 커야지만 균일하게 클 수가 있고, 그게 온·습도와 다 관련이 있어요. 저는 영농 경험이 없는 순수 창업농이었지만 스마트팜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좀 빨랐던 것 같아요."

온도와 습도를 균일하게 유지해야 하는 열역학의 원리가 농장 제어 체계와 맞닿아있었기에, 그는 남들보다 빠르게 온실의 구조를 이해하고 다룰 수 있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그가 선택한 작물은 의외로 농업인들이 가장 기피한다는 '오이'였다. 파프리카나 토마토 등과 달리 매일 수확해야 하는 오이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 모두가 꺼리는 작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 대표는 남들이 피하는 그 고된 노동량을 '경쟁력'으로서 활용했다. 매일 쉴 틈 없이 일해야 하는 탓에 일터 이름도 '괴물처럼 일하자'는 뜻을 담아 지었다.

서원상 대표의 사무실에 있는 자녀의 그림. 서 대표의 자녀도, 서 대표도 '행복'을 말했다. 김정남 기자서원상 대표의 사무실에 있는 자녀의 그림. 서 대표의 자녀도, 서 대표도 '행복'을 말했다. 김정남 기자

"문화·교육 소외? 보령서 두 마리 토끼 잡았어요"

창업을 준비하며 그는 과감히 당시만 해도 스마트팜이 전무했던 보령을 택했다.

기반 시설이 없는 곳이 오히려 자신만의 차별화된 사업을 펼치고 지자체의 지원을 이끌어내기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그의 삶이 온실 속 일터에만 갇혀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보령은 삶의 질 측면에서 그에게 완벽한 만족감을 줬다. 시내와 농장 간 거리가 차로 10분 남짓으로 멀지 않은데다 바다와 매달 열리는 지역 축제가 일상을 풍요롭게 채운다.

서울에 살 때는 정작 팍팍한 일상 탓에 보지 못했던 뮤지컬과 연극도 보령에서 꾸준히 즐기고 있다.

아이들 또한 승마, 수영, 요트, 관현악단 활동 등 지자체가 제공하는 풍성한 교육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보령행을 반대했던 아내로부터 반 년 뒤 "진작 올 걸 그랬다"는 말을 들었다며 서 대표는 웃어보였다.

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이미지

"잘 사는 모습이 곧 해법"…길잡이가 되다

서 대표는 온실 안에서 혼자 성공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귀농을 꿈꾸는 또래 청년들의 든든한 길잡이를 자처하고 있다.

기자가 서 대표를 만나기 위해 그의 스마트팜을 찾았을 때, 주변에는 10여 명이 정착을 준비하며 새로운 온실을 짓고 있었다.

"제가 했던 경험이 있으니까 이런 부분을 좀 알려주고 하면 그 친구들이 저보다는 빠르게 정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돕기 시작한 거거든요. 그리고 그런 청년들이 모여 단지를 이루고 하면 그것 자체가 저는 하나의 모델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농촌에서도 이렇게 청년들이 모여서 살 수 있구나라는 걸 보여주면 그걸 사례로 해서 많은 지역에서 새롭게 만들고 고도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어요."

서 대표는 지역에서 '즐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 지방의 매력을 다 말하지 않는다. 지역에서도 치열함과 여유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이라도 '돈을 벌 수 있는' 기반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사람은 모입니다. 그게 지금 저희가 하는 역할 같거든요. 저희가 그걸 보여준다면, 인구감소지역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정책이 쏟아진다. 하지만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해법은, 결국 이곳에서 '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서원상 대표는 대도시에서의 삶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지방에서 사는 것도 삶의 한 가지 방법"이라고 서 대표는 말하고, 몸소 보여주고 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