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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복합 충격', 부산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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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유가 급등·물류 마비·고금리 '트리플 악화'
동남권 벨트 2·3차 협력사 하방 압력 가중
단기 지원 넘어 광역 협력 통한 체질 개선 시급

한국은행 부산본부 제공한국은행 부산본부 제공
지구 반대편 테헤란의 화염은 48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부산 사하구와 사상구의 노후한 공단 골목을 얼려버렸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부산의 중소 제조업체들에겐 단순한 '국제 뉴스'가 아닌 생존의 목을 죄는 '물리적 압박'이었다.

중동발 리스크가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유가 급등, 공급망 교란, 금융시장 변동성이 동시에 몰아치는 '복합 충격(Complex Shock)'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중소·영세 제조업 비중이 높고 동남권 생산 벨트의 끝단에 위치한 부산 경제가 이 충격의 하방 압력에 가장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에너지 쇼크' 앞에 무너진 동남권 하청 사슬

7일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발표한 보고서 '중동사태가 부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은 화려한 '해양수도' 이면에 가려진 부산 산업 생태계의 처절한 취약성을 데이터로 보여준다. 보고서가 진단한 부산 경제의 현주소는 '유가·공급망·금융'이라는 삼각 파도에 갇힌 난파선에 가깝다.

이번 사태의 가장 날카로운 칼날은 유가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두바이유가 배럴당 160달러를 돌파하며 브렌트유 가격을 역전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2차 오일쇼크를 능가하는 이 충격은 원유 중동 의존도가 70%에 육박하는 한국 경제의 급소를 찔렀다.

특히 부산이 입은 내상은 깊다. 부산은 울산의 석유화학, 경남의 철강·기계 산업을 지탱하는 '2·3차 협력업체'의 집결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 제조업 산출물의 43.9%가 경남과 울산으로 흘러간다. 울산 석유화학단지가 고유가에 비틀거리면, 그 하중은 납품 사슬을 타고 부산의 영세 하청업체들로 고스란히 전이되는 구조다.

더 뼈아픈 지점은 부산 제조업의 '체급'이다. 부산 업체 1곳당 평균 매출액은 전국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비용이 올라도 대기업 원청에 가격 인상을 요구할 협상력이 없고, 금융권에서 버틸 체력도 없다. '수요가 줄어든 게 아니라, 만드는 비용이 팔아서 남는 돈보다 많아진' 생존 불능의 상태에 직면한 것이다.
공급측 유가 충격의 파급 경로. 한국은행 부산본부 제공공급측 유가 충격의 파급 경로. 한국은행 부산본부 제공

'고환율의 역설'…수출 이득보다 수입 비용이 더 커

전통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출 도시 부산에 호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2026년의 부산에 이 공식은 파괴됐다. 보고서가 제시한 '환율 순노출도(수출 비중 - 수입 중간재 비중)'를 보면 부산은 1.6%포인트로 전국 평균(5.0%포인트)을 크게 밑돈다.

즉, 달러로 물건을 팔아 버는 돈보다, 원자재를 달러로 사오는 비용이 더 급격히 늘어났다는 의미다. 특히 수출 비중의 56.6%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고환율을 즐기기는커녕, 수입 단가 폭등을 감내하다 영업이익이 증발하는 '고환율의 역설'에 빠졌다. 항만도시 부산의 강점이 고유가와 결합하자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해운·물류업 비중이 전국의 2배인 부산에 운임 상승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 과거 코로나19 종식 이후 당시의 운임 상승이 수요 폭발에 따른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보험료와 연료비 폭등이 끌어올린 '비용 인상형' 상승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 선박들의 보험료는 평균 383%나 솟구쳤다. 수익은커녕 배를 띄울수록 손해인 구조다.

여기에 금융 충격은 부산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건설·부동산'을 직격하고 있다.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3,035호로 서울의 5배에 달한다. 지역 한계기업 4곳 중 1곳이 부동산·건설업종인 상황에서, 중동발 금리 인상 압박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라는 시한폭탄의 타이머를 앞당기고 있다.

구조적 '균열', 땜질식 처방으론 부족

보고서는 현재 부산의 소비지표가 버티고 있는 것은 '착시'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질구매력이 떨어지면 외식·숙박 등 재량 소비 비중이 높은 부산 경제는 전국보다 훨씬 빠르게 식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일시적 경기 침체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취약 부문에 대한 선제적·맞춤형 금융 지원이 시급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적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조를 역이용해 조선, 방산, 해운 등 해양산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부산 단독의 대응보다는 울산·경남과 손잡는 '동남권 광역 협력'이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됐다. 제조업의 신성장 동력을 공동 확보해 산업 지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체질 개선'만이 이번 중동발 먹구름을 걷어낼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금 부산 경제에 필요한 것은 위기 때마다 반복되는 일시적인 자금 수혈이 아니다"라며 "지역 산업 구조의 영세성을 극복하고 광역 경제권 중심의 체급 키우기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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