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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월 공항 노숙' 한국판 터미널 콩고인…국가배상 재심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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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서 난민 신청한 콩고인 A씨에 정부 난민 심사 거부
14개월간 공항서 노숙…취침·식사 해결 어려움
법원 "공무원 고의·과실 없다"며 국가배상 책임 부인
유엔 자유권규약위 "법적 근거 없는 사실상 구금" 판단
A씨 측 "유엔 판단으로 기존 판결 전제 뒤집혀"

영화 '터미널' 스틸컷영화 '터미널' 스틸컷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에 14개월간 머물렀던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난민 신청자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뒤, 최근 유엔이 한국 정부의 인권 침해 책임을 인정하자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앞서 법원이 "담당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국가 배상 책임을 부인했지만, 국제기구 판단이 새롭게 나오면서 다시 재판을 열어달라는 취지다.

6일 공익법단체 두루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A씨가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에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불법구금에 대해서 배상할 것'을 요구하는 재심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0년 2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팔라우로 향하던 중 경유지인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해 난민 신청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인천공항출입국 외국인청은 "환승객은 입국심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난민 신청 자격이 없다"며 신청 접수를 거부했다.

이후 A씨는 약 14개월 동안 공항 환승구역에서 생활했다. 공항에서 식사와 취침을 해결해야 했고, 장기간 환승구역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머물렀다. 입국이 막힌 남성이 공항 환승구역에서 장기간 생활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터미널'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었다.

A씨 측이 제기한 '난민인정신청 접수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 법원은 "난민인정 절차를 개시하지 않은 부작위는 위법하다"며 예비적 청구를 인용했다.

반면 별도로 제기된 인신보호구제 청구는 1심에서 각하됐으나 2심 법원은 A씨를 "공항 환승구역에 장기간 머물게 한 조치가 사실상 위법한 수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후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청구를 기각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난민심사 절차를 개시하지 않은 조치가 위법하더라도 담당 공무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후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하지만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UNHRC)는 지난 3월 한국 정부 조치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정부가 난민 신청 자체를 거부해 A씨가 강제송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기회를 박탈했고,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공항 환승구역에 사실상 구금했다고 봤다.

특히 위원회는 "A씨가 구금 기간 동안 비위생적인 환경과 부족한 숙소, 음식·약품 부족, 24시간 켜진 조명 등에 노출됐다"며 "인도적 처우 의무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한국 정부에 물질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A씨 측은 이번 재심 소장에서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판단이 기존 판결의 전제가 된 국가 조치의 위법성을 새롭게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존 판결이 국제인권규범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을 누락한 만큼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A씨 측은 "피고는 자유권규약에 반해 재심원고의 난민 신청을 접수하지 않았고, 법률상 근거 없이 재심원고를 구금했으며 최소한의 인도적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며 "조만간 이 사건 재심 소송과 관련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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