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인물인 자폐성 장애인인 배형진과 그 어머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영화 '말아톤'"어른이 된다는 것은 완벽해지는 일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어가 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20년 차 특수교사 권용덕이 쓴 신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장애를 지닌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지를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장애를 극복하거나 미화하는 서사가 아니라, 당사자와 가족의 삶을 있는 그대로 따라가며 우리 사회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책은 구체적인 삶의 장면에서 출발한다. 고등학교 시절 체육 시간에 혼자 교실에 남아 있던 혜정은 "힘들어도 4층 교실로 다니라"는 말을 듣고 자퇴를 결심한다. 이 경험은 그를 특수교사의 길로 이끌었고, 자신이 겪은 일을 다른 아이들은 겪지 않게 하겠다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개인의 상처가 사회적 질문으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꿈꾸는 청년의 목소리도 담겼다. "자꾸 잘리지 않고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다"는 바람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요구처럼 보이지만, 발달장애 당사자에게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일부는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낮은 임금으로 살아간다. 노동의 문제는 단순한 생계가 아니라 존엄의 문제임을 책은 보여준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아동.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제공부모의 삶은 또 다른 층위를 드러낸다. 장애를 가진 자녀의 부모들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고 말하는 장면은 돌봄이 끝나지 않는 현실과 사회적 지원의 한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자녀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는 바람이 '꿈'이 되는 현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책임으로 읽힌다.
책은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질문을 던진다. "장애가 나쁜 건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나쁘게 봐서 불편한 거잖아요"라는 한 청소년의 말은 장애를 개인의 결핍이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게 한다. 장애를 비극으로 만드는 것은 신체가 아니라,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환경이라는 인식이다.
이 책에는 총 여덟 개의 이야기가 담겼다.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청소년, 차별을 겪고 교사가 된 인물, 안정적인 일자리를 꿈꾸는 청년, 자녀의 삶을 함께 짊어진 부모, 친구 관계에서 배제된 학생, 대학 이후의 현실을 마주한 당사자, 그리고 가족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장애인의 삶까지 각기 다른 시간이 이어진다.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제도의 빈틈과 사회 인식의 한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김영사 제공저자는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한다. 장애는 일시적인 상태가 아니라 지속되는 삶의 조건이며, 그렇기에 이겨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현실이라는 것이다.
결국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넘어, 우리 사회는 과연 아이를 어떻게 어른으로 키우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교실에서 사회로, 보호에서 관계로, 배려에서 권리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장애를 이유로 예외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은 기적이 아니라 당연한 순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순리가 장애를 이유로 멈추거나 꺾이지 않도록 만드는 일은 결국 사회 전체의 몫이라고 짚는다.
권용덕 지음 |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