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CU(BGF리테일)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편의점 씨유(CU) 운영사인 BGF리테일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던 화물연대 조합원이 사측 대체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과 관련해,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이들을 '자영업자'로 지칭하면서 특수고용직(특고) 노동자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쟁점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노동부는 관행적인 교섭 요구에 따른 현행법상 신분 표현이라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원청의 교섭 회피에 명분을 주고 사실상 노조 지위를 부정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22일 정부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노동부는 전날 CU 진주물류센터 앞 사망 사고 당일 밤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유감을 표하면서도 화물 노동자들을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분들"로 규정했다. 특히 노동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개정 노조법에 따른 원·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부가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한 건 화물연대의 단체행동이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른 공식 교섭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화물노동자를 자영업자로 표현한 데 대해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노란봉투법에 따른 공식적인 교섭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협상 요구 방식으로 판단해 현행법상 신분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CU(BGF리테일)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반면 노동계는 정부의 이 같은 규정이 원청의 사용자성 부인 논리에 절차적 명분을 제공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화물 노동자들의 7차례 교섭 요구에 대해 "계약 관계상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대화를 거부해 온 원청 BGF리테일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노동부의 자영업자 규정이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은 "정부의 이번 입장은 사실상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는 2024년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내린 권고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2009년에 이어 2024년 권고문에서도 "이 사건에서 제기된 모든 쟁점은 '특수고용' 또는 '자영' 화물차주들의 조직을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아 온 데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위원회는 대형 화물차 운전사와 같은 자영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가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의 원칙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한국 정부에 거듭 촉구해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CU(BGF리테일)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정부의 이 같은 시각은 최근 특고 노동자의 노동3권을 폭넓게 인정한 사법부 판단과도 대비된다.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은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이 물량 배분을 요구한 행위를 제재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노조법상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화물운송 사업자 지위를 함께 가진다"고 판단했다.
실질 소득 감소를 막기 위한 이들의 집단행동이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단결권 행사에 해당하므로, 단순 사업자단체의 담합을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특고 노동자를 온전한 자영업자로만 규정하기 어렵다는 사법적 해석이 나온 것이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의 사용자성 범위가 확대됐음에도, 정작 교섭을 요구하는 주체가 근로자인지 개인사업자인지를 둘러싼 근본적인 쟁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관련 노사정 간 대립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본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