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이어 미국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작했다. 미국은 이란 항구를 출발지 또는 목적지로 하는 선박들만 차단한다. 중국 유조선들이 주로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주 이란 부근 해역에서 작전 중인 미국 강습상륙함 트리폴리(LHA 7)에서 수직이착륙 전투기 F-35B 라이트닝II가 이륙하기 직전의 모습.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 페이스북 캡처미국이 직접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나섰다. 이란에 이어 미국도 호르무즈해협에 '해상 검문소'를 설치한 꼴이다.
이번 조치는 출발지나 도착지가 이란의 항구인 선박만 선별해 차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란'에서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중국 유조선은 미군 구축함의 검문에 막히게 된다.
이제 이란 당국이 내주는 일종의 '통행 허가증'은 무용지물이다. 중국뿐 아니라 인도, 프랑스 등의 유조선이나 화물선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별도의 자체 '검문소'를 설치함으로써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일방적 통제권을 절반쯤 무효화한 것이다.
이것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외부 국가들과의 거래를 완전 차단함으로서, 이란을 굴복시키려는 카드로 보인다.
특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그동안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80% 정도가 중국으로 팔려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 4월 11일 미 해군 구축함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면서 공개한 사진.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날 구축함 2척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아라비아만으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구축함 프랭크 E. 피터슨(DDG121)과 마이클 머피(DDG112)는 아라비아만에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 설치한 기뢰를 제거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실시했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 홈페이지 캡처중국의 선택지는 결국 두 갈래다. 이란의 편에 서서 미국의 봉쇄에 맞서거나, 아니면 미국의 입장에서 이란을 설득하는 방안이다.
첫 번째 방안이 논리적으로 더 맞을 지도 모른다. 중국이 줄곧 미국의 이란 공격을 외교적으로 강력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란이 먼저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풀도록 설득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이 수용하면 미국의 해제도 쉬워질 수 있다.
미국도 중국이 후자를 선택할 것으로 기대하고 호르무즈 봉쇄라는 절묘한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해 이란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이런 계산은 중국이 적어도 중동지역에서 미군과 충돌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자신감에서 나온다.
미국은 세계 약 80여 개 국가 또는 해외 영토에 750여 개의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Improving U.S. and Global Security Through Military Base Closures Abroad, 퀸시연구소, 2021년 9월 21일)
미국은 평시에도 중동에 4만 명의 미군을 배치하고 있다. 이번 이란 전쟁으로 5만 명으로 증원됐다. 중국이 넘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중국 외교부 궈자쿤(郭嘉昆) 대변인은 13일 미국의 호르무즈 봉쇄 조치에 대해 "각국은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뿐 아니라 이란에도 양보를 요청한 것이다. 이란을 설득해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된다.
중국은 지난 2월 19일 호르무즈해협에서 실시된 이란, 러시아와의 연례 합동 군사훈련에 전격 불참했다. 당시 미국의 이란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이었다. 이란의 준관영 매체들은 이틀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참가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중국 군함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은 2025년 3월 9일~11일 이란 남부 오만만의 차바하르항 부근 해상에서 열린 중국·러시아·이란 합동 군사훈련 '해상안보벨트 2025'의 모습. 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이런 관점에서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중순, 중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열린 합동군사훈련에 불참한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당초 이란, 러시아 해군과 합동으로 실시하는 '해상안보벨트 2026' (Maritime Security Belt) 훈련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의 이란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이었다. 미국 항공모함 2척이 이란 부근에서 공격 개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란 준관영 매체들은 훈련 시작 2일 전까지도 중국 군함들이 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보좌관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Nikolai Patrushev)의 말을 인용한 보도였다.
하지만 훈련 당일인 2월 19일, 중국 군함들은 집결지인 호르무즈해협의 반다르아바스항에 나타나지 않았다.
반다르아바스항은 이란 해군 제1사령부가 위치한 군사적 요충지다. 미군의 중요한 공격 목표가 됨은 물론이다.
러시아는 헬기를 탑재한 스토이키(Stoikiy) 초계함을 보냈다. 미군의 이란 공격이 임박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은 훈련 당일 저녁 "이란과 러시아의 해군이 19일 오만만과 인도양 북부에서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가장 관심사였던 중국이 왜 갑자기 빠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훈련의 명칭도 '이란과 러시아 해군의 합동훈련'이라고만 표현했다. 매년 해오던 3국의 '해상안보벨트'라는 이름은 사용하지 않았다.
사진은 러시아 스토이키(Stoikiy) 초계함의 2015년 모습. 러시아는 미국의 이란 공격이 임박한 지난 2월 19일 호르무즈해협에서 열린 이란과의 해상군사훈련에 이 군함을 파견했다. 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mil.ru) 캡처결국 2019년부터 열렸던 '해상안보벨트' 훈련이 올해는 이란, 러시아 두 나라만 참가한 채 단 하루 만에 끝났다.
직전년도인 2025년과 2024년에는 3국이 모두 군함을 보내, 각각 3일과 5일간 훈련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단 하루만 실시됐고, 러시아 스토이키함도 당일 저녁 곧바로 호르무즈 해협을 떠났다.
이란의 중요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해도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중에도 군함을 보낸 것과 비교할 때, 중국의 막판 불참은 더 눈에 띨 수 밖에 없다.
이런 정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공격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2월 28일 미국은 마침내 이란에 대해 폭격을 개시했다. 중국이 빠진 채 이란, 러시아가 하루 만에 군사 훈련을 종료한 지 불과 9일 만이다.
중국은 지난 2021년 이란에 4천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하고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하고 있고, 군사적 동맹 관계도 아니라는 점에서 협력의 한계도 있다. 사진은 지난해 2025년 9월 2일 베이징을 방문한 마스두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이란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이란은 중국, 러시아, 북한과 함께 이른바 '크링크' (The CRINKs, China+Russia+Iran+North Korea)에 포함된 나라다.
이 4개국은 미국의 제재나 견제를 받으면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도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 관계가 겉보기와 달리 애증으로 꼬여 있듯이, '크링크' 내의 개별 국가 관계 또한 단순하지 않다.
중국과 이란 관계가 급진전된 시점은 2016년이다. 10년 전이다. 당시 시 주석은 이란을 방문해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했다.
이어 2021년, 중국은 이란에 4천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고, 이란은 중국에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소위 '25년 협정'이다.
이후 중국은 경제 제재로 침체된 이란에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대신 이란은 중동에서 중국의 외교적 교두보가 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란과 군사적 동맹 관계를 추구하지 않고 있다.
강경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 밀착할 경우,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란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UAE, 오만 등 친미 성향의 국가들과도 협력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이라는 약점을 오히려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카네기 재단의 러시아유라시아센터 전문가들은 "중국이 예측 불가능한 지역 전쟁에 개입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왜 이란을 도우려 하지 않는가? Why Are China and Russia Not Rushing to Help Iran? Alexander Gabuev and Temur Umarov, 2026년 3월 10일)
중국은 특히 이란이 추진하는 핵무기 개발에도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공격으로 이란의 핵무장이 저지된다면 중국에도 이득이 된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중국 주변에 배치됐던 미군의 군사자산이 대거 빠져나간 것도 중국에는 '큰 선물'이다.
서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던 항공모함과 강습상륙함 및 2천 명 이상의 해병대가 중동으로 떠났다.
한국에서도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물론, 중국이 한한령까지 동원해 반대했던 사드(THADD)도 단숨에 중동으로 이전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두고 중국이 비상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은 중국의 외교사령탑 왕이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7년 만에 북한을 방문해 지난 4월 10일 평양 강동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 묘지에 헌화하고 참배하는 모습.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중국이 미중 관계 및 아시아의 자국 주변 지역을 중동보다 중시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다음 달 14일~15일로 예정된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중국은 물론 국제질서 전반에 큰 갈림길이 될 수 있다.
두 정상은 베이징에서 만나, 관세와 무역뿐 아니라 첨단기술, 공급망, 전략광물 문제 등 현안을 놓고 담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만과 동중국해, 남중국해 문제 등 이른바 중국의 '핵심 이익', 그리고 북한 문제도 중요한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지난 10일 시진핑 주석이 대만 국민당의 정리원(鄭麗文) 주석을 접견한 것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획된 행사일 수 있다.
시 주석은 양안관계의 안정을 강조하면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의 축소나 중단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 미국의 첨단 무기와 미사일이 중동 및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량 소진됐다는 사실은 중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른바 '핵심 이익'이 걸려있는 중국 주변 지역은 중동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 주석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칙적인 '거래의 기술'은 5월 베이징에서 중대한 시험을 앞두고 있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전 YTN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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