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사고로 아수라장이 된 A씨의 집. 임성민 기자"전쟁 난 줄 알았어요. 집은 물론 가게까지 부서졌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13일 새벽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 A(58·여)씨는 유리 파편과 잔해물로 뒤덮인 거실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전 10시쯤 찾은 A씨의 집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창틀은 폭발 충격을 이기지 못한 채 엿가락처럼 휘어 있었고, 거실은 물론 안방까지 깨진 유리 조각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바닥 곳곳에는 창문 틈새로 날아든 파편이 흩어져 있었다.
A씨는 "인근에서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 유리창과 천장까지 전부 망가졌다"며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폭발이 일어난 상가건물 앞은 한순간에 폐허로 변한 듯 처참한 모습이었다. 건물 외벽 일부는 뜯겨나갔고, 식당 앞에 세워둔 자동차는 폭발 충격에 못이겨 뒤집혀 있었다. 주변 도로에는 깨진 유리와 건물 잔해가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맞은편 11층짜리 아파트 창문들까지 산산조각 난 모습은 당시 폭발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외벽 곳곳에는 파손 흔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폭발이 발생한 사고 현장. 임성민 기자
주민들의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주민들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대전화로 집 안 상황을 살피던 일부 주민들은 엉망이 된 상태를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했다.
대피 과정에서 다친 주민도 있었다.
아파트 5층에 사는 B(30대·여)씨는 폭발 직후 한 손으로는 어르신을 부축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이 손을 잡은 채 다급히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다리를 접질렀다.
B씨는 "집에 어르신과 아이가 있어 잠옷 차림으로 대피했다"며 "잠을 잘 곳이 없어 급한 대로 인근 친척 집으로 피신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다른 주민 C(70대)씨는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아파트 곳곳에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사방에서 들렸다"며 "밖으로 나가 보니 깨진 유리 파편이 떨어져 있고 차가 파손돼 있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폭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이날 오전 3시 59분쯤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3층짜리 상가 건물 1층 음식점에서 LP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근 빌라와 상가 유리창이 파손되면서 주민 등 15명이 피부 화상과 찰과상 등 경상을 입었다.
아파트 105가구와 상가 16개 점포, 일반주택 10가구, 차량 91대가 피해를 입었다.
또 반경 200m 범위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진동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경로당으로 임시 대피한 상태다. 청주시는 인근 학교 강당 2곳에 추가 대피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합동 감식 중인 경찰과 소방당국. 임성민 기자이번 사고는 음식점 내부 콘센트 주변 전기 스파크로 가스가 누출된 LP가스통 2개(180㎏·50㎏) 중 1개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돼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청주서부소방서 김은호 예방안전과장은 "해당 식당 뒤편에 180㎏과 50㎏ LPG통 두 개가 있었는데, 180㎏짜리 가스가 절반 가량 누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가스가 콘센트 부근에서 일어난 전기 스파크와 접촉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식당은 기존 업종에서 중식당으로 전환해 전날 영업을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피해 수습을 위해 '총력 대응 체계'를 전면 가동했다. 복지·보건·건축·가스 관련 부서가 협업해 피해 조사와 의료·심리 지원, 임시 주거 제공 등을 종합 지원할 계획이다.
또 주변 상가와 인근 아파트의 가스 노출 여부를 지속 점검하고, 붕괴 우려 건축물에 대한 안전진단과 예찰 활동을 강화해 추가 피해를 차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