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3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복귀 공연을 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2020년 팬데믹과 함께 세계 투어가 정지되었던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햇수로 6년 만에 7인 그룹으로 돌아왔다. 14개 트랙이 담긴 정규 앨범 <아리랑>의 발매부터 광화문 공연까지 이들의 귀환은 예외 없이 여러 가지 이슈를 몰고 왔다.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를 케이팝 현상의 가장 핵심적 이벤트인 아티스트와 팬들의 재회인 4월 9일 고양시 종합운동장의 월드투어 첫 번째 공연에서 찾아보려 한다.
이번 BTS 월드투어는 경기장의 한편을 활용해 설치하던 그동안의 무대를 스타디움 투어에 맞도록 바꿔서 운동장 한가운데 360도에서 관람 가능한 무대를 설치했다. 이에 걸맞게 동원되는 보조 인력의 수, 조명, 화염, 연기, 폭죽 등도 스케일이 커졌다.
일곱 명 멤버들은 쏟아지는 차가운 빗줄기 속에서 최대의 팬들과 가장 가깝게 만나기 위해 운동장 한가운데서 네 방향으로 뻗어 나온 브릿지 위를 계속 달리거나, 무대 한가운데 설치된 회전판을 활용했다. 공연 말미에 육상경기 트랙을 따라 전체 공연자들이 경기장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이런 스케일의 클라이맥스로 적합했다.
이러한 무대는 군 복무를 마치고 더 이상 '소년단'이 아닌 정체성으로 진입한 멤버들이 노랫말에서도 언급했듯 과도한 에너지가 요구되는 칼군무의 스펙터클로 소진되지 않으면서도 퍼포먼스가 핵심적으로 중요한 케이팝 아이돌 그룹 무대공연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였다.
이러한 무대는 이번 앨범의 곡들이 적어도 과거와 같은 BTS 안무의 특성인 고에너지 칼군무 퍼포먼스가 필수적인 곡이 아니라는 사실과도 연관된다.
이번 공연에서 이들의 군무는 기하학적인 정확성을 지향하지 않고 힙합적인 흥과 기세를 중시하며, 위와 같은 무대 설치도 그동안 개인 활동들을 통해 멤버들의 개인 정체성이 강화된 이 그룹이 함께 또는 개별적으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선택이다.
아이돌 문화의 뿌리를 느끼게 했던 지난 월드투어에서 볼 수 있었던 개인을 미화하는 클로즈업 소개영상이나 개인, 유닛의 곡도 사라졌고, 오직 일곱 명이 하나의 이름 아래 그동안 이룬 그룹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그러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사진공동취재단공연의 후반부를 구성하는 과거 노래들의 열띤 떼창에서, 실험적으로 들리는 이번 앨범의 곡들도 이 월드투어가 끝날 즈음엔 떼창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영어 가사로 되었으며 대중적이지 않은 이번 곡들을 한국 아미들은 그동안 해외 아미들이 그래왔듯 번역을 통해 곱씹으며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
그동안 한국어 가사가 해외 아미들에게 번역 과정을 통해 의미에 집중을 요구했듯, 한국 아미들에게 부과된 이러한 노력 요구는 꼭 불편하고 거리를 만드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다이너마이트", "버터", "퍼미션 투 댄스"로 BTS를 이해한 최근 팬들은 아마도 이들의 데뷔 시절부터의 음악적 메시지를 톺아보고 있을 것이다. 이 무대는 앞으로 이어질 23개국 85회 스타디움 공연에서 재연될 것이다.
BTS가 군백기(군대공백기)라는 케이팝 산업의 거대한 구조적 장벽과 6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완전체로 컴백한 사건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팝 시장의 큰 뉴스이고, 국내외에서 이에 걸맞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영어가사가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앨범이 갑자기 아리랑을 '재료'로 활용한 이유, 광화문이라는 한국의 과거와 동시대 역사에서 두터운 의미가 켜켜이 쌓인 국가적 공간을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회사의 미디어 이벤트 장소로 내준 것, BTS라는 하이브 최대 자산이 복귀했는데 하이브의 주가는 떨어진 이유, 이 앨범 제작에 이름을 올린 전 세계 작곡가들의 숫자와 면면이 모두 이슈가 되었다.
BTS가 돌아왔다는 것 외에는 어떤 새로운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AFP는 BTS의 귀환을 계기로 과도한 연습생 제도, 아이돌들에 대한 여러 압박과 자살 등 지난 20년 동안 수없이 반복되어 온 케이팝의 어두운 이면을 나열한 기사를 제공했고, 이 기사는 세계 여러 매체에서 그대로 공유되었다.
이와 같은 갈등은 한국이라는 지역성과 세계성 사이의 민족주의적 긴장, 여전히 그리고 오래된 케이팝 산업의 창의성과 창작자들의 예술가성 사이의 긴장이 겹친 형국이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아리랑> 앨범 제작 비하인드 다큐멘터리가 말해주듯, 방탄 멤버들은 회사의 아리랑 프레임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RM을 제외하고는 영어가 익숙하지 못한 멤버들이 영어로 공연하는 노래들에서 얼마나 힙합 그룹의 진정성이 담길 수 있을지, 수많은 작곡가 이름의 열거가 알려주는 곡 생산과정의 모듈과 믹스방식에서 멤버들의 몫은 무엇일까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3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복귀 공연을 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다양한 송 캠프를 통해 생산되는 현금 글로벌 팝 음악 산업에서 왜 BTS의 앨범은 예외적이어야 함을 기대하는 것일까, 서로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여러 해외 작곡가들이 한 곡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케이팝 산업이 지닌 힘 아닐까를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을 통해 드러나는 가사의 힘 속에서 리더 RM과 힙합라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들의 노래와 춤사위를 통해 각 멤버들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것을 팬들은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들리는 우아한 국악 믹스 음향과 공연의 중간에 강력한 에너지와 함께 등장하는 "바디 투 바디"의 마지막에 떼창으로 이어지는 아리랑 또한 향후 일 년 반에 걸친 85회 공연에서 재연되면서 매회 경기장을 달아오르게 할 것이다.
아마도 아리랑 의미의 재해석과 관련한 구성원들의 초반 걱정은 기억 저 너머로 사라지고 재회의 기쁨과 에너지만 남을 것이다.
해외 챠트에서의 성공 또한 하이브의 주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중요할 디테일이지, 다시 길 위에 선 이들은 세계 투어를 통해 자신들의 감각을 다시 벼리고 BTS 2.0의 정체성을 재교섭해 나갈 것이다.
이들의 귀환은, 훨씬 안전하고 편한 삶인 그룹해체나 개인 커리어가 아니라 함께 하나의 이름 아래 돌아온 사건이고, 이것은 부지런함과 용기와 약속에 대한 태도와 관련된 일이지, 앨범의 경제적, 통계학적 결과의 문제가 아니다.
케이팝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BTS뿐 아니라 모든 돌아오는 그룹들에게 덜 성공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 기록은 갱신하라고 있는 것이라 하며 우리는 갱신만 기억하지만, 인생의 대부분 경우 기록은 갱신되지 않으며 팬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다.
이 팬덤의 밖에 있는 사람들은 팬덤 문화가 수행해 온 이 세상의 일들과 가능하게 만든 것들에 대해 관심을 쏟아야 할 뿐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