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법원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에 대한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한 배경엔 당국의 '앞뒤 다른'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가 마련한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출금 통제 방법에 대해 금융당국이 사실상 승낙한 취지로 협의를 마쳤는데, 몇 년 후 갑작스럽게 제재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10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두나무와 금융정보분석원(FIU) 간의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소송 판결문에는 FIU 가상자산검사과 담당 사무관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준법감시인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를 갈무리한 이미지가 담겼다.
두나무가 금융정보분석원(FIU)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소송 판결문(서울행정법원 행정5부) 내용 중 FIU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관계자의 대화 내용. 텔레그램 캡처
FIU가 2022년 8월 18일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들에게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에 따른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중단'을 엄수하라고 통지하자 같은 달 24일과 25일 업계 측이 마련한 일종의 한시적 보완책을 두고 양측이 협의하는 내용이다.
닥사 측은 8월 28일부터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입출금을 제한할 예정이라고 공지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고객이 100만원 미만 출고 요청을 하는 경우 '불법 영업 외국 가상자산사업자(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출고가 아님'을 확약하는 확약서를 받겠다고 알렸다.
닥사 측은 "5대 거래소 100만원 미만 출고시 확약서로 정책적 통제하는 것으로 합의"라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FIU 사무관은 "공지는 오늘 부탁드립니다", "넵 알겠습니다"라며 해당 내용을 승인했다.
특금법상 100만원 이상 가상자산 이전 시에는 송·수신인 정보를 확인하는 '트래블룰'과 거래소들이 이를 관리하기 위해 만든 '화이트리스트' 정책이 업계 자율규제로 시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100만원 미만 거래에 대해선 당시 구체적인 규제가 없어 고객 확약서를 받고 가상자산 흐름 추적·분석 모니터링 서비스를 이용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완책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FIU는 지난해 2월 종합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두나무 측이 "2022년 8월 28일부터 2024년 8월 23일까지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19개사와 총 4만4948건의 가상자산 이전 거래를 해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 거래금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3개월 영업 일부정지를 통보했다. FIU 측이 확약서 초안 등을 검토하며 업계에서 만든 조치를 승인하고 감독한 초기 기간에 벌어진 일들마저 위반의 대상이 됐다.
법원은 두나무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정원 부장판사)는 "100만원 이상 거래에 대해서는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제 규정이 존재하지만 100만원 미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제가 미비하다고 판단했다"고 짚었다.
재판 과정에서 FIU 측은 "법에서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금지 의무를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어 규제 공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확약서 징구 조치는 당국과 협의한 것이 아니라 닥사에서 정해 일방적으로 통지를 한 것일 뿐이고 임시방편적 조치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규제당국이 원고가 이행해야 할 구체적 조치 및 지침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고는 나름의 조치를 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원고가 취한 조치가 사후적으로 불충분했다고 해서 고의 중과실로 필요한 조치를 다 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2023년 8월 피고(FIU)가 공표한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명단에 있는 거래소들이 홍콩·독일·일본 등에서 미허가 영업행위 등으로 제재를 받은 사실이 국내 언론에 보도되며 문제로 떠올랐을 때도 원고(두나무) 등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충분한 조치인지 등을 협의·지도·감독한 사실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단순히 관계법령에서 금지의무를 선언하고 있다고 해서 규제당국이 그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규제당국으로서의 책임을 수범자에게 떠넘기는 것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