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기자농업인을 위한 대출 상품을 악용해 100억 원대 규모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농협 전 지점장과 브로커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최정민)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의 혐의로 농협은행 전 지점장인 50대 남성 A 씨를 비롯해 대출 브로커, 차주, 명의 대여자 등 총 16명을 적발해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이 가운데 A 씨와 대출 브로커인 50대 여성 B 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NH농협은행의 농업인 시설자금대출 상품을 악용해 약 104억 원을 불법 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부동산 투기 세력과 대출 브로커들은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시세 차익을 노리고 농지를 불법으로 취득하기 위해 농협 지점장, 명의 대여자 등과 결탁해 조직적으로 불법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대출 브로커와 차주 12명은 실제 농업 경영 의사가 없는데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허위로 발급받거나 부동산 매매가를 부풀린 이른바 '업계약서'를 위조해 제출했다.
농협 전 지점장 A 씨는 대출 브로커에게 공문서인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위조하도록 지시하는 등 허위 서류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며 불법 대출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농협은행 여신팀장·지점장이었던 A 씨는 대출 브로커와 공모해 25차례에 걸쳐 약 104억 원의 불법 대출을 일으킨 혐의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농협 전산 시스템에 대출 차주들의 신용등급을 15차례 허위 입력하고 대출 브로커와 짜고 공문서인 농지취득자격증명 1부를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불법 대출 실적을 토대로 지점장으로 승진했고 이후에도 실적 수당과 퇴직금을 늘리기 위해 계속 범행을 이어갔다.
대출 브로커 4명은 대출 알선료로 1억 6천만 원 상당을 받았고 명의 대여자 4명은 통장을 대여해 준 대가를 받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부당 발급받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수법으로 받은 불법 대출금 중 대출 원금 약 61억 원이 연체되거나 최종 손실 처리됐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농협은행 전 지점장 A 씨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해 직접 수사에 나서 조직적인 불법 대출 행위를 적발했다.
검찰은 "이들은 농민을 위한 NH농협은행의 대출 상품을 악용해 성실한 조합원과 예금자에게 부담을 전가했다"며 "투기세력이 불법 취득한 농지 현황을 관할 지자체에 통보해 지자체의 농지처분명령 등을 통해 범죄 수익을 박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