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란 전쟁으로 산업계 불안이 번지는 와중에도 AI(인공지능) '훈풍'에 올라탄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메모리 시장 선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양사의 합산 분기 영업이익이 7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시장 전망이다. 작년 한 해 동안 거둔 영업이익과 견줄 만한 역대 최대 규모의 분기 실적이 예상되는 것이다.
D램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특히 두 기업이 기술 주도권을 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인 만큼 올 한 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도 상향 조정을 거듭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7일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8조 1166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470% 폭증한 액수로, 작년 연간 영업이익인 43조 6천억 원과도 맞먹는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달 말 실적 발표가 예정된 SK하이닉스에 대한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전년 동기보다 324% 넘게 증가한 31조 5627억 원에 달한다. 창사 이래 최대 기록이었던 작년 연간 영업이익 47조 2063억 원의 약 67%를 단 한 분기 만에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두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합산치는 무려 69조 6793억 원이다. 두 기업과 금융사를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624개 상장사의 연결 기준 작년 연간 영업이익 합산액 약 154조 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양사의 미래 실적 전망은 더 밝다. 올 한 해 삼성전자는 211조 4087억 원, SK하이닉스는 170조 920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컨센서스다. 합산액이 382조 3294억 원으로, 6개월 전 전망치인 96조 7525억 원보다 약 4배 상향 조정된 액수다.
장밋빛 전망의 배경에는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단기적인 붐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오랫동안 급격한 정점과 저점을 겪어온 반도체 산업은 이제 보다 지속적인 '구조적 성장기'로 접어들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달 주주총회 현장에서 "메모리 업황은 업 앤 다운이 반복되는 사이클을 탔는데, AI 시대로 오면서 이 흐름이 조금 바뀌는 것 같다"며 "그런 반복 사이클에서 탈피하는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고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메모리 품귀 국면에서 양사의 기술력이 업계를 선도하며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호실적 전망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들어가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의 핵심 공급 파트너 지위를 선점했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로부터도 '협업 러브콜' 세례를 받고 있다. D램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HBM에 제조사들의 생산 역량이 집중되면서 일반 D램 가격은 올해 2분기에도 1년 전보다 최대 63%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의 성장 잠재력을 둘러싼 시장 기대도 크다. 테슬라와 애플, 엔비디아와의 파운드리 협업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AMD와의 파운드리 동맹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깜짝 실적 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성능 상향과 피지컬 AI 시장 진입 준비를 위해 AI 인프라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메모리 탑재량 증가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빅테크 입장에서 메모리 확보는 비용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인식돼 향후 메모리 가격의 구조적 상승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란 전쟁 장기화 시 AI투자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업계에 존재한다. 한 관계자는 "AI(인공지능)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져왔기에 반도체도 호황이었는데, 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게 걱정되는 점"이라며 "중동 지역의 국부펀드도 AI 투자에 한몫하고 있는데 전쟁으로 중동 주요국들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거나, 복구 작업에 우선적으로 자금을 쓸 경우 AI 투자가 주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