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석, 허수봉. 한국배구연맹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오는 2일부터 시작되는 2025-2026 V리그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서 우승컵을 놓고 정면 격돌한다. 이번 시리즈는 양 팀의 상징적인 토종 주포 정지석(31)과 허수봉(28)의 화력 대결이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끈 정지석은 부상을 딛고 '제2의 전성기'를 증명했다. 시즌 중 발목 부상으로 한 달간 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당 평균 16.1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본능을 뽐냈다. 특히 10년간 팀을 이끈 한선수로부터 주장 완장을 물려받아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까지 완벽히 수행했다는 평가다.
이에 맞서는 현대캐피탈의 허수봉은 명실상부한 'FA 최대어'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정규리그 국내 선수 득점 1위에 오른 그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우리카드와의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각각 27점을 몰아치며 팀을 챔프전으로 견인했다. 기선 제압이 중요한 1차전에서 두 주장의 손끝에 팀의 운명이 걸려 있다.
외국인 주포들의 '쿠바 대결'도 흥미롭다.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막판 교체 카드로 영입한 쿠바 국가대표 출신 마쏘를 내세운다. 독일과 이란 리그에서 검증된 마쏘는 아포짓과 미들 블로커를 오가는 전천후 활약이 기대된다. 현대캐피탈은 '한국형 용병'의 정점 레오가 버티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프전 MVP인 레오는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9점을 폭발시키며 여전한 파괴력을 과시 중이다.
벤치에서는 세계적인 명장들의 지략 싸움이 펼쳐진다. 브라질 대표팀을 지휘했던 대한항공 헤난 감독과 프랑스·일본 대표팀을 이끌었던 현대캐피탈 블랑 감독의 대결은 국제대회 결승전을 방불케 한다. 헤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기용한 맞춤형 전술로 컵대회 우승과 정규리그 1위를 일궈냈고, 블랑 감독은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2연속 챔프전 제패를 노린다.
코트의 사령관인 세터 대결 역시 놓칠 수 없다. 41세의 나이에도 정교한 볼 배급을 선보이는 대한항공의 한선수와 부상 복귀 후 현대캐피탈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황승빈의 토스 경쟁이 공격수들의 화력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지난 시즌 무관의 한을 풀고 '트레블(3관왕)'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려는 대한항공과, 지난 시즌에 이어 왕좌 수성에 나선 현대캐피탈 중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배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