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넓은 세상'을 바라봅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식과 터전을 넓히는 '인류의 노력'을 바라봅니다. 지구를 넘어 광활한 우주에 대한 이야기, '코스모스토리' 시작합니다.
오리온 우주선이 달 궤도에서 촬영한 이미지. NASA| ▶ 글 싣는 순서 |
①반세기 만의 귀환 : 다시 달에 가는 인류[코스모스토리] ②반세기 만의 귀환 : 지구를 벗어나, 달에서 답을 찾다[코스모스토리] ③반세기 만의 귀환 : 달 궤도에서 달 표면으로[코스모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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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II가 달을 향한 비행을 준비하는 동안,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자체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지난 2월 27에 진행된 아르테미스 미션 업데이트 기자회견. NASA 중계 영상 캡처2026년 2월 27일, 자레드 아이작먼 NASA 국장은 케네디우주센터 기자회견에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대규모 구조 개편을 발표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무엇이 바뀐 걸까요?
가장 큰 변화는 SLS 로켓의 미래 설계도입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로켓의 '상단(Upper Stage)'입니다. 상단이란 무엇일까요?
SLS의 Block 1 시스템 안내도. NASASLS 로켓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발사대를 떠나는 초기 추력을 담당하는 양쪽의 고체 로켓 부스터, 그 힘을 이어받아 우주선을 지구 궤도까지 밀어 올리는 중심 동체인 코어 스테이지, 그리고 맨 위에 올라앉아 마지막 한 번의 점화로 우주선을 달 방향으로 밀어주는 부분이 바로 상단입니다. 쉽게 말하면, 로켓의 꼭대기에서 '달로 가는 마지막 한 발'을 쏴주는 엔진인 셈입니다.
원래 NASA는 아르테미스 IV부터 SLS를 더 강력한 'Block 1B'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었습니다. 핵심은 이 상단을 교체하는 것이었는데요. 아르테미스 II까지 사용하는 ICPS(Interim Cryogenic Propulsion Stage)는 엔진이 1기뿐인 비교적 소형 상단입니다. NASA는 이것을, 보잉이 개발 중이던 EUS(Exploration Upper Stage)라는 훨씬 강력한 상단으로 바꾸려 했습니다. EUS에는 RL-10 엔진이 4기나 장착돼, 달 방향으로 보낼 수 있는 화물의 양이 크게 늘어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계획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EUS 개발은 2014년부터 시작됐지만, NASA 감찰관실이 2024년 발표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비용이 약 57억 달러까지 늘어났고, 일정도 계속 밀리고 있었습니다. EUS뿐 아니라, 더 큰 로켓을 발사하기 위해 새로 짓고 있던 발사대 '모바일 런처 2'의 건설도 함께 중단됐습니다.
지난 2월 27에 진행된 아르테미스 미션 업데이트 기자회견. NASA 중계 영상 캡처아이작먼 국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아르테미스 I의 성공적인 시험비행 이후, 아르테미스 II의 시험비행, 그리고 더 강화된 아르테미스 III 시험까지 마친 뒤에, 굳이 SLS와 오리온의 구성을 바꿔서 후속 미션을 수행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복잡합니다."
NASA 부행정관 아밋 크샤트리야는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아폴로를 설계했던 사람들의 지혜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르테미스의 모든 비행은 단계적으로 역량을 쌓아가야 하며, 한 걸음이 너무 크면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게 됩니다."
ULA의 센타우르 V. 레딧 캡처그렇다면 EUS 대신 무엇이 올라가게 될까요? NASA는 2026년 3월 6일, ULA(United Launch Alliance)의 센타우르 V(Centaur V)를 새로운 상단으로 선정했습니다. 센타우르 V는 ULA의 상용 로켓 벌컨(Vulcan)에 사용되는 상단으로, RL-10 엔진 2기를 장착하고 있으며 ICPS보다 약 2배 많은 연료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비행한 검증된 하드웨어라는 점이 선정의 핵심 이유였습니다.
NASA는 블루오리진의 뉴글렌 상단도 검토했지만, 발사대 시설을 대폭 개조해야 하고 조립동(VAB) 높이 제한에 맞추려면 상단을 줄여서 재설계해야 하는 등 일정상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리하면, 아르테미스 II와 III까지는 기존 ICPS를 사용하고, 아르테미스 IV부터는 센타우르 V가 올라갑니다. SLS는 Block 1 구성으로 표준화되고, Block 1B와 Block 2 업그레이드는 공식적으로 취소됐습니다.
미션 순서도 바뀌었습니다
변화된 아르테미스 미션의 시각화 이미지. 두번째 미션부터 여섯번째 미션의 계획된 모습이 그려져 있다. NASA로켓만 바뀐 것이 아닙니다. 같은 날 발표에서 미션 순서 자체도 재편됐습니다.
원래 아르테미스 III는 아폴로 17호 이후 최초의 유인 달 착륙 미션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아르테미스 III는 달 착륙 대신, 지구 저궤도에서 시험 비행을 수행하는 미션으로 재설계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험일까요? 승무원이 오리온 우주선을 타고 지구 저궤도에 올라간 뒤, 별도로 발사된 달 착륙선과 도킹하는 것입니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 HLS 도킹파트 부분. 스페이스X 홈페이지 캡처스페이스X의 스타십(Starship) HLS(Human Landing System), 또는 블루오리진의 블루문(Blue Moon), 혹은 두 착륙선 모두와의 도킹 시험이 계획돼 있습니다. 또한 악시옴 스페이스(Axiom Space)가 개발 중인 새로운 선외활동(EVA) 우주복도 시험할 수 있습니다. 2027년 중반 발사가 목표입니다.
악시옴 스페이스의 선외활동 우주복. 악시옴 스페이스 제공이 접근 방식은 1969년 3월의 아폴로 9호와 닮았습니다. 아폴로 9호는 달에 가지 않고 지구 궤도에서 사령선과 달 착륙선의 도킹을 시험했고, 그 성공이 있었기에 같은 해 7월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작먼 국장은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달 착륙을 도와줄 무엇이 있을까요? 한 대 또는 두 대의 착륙선과 도킹해서 통합 시험을 하는 겁니다. 다음 해에 실제로 우주비행사를 달 표면에 내려보낼 우주선을 미리 점검하는 기회입니다."
스타십과 오리온 우주선의 도킹 프로세스 상상도. 스페이스X 홈페이지 캡처그러면 달 착륙은 언제 이뤄질까요? 첫 유인 달 착륙은 아르테미스 IV로 옮겨졌고, 2028년 초가 목표입니다. 이어 아르테미스 V는 2028년 말에 두 번째 달 착륙을 시도합니다. NASA는 이후 매년 최소 한 차례 달 착륙 미션을 수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발사 간격을 기존 약 3년에서 약 10개월로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3년에 한 번 발사하던 로켓을 10개월마다 쏘겠다는 것. 이것이 가능할까요? 아이작먼 국장은 핵심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핵심 역량을 되찾고 근육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실력이 퇴화하지 않습니다. 더 안전해집니다."
이그니션(IGNITION) 행사에서 연설하는 제라드 아이작먼 NASA 국장. NASA 중계 영상 캡처여기에 한 가지 더 주목할 변화가 있습니다. 2월 27일 발표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열린 3월 24일 NASA 본부 '이그니션(IGNITION)' 행사에서, 아르테미스 V 이후의 청사진이 더 구체화됐습니다. 아이작먼 국장은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아르테미스 V를 넘어, 빈번한 유인 및 대형 화물 발사·착륙에 대한 수요를 분명히 밝힙니다. 최소 2개의 발사 사업자와 협력할 것이며, 향후 추가 사업자의 참여도 열어둡니다."
NASA의 이그니션(IGNITION) 행사에서 공개한 달 착륙 계획. NASA 중계 영상 캡처쉽게 말하면, 아르테미스 V까지는 NASA가 직접 만든 SLS 로켓을 사용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SpaceX나 블루오리진 같은 민간 기업이 개발한 재사용 가능한 상용 로켓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입니다. 달 착륙 목표도 '연 1회'에서 '6개월에 1회'로 한층 높아졌습니다. NASA 공식 발표에 따르면 "민간에서 조달한 재사용 가능 하드웨어를 활용해, 처음에는 6개월마다 착륙하고, 역량이 성숙하면 빈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1회 발사에 약 41억 달러가 드는 일회용 로켓에서, 재사용 가능한 민간 로켓으로 전환하는 것. 이것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달 탐사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결정입니다.
달 궤도 우주정거장에서 달 기지로
NASA의 이그니션(IGNITION) 행사에서 공개한 달 기지 구축 프로세스. NASA 중계 영상 캡처아르테미스 V 이후 민간 전환이라는 큰 그림이 그려진 같은 날, 또 하나의 중대한 변화가 발표됐습니다.
이그니션 행사에서 아이작먼 국장은 "게이트웨이를 현재 형태로 중단하고, 달 표면에서의 지속적인 운영을 지원하는 인프라에 집중하겠습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루나 게이트웨이(Lunar Gateway) 전환에 대한 설명자료. NASA 중계 영상 캡처루나 게이트웨이(Lunar Gateway)는 달 궤도에 건설될 예정이던 소형 우주정거장입니다. 오리온 우주선과 달 착륙선이 만나는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며, 달 남극 탐사의 전초기지가 될 계획이었습니다. 유럽우주국(E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캐나다우주국(CSA) 등 국제 파트너들이 참여해, 지구 저궤도 밖에 건설되는 최초의 우주정거장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이미 핵심 모듈의 상당 부분이 제작된 상태였습니다. 전력추진모듈(PPE)은 완성돼 전원 가동 시험까지 마쳤고, 거주·물류 모듈(HALO)은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송돼 최종 조립 단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중단한 걸까요?
게이트웨이 프로그램 매니저였던 카를로스 가르시아-갈란은 이그니션 행사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현재의 게이트웨이 구조를 평가했을 때, 미래 탐사 목표에는 여전히 의미가 있지만, 우리의 1차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 '1차 목표'란 바로 달 표면에 영구 기지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NASA는 이그니션 행사에서 향후 7년간 약 200억 달러(약 28조 원)를 투자해 3단계로 달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달 기지 구축 1단계 상상도. NASA 중계 영상 캡처
추진식 드론 문폴에 대한 설명. NASA 중계 영상 캡처1단계(2026~2028년)는 신뢰성 있는 달 접근 확보에 집중합니다. 무인 착륙선의 발사 횟수를 크게 늘리고, 달 표면의 후보지를 정밀하게 정찰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인제뉴이티(Ingenuity) 화성 헬리콥터의 기술을 계승한 '문폴(MoonFall)'이라는 추진식 드론도 등장합니다. 대기가 없는 달에서 프로펠러 대신 추진제를 이용해 최대 50km를 이동하며 지형을 촬영하는 장비입니다.
달 기지 구축 2단계 상상도. NASA 중계 영상 캡처2단계(2029~2032년)는 초기 인프라 구축 단계입니다. 연 2회 유인 임무를 수행하면서 통신, 전력, 이동 수단을 설치합니다. 일본(JAXA)의 가압 로버, 이탈리아(ASI)의 다목적 거주 모듈, 캐나다(CSA)의 달 유틸리티 차량 등 국제 파트너의 기여가 본격화됩니다.
달 기지 구축 3단계 상상도. NASA 중계 영상 캡처3단계(2033~2036년)는 영구 기지 완성 단계입니다. 거주 모듈에는 환경제어 및 생명유지 시스템이 갖춰져 4명의 승무원이 28일간 체류할 수 있게 됩니다. 달의 표토에서 산소와 수소를 추출하는 현지자원활용(ISRU) 기술도 본격 가동됩니다.
그렇다면 이미 만들어진 게이트웨이 하드웨어는 어떻게 될까요? 이그니션 행사에서 NASA는 완성된 전력추진모듈(PPE)을 화성을 향한 핵전기추진 우주선 '스페이스 리액터-1 프리덤(Space Reactor-1 Freedom)'에 전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SR-1 프리덤 설명 이미지. NASA 중계 영상 캡처2028년 12월 발사를 목표로 하는 이 우주선은 핵분열 원자로로 전기 추진 엔진을 가동하며, 인제뉴이티급 헬리콥터들을 화성에 보내는 최초의 핵추진 행성간 우주선이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핵으로 움직이는 우주선'이라고 하면 1977년 발사돼 지금도 태양계 바깥을 비행 중인 보이저 탐사선을 떠올리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일부 매체에서도 SR-1 프리덤을 소개하면서 보이저의 전력 장치와 혼동하는 사례가 있었는데요. 둘은 '핵'이라는 글자를 공유할 뿐, 원리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보이저호 스펙 설명 이미지. NASA/JPL-칼텍보이저에 실린 장치는 RTG(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입니다. 플루토늄-238이라는 방사성 물질이 자연적으로 붕괴하면서 내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방식입니다.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스스로 뜨거워지는 물질' 옆에 온도차 발전기를 붙여놓은 것으로, '핵 배터리'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출력도 발사 당시 약 470W, 거의 50년이 지난 지금은 약 220W 수준으로, 가정용 전구 몇 개를 켤 정도의 전력입니다.
반면 SR-1 프리덤에 탑재되는 것은 핵분열 원자로입니다. 지구의 원자력발전소를 소형화한 것과 원리가 같습니다. 핵연료의 연쇄 핵분열 반응으로 약 20kW의 전기를 만들어, 그 전기로 이온 엔진을 가동해 우주선을 직접 밀어줍니다. 보이저 RTG의 약 40배가 넘는 출력으로, 단순히 전기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진력까지 얻는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미국이 우주에서 핵분열 원자로를 시험한 것은 1965년 SNAP-10A 위성이 유일한데, SR-1 프리덤이 성공하면 실로 63년 만의 일이 됩니다.
아이작먼 국장은 이그니션 행사에서 게이트웨이의 미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습니다. "달 표면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궤도 전초기지를 향후 재검토하는 것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이 모든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과의 경쟁이 있습니다. 아이작먼 국장은 이그니션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미국인을 달에 돌려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의 경쟁자는 2030년 이전이라고 했습니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연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로 측정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달에서 길을 열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이처럼 격변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이미 달 궤도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 8월 5일 발사된 대한민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KPLO)'는 발사 3년 8개월이 지난 지금도 달 주위를 돌고 있습니다. 원래 1년이었던 임무 기간은 두 차례 연장돼 2027년 12월까지 운영될 예정입니다.
다누리가 이처럼 오래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2025년 9월 24일, 다누리는 '동결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동결궤도란 달의 중력 분포 특성을 이용해 별도의 연료 소모 없이 자연적으로 궤도가 유지되는 타원형 궤도를 말합니다. 다누리는 이 궤도에서 달 표면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지점 60km, 가장 먼 지점 200km를 오가며 달을 관측하고 있습니다.
다누리의 성과 가운데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NASA가 제공한 탑재체 '섀도캠(ShadowCam)'의 관측입니다.
다누리가 섀도캠으로 촬영한 달 남극 섀클턴 분화구. NASA/KARI/애리조나 주립대학교섀도캠은 달의 남극과 북극에 있는 '영구음영지역'을 세계 최초로 광학 촬영하는 데 성공한 특수 카메라입니다. 영구음영지역이란, 태양빛이 영원히 닿지 않는 분화구 내부를 말합니다. 이곳은 평균 영하 180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증발되지 않은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곳입니다. NASA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섀도캠이 보내온 영구음영지역의 고해상도 이미지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유인 착륙지 선정과 로버 임무 분석에 직접 활용되고 있습니다.
섀도캠의 성능은 놀랍습니다. 기존 NASA의 달 궤도 정찰선 카메라(LROC)보다 빛에 대한 감도가 200배 이상 높아, 어두운 영구음영지역 안에서도 직경 5m의 바위가 굴러 떨어진 경로까지 식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달 남극에서 약 26km 떨어진 곳에 있는 마빈 분화구의 일부분. NASA/KARI/애리조나 주립대학교다누리는 섀도캠 외에도 5기의 한국 자체 탑재체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우주항공청이 2025년 8월 발사 3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과에 따르면, 광시야편광카메라(PolCam)는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4번째로 달 전체의 가시광선 지도를 완성했습니다. 고해상도카메라(LUTI)는 2032년 발사를 목표로 하는 한국 달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인 라이너 감마 지역과 섀클턴 크레이터 인근의 고화질 영상을 확보했습니다. 감마선분광기(KGRS)는 달 극지방의 물 분포 추정 지도를 작성했습니다. 이 데이터를 활용한 국내외 학술 논문은 30편 이상 게재됐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다누리가 달 궤도에 진입하게 된 과정 자체에도 아르테미스와의 인연이 깃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당초 다누리는 직접 궤도(직선에 가까운 경로)로 달에 갈 계획이었지만, NASA가 섀도캠 탑재를 제안하면서 무게가 늘어났습니다. 이에 NASA가 WSB 궤적(탄도형 달 전이 방식)에 대한 기술을 지원했고, 다누리는 태양-지구-달의 중력을 이용해 약 150일에 걸쳐 594만km를 비행하는 독특한 경로로 달에 도착했습니다. 시간은 더 걸렸지만 연료를 크게 절약할 수 있었고, 이것이 지금까지 임무를 연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습니다.
K-RadCube 위성 임무 설명. KT SAT 제공그리고 아르테미스 II에도 대한민국의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우주항공청(KASA) 주도로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을 총괄하고,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위성 본체를, KT SAT이 지상국 운영을 맡은 큐브위성 'K-RadCube'가 SLS 로켓에 탑재돼 함께 발사됩니다. 밴앨런복사대(지구를 둘러싼 방사선 벨트)의 우주방사선을 고도별로 측정하고, 방사선이 우주비행사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과학 임무 위성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소자도 함께 탑재돼, 우주 환경에서의 방사선 내성을 검증할 예정입니다.
아르테미스 협정 국가들. NASA대한민국은 2021년 5월 아르테미스 협정에 10번째 국가로 서명했고, 2024년 10월에는 우주항공청(KASA)이 NASA와 아르테미스 연구협약을 체결했습니다. NASA와 이 연구협약을 맺은 국가는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입니다.
달 위의 길을 함께 걷습니다
최원철 기자반세기 만에 인류가 다시 달을 향합니다. 아르테미스 II는 그 첫걸음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그리는 그림은 단순히 달에 다시 가는 것이 아닙니다. 달 궤도를 도는 것에서 달 표면에 머무는 것으로, 탐방에서 거주로. 아르테미스는 인류의 달 탐사를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그 길 위에 대한민국의 다누리가 있고, K-RadCube가 있고, 2032년 달 착륙선을 향한 로드맵이 있습니다. 인류가 달 위에 닦는 이 길에, 우리도 함께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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