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향 전 미 국무부 통역국장. 워싱턴특파원 공동취재단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있었던 3차례 북미정상회담에서 통역을 맡았던 이연향 전 미 국무부 통역국장은 "두 정상 모두 회담에서 굉장히 솔직했다"며 "제 생각에는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이 전 국장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정상회담 분위기와 두 정상의 '케미'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이 전 국장은 "당시 두 정상은 어떻게 해서든 대화를 이어가려는 의지도 있었던 것 같았다"고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 행정부 들어서도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김정은과의 관계가 좋다"고 발언하는 등 조건없는 대화에 열려있음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이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였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그건 맞는 얘기"라고 거들었다.
다만 이 전 국장은 "양측이 '딜'(합의)이 되고 안되고는 복합적인 요소가 들어가는 것이고 또 핵과 관련된 것 등은 둘만의 문제는 아니니까 (회담 분위기와는) 또 다른 얘기"라고 덧붙였다.
이 전 국장은 이화여대 통역대학원 교수를 지내던 2009년 국무부와 인연이 닿았고, 한국계로서 국무부 고위직인 국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서울예고와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한 이 전 국장은 중학생 시절 이란 주재 한국대사관 무관을 지낸 부친 이재우씨(2019년 작고)를 따라 이란에서 살면서 영어를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국장은 통역이 가장 까다롭다고 느낀 대통령으로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꼽았다.
이 전 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이라 문장이 법률 문서같고 문장 하나가 한 문단이 되기도 한다"며 "자기 생각을 여러 문장으로 나누면 맥락과 달리 일부를 빼서 다르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를 붙여서 한 문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생각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제3자가 보기에는 얘기하다가 갑자기 비약을 해서 딴 곳으로 넘어가는데 그렇게 넘어가는 이유, 즉 '연결고리'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 전 국장은 이어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연결고리를 명확히 주지 않으니까 통역할 때는 그런 부분까지 감안해서 듣는 사람이 잘 이해될 수 있도록 빠르게 머리를 쓰면서 통역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국무부에서 '닥터 리'(Dr. Lee)로 통한다는 이연향 전 국장은 정직원 70여명에 계약직 통역사 1천여명을 관리하는 통역국장 자리에 5년여 있었고, 지난달 말 16년 7개월의 국무부 생활을 마치고 은퇴했다.
이 전 국장은 "국무부에서 굉장히 성대한 은퇴식을 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감사장에 친필 서명을 해서 전달해주셨다"고 말했다.
이 전 국장은 자신이 바라본 한미관계에 대해선 "항상 굉장히 굳건하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나라를 보면 굉장히 부침이 심한 언어도 많다. 그래서 미국이 어느 나라와 관계가 가까우면 통역 수요가 많아지고, 소원해지면 수요도 줄어든다"고도 했다.
현재 국무부 통역국에는 한국어 통역사가 정직원 1명에 프리랜서 통역사 명단에 10~15명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