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변리사. 자료사진◇권오철: 요즘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까지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보이지 않는 전장, 바로 '특허'입니다. 기업은 물론 개인의 아이디어까지 이 특허 안에서 보호받고 경쟁하게 되는데요. 오늘은 특허의 세계를 조금 쉽게 들여다보겠습니다. 다담 국제특허법률사무소 김동진 변리사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동진: 안녕하세요?
◇권오철: '특허'라는 단어, 익숙하긴 한데 막상 설명하려면 쉽지 않거든요. 특허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 제도인지 좀 쉽게 설명해주시죠.
◆김동진: 네, 특허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굉장히 친숙합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특허가 뭔지 알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특허가 뭐냐"라고 물어보면 짐작하거나 일부만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허 제도를 간단하게 설명하려면 '독점배타권'과 '공개'라는 두 가지 개념을 함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독점배타권은 쉽게 말해 "나만 쓸 수 있고, 남은 쓸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특허를 받으면 그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사업에서 주도권을 갖거나 이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에게 기술 사용을 허락하거나 특허권을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단점도 있습니다. 바로 기술을 '공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하지만 기술이 공개되면 다른 사람들이 이를 바탕으로 더 발전시키거나 개량할 수 있습니다. 또 중복 연구를 줄이고 전체적인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특허법 1조에서도 발명을 보호하고 장려하며 기술 발전과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결국 특허 제도는 '독점배타권'과 '공개'를 통해 산업 발전을 이루는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권오철: 변리사님께서는 연구원, 특허청 심사관, 그리고 변리사까지 세 가지 경험을 다 하셨는데요. 이 경험을 통해서 특허 제도의 역할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김동진: 네,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말씀드리면 약 25년 전 연구원 시절에는 특허보다는 기술 개발 자체에 에너지를 많이 쏟았던 것 같습니다. 특허 심사관으로 일할 때는 기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등록 요건에 맞는지 판단하는 데 집중했고요. 지금 변리사로서는 발명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 경험의 공통점은 모두 '기술'을 다룬다는 점이고, 차이는 그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최근 연구자들을 보면 특허의 중요성을 매우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기획 단계부터 기존 특허가 있는지, 특허 확보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는데요. 굉장히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요즘은 연구 단계부터 특허 전략이 함께 가는 흐름이군요. 그런데 일반인 입장에서는 "특허는 기업 이야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일상이나 산업에서 특허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례로 좀 설명해주시죠.
◆김동진: 네, 먼저 개인 사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정주부가 다리미의 스팀 기술을 보다가 이걸 청소기에 적용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그 결과 스팀 청소기를 개발하게 되고, 특허를 출원하고 사업에 성공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가정용 필수품으로 자리 잡을 만큼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대표적인 개인 창업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 사례도 하나 말씀드리면, 10여 년 전 공장도 없이 작은 공간에서 두 사람이 시작한 회사가 있었습니다. 이 기업은 연구개발과 함께 특허 확보에도 꾸준히 투자했고, 특허를 기반으로 벤처 인증, 정부 지원, 조달 사업까지 이어지면서 매출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큰 사옥과 직원들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대표는 항상 "어려운 시기에도 특허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권오철: 요즘 기술 패권 경쟁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요. 반도체, 배터리, AI까지 경쟁이 치열한 상황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특허는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십니까?
◆김동진: 이러한 기술들은 최근 급부상하는 분야이고, 기술 발전도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품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시장 주도권이 핵심인데요. 이 과정에서 특허는 기술을 보호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특허의 독점 배타적 효력 때문에 경쟁사의 기술 진입을 막을 수 있고, 기업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같은 분야에서는 핵심 특허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시장 주도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권오철: 결국 특허가 시장 판도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네요. 그렇다면 실제로 기업들이 특허 확보에 이렇게까지 집중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김동진: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면 '생존'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습니다. 엘빈 토플러는 차별적 지식을 먼저 확보한 개인과 기업, 국가가 부를 차지한다고 했고요. 레스터 스로우 교수도 기업과 국가의 생존 전략은 지식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현은 다르지만 결국 의미는 같습니다. 기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고, 특허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특허 분쟁을 겪은 기업들을 보면 승리한 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패배한 기업은 점점 쇠약해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특허는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창과 방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특허를 둘러싼 경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권오철: 우리나라도 흔히 '특허 강국'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까?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김동진: 굉장히 의미 있는 질문인데요. 우리나라의 연구개발비는 GDP 대비 약 5.1%로 전 세계 2위 수준입니다. 또 국제지식재산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특허 출원 규모도 중국, 미국, 일본 다음으로 세계 4위입니다.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고요. 이는 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함께 특허 확보에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또 최근에는 이러한 지표가 계속 상승하고 있고, 기업들도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특허 전략을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권오철: 확실히 성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군요. 현장에서 보셨을 때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특허 전략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김동진: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은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제품으로 구현할지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경진대회를 열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두 번째는 상품 경쟁력입니다.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가격, 기능, 효율, 디자인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특허 명세서에도 반영됩니다.
◇권오철: 아이디어와 상품 경쟁력, 두 축이 함께 가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그런데 실제로 보면 특허의 필요성은 알지만 준비 과정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동진: 며칠 전에도 개인 발명가와 상담을 했는데요. 자신의 발명을 열심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미 몇 년 전에 유사한 발명이 출원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선행기술 검색'의 중요성입니다. 선행기술 검색을 통해 내 발명이 이미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기존 기술을 바탕으로 더 발전된 아이디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 제품이 타인의 특허를 침해하는지 사전에 확인하는 데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검색은 '키프리스(KIPRIS)' 같은 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발명의 '구체성'입니다.
◇권오철: 현장에서 보면 좀 서둘러 출원하려는 경우도 많습니까?
◆김동진: 네, 맞습니다. 간혹 출원을 서두르다 보면 개념만으로 특허를 내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미완성 발명으로 판단돼 산업상 이용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아이디어로 만든 제품이 실제로 구현 가능해야 합니다. 특허를 받았지만 현실에서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법 규정 때문에 제품을 적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아이디어, 구체성, 그리고 시장 적용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권오철: 말씀 듣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도 이해가 됩니다.
◆김동진: 맞습니다.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는 특허가 완성되지 않습니다.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시간이 점점 더 필요하게 됩니다.
◇권오철: 또 하나 많이 듣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특허 하나면 돈 번다" 이런 이야기들인데요. 현장에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동진: 이런 말씀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자신의 발명에 대한 확신과 애착이 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다만 좋은 기술이 곧 사업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가격 경쟁력이나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단일 아이디어가 아니라 상품성과 기술의 융합까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권오철: 그래도 실제로 특허 하나로 크게 성공한 사례도 있지 않습니까?
◆김동진: 네, 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아이디어였지만 꾸준히 특허를 쌓아가면서 기술을 발전시킨 사례들이 있습니다. 이후 투자까지 이어지고 상장 단계까지 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볼 때마다 변리사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권오철: 그렇다면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김동진: 많은 분들이 특허를 출원하면 모두 등록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등록 비율은 100%가 아닙니다.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신규성'과 '진보성'이라는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기존 기술과 동일하면 신규성이 없고,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면 진보성이 부족합니다. 결국 기존 기술보다 명확하게 발전된 기술이어야 특허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권오철: 또 하나 궁금한 부분인데요. 아이디어를 공개했다가 빼앗기는 건 아닐까 이런 걱정도 많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동진: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특허의 반대 개념은 '노하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허는 권리를 받는 대신 기술을 공개해야 하고, 노하우는 공개하지 않는 대신 법적 보호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예를 들어 레시피를 특허로 공개하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지만, 비공개로 유지하면 영업 비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카콜라 원액입니다. 따라서 기술 성격에 따라 특허로 갈지, 노하우로 갈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권오철: 최근에는 AI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요. AI가 만든 발명도 특허가 가능합니까?
◆김동진: 현재 기준에서는 AI는 발명가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특허법은 발명 주체를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AI는 발명 과정에서 매우 유용한 도구입니다. 정보 탐색이나 자료 정리 등에서는 이미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권오철: 마지막으로 아이디어를 가지고 계신 청취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동진: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복권 당첨의 꿈은 복권을 산 사람만 꿀 수 있다." 아이디어를 생각만 하면 그대로 끝나버립니다. 하지만 구체화하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전문가와 상담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내 아이디어가 최고라는 생각은 조금 내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때 기술은 더 완성도 있게 발전합니다.
◇권오철: 기술 경쟁의 시대지만 출발은 결국 한 사람의 아이디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아이디어를 지켜주는 제도, 바로 특허인데요. 오늘은 다담 국제특허법률사무소 김동진 대표 변리사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동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