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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15분 앞두고 진격한 군인들…살아 남은 이들의 또 다른 전쟁[왓더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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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모든 작품은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믿습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공개된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번 편에선 넷플릭스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와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HBO 다큐멘터리 '전쟁의 상흔 1861-2010'을 소개합니다.

[영화 vs 다큐멘터리]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vs 다큐멘터리 '전쟁의 상흔 1861-2010'
애국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된 무의미한 죽음
살아 돌아왔지만…계속되는 악몽과 죄책감

좌측부터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드는 이란의 미사일. 연기 피어오르는 이란 테헤란. 연합뉴스좌측부터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드는 이란의 미사일. 연기 피어오르는 이란 테헤란.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이 사실상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민간인을 포함한 사상자도 늘어나고 있다.

CNN은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전역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3천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이란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중적 공습으로 최소 2400여 명이 숨졌고, 이스라엘에서도 방공망을 뚫은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명분을 떠나 전쟁은 결국 희생을 부른다.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담아내고 전후에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는 이들의 삶을 조명한 넷플릭스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와 쿠팡플레이에서공개된 HBO 다큐멘터리 '전쟁의 상흔(Wartorn) 1861-2010'을 통해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은 전쟁의 상처를 짚어본다.

애국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된 무의미한 죽음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넷플릭스 제공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넷플릭스 제공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서부 전선에 합류한 17살 파울 보이머(펠릭스 카머러). 그는 전쟁 3년 차에 부모 몰래 친구 세 명과 함께 독일군에 자원입대한다. 조국을 위해 싸운다는 기대 속에 파울은 마침내 전선에 배치된다.

하지만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총탄과 밤새 이어지는 포격, 곳곳에 널린 동료들의 시신은 그의 자신감을 단숨에 무너뜨린다. 참혹한 참호에서 살아남은 한 동료는 파울에게 말한다.

"개에게 뼈다귀를 주면 뼈다귀를 물어뜯지. 인간에게 권력을 주면 그 인간은 짐승이 돼."

결국 파울은 함께 입대한 친구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차례로 목격한다. 끝날 듯 보였던 전쟁은 장기화되고 그의 일상도 점차 무너진다.

마침내 휴전 협상이 진행되지만, 항복은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한 프리드리히(데비드 슈트리조) 장군의 명령으로 병사들은 다시 전선에 투입된다. 파울도 살아남기 위해 한 프랑스 병사를 살해하지만 그의 품에서 가족사진을 발견한 뒤 깊은 죄책감에 빠지고야 만다.

마침내 휴전 협상이 이뤄지지만, 프리드리히 장군은 불과 15분을 남겨둔 시점에서 진격 명령을 내린다. 파울은 전쟁이 끝나기 1분 전에 끝내 목숨을 잃고야 만다. 연출을 맡은 에드워드 베르거 감독은 영화 말미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덧붙였다.

"이곳에서 300만 명이 넘는 병사가 사망했다. 고작 몇 백m 땅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였다."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넷플릭스 제공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넷플릭스 제공
작품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95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비롯해, 미술상, 음악상, 촬영상 등 4관왕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베르거 감독은 "독일의 관점에서 영화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웠다"며 "축구장 10개가 들어갈 정도로 거대한 진흙밭을 구현했다.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임스 프렌드 촬영감독도 "참호 안에 배우 한 명이 아닌 6명이 들어가고 엑스트라 100명을 지나치기도 했다. 그 와중에 폭탄도 터지고 비도 오고 총도 들어야한다"며 "수백 명의 엑스트라가 의상을 입히고 분장을 해서 내보내야 했다. 고생하지 않은 팀이 없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영화 서부 전전 이상 없다. 에드워드 베르거 감독 연출. 148분. 청소년관람불가.

한줄평: 말 한마디에 진행된 무의미한 전투.

살아 돌아왔지만…계속되는 악몽과 죄책감

다큐멘터리 '전쟁의 상흔 1861-2010'. HBO 영상 캡처다큐멘터리 '전쟁의 상흔 1861-2010'. HBO 영상 캡처
1861년 미국 남북 전쟁 당시 앤절로 크랩시는 18세 나이에 북군에 입대했다.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조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고향으로 돌아간 병사들을 '겁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참전 1년 뒤 전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완전히 달라진다.

"지난날의 즐거웠던 기억들이 이제는 꿈처럼 느껴져.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광경을 수도 없이 목격했네. 하루는 종일 시신을 묻기도 했지."

극심한 외로움을 경험한 앤절로는 "군인이 아니면 전쟁의 고통을 상상도 못 할 것"이라며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전쟁으로 망가져 가는지"라고 탄식한다. 이후 고열과 섬망 증세로 전역 판정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에 이른다. 그의 나이 21살이었다.

참전 군인들이 PTSD 진단을 받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50년이 지난 뒤였다. 당시에는 '전투 피로증'으로 불리며 낙인의 대상이 됐기에 많은 이들이 드러내기를 꺼렸다. 상당수 군인들은 결국 정신병원에 수용됐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전쟁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노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악몽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전쟁은 사람을 바꿔요. 전쟁터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바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저는 완전 미치광이가 돼서 돌아왔어요." -알 메어 중위

현대전에 투입된 군인들도 PTSD 증세를 호소한다. 존 브랜들리 월터 리드 육군 병원 정신 의학과장은 "대표적인 증상은 불안, 긴장, 예민함으로 인한 과잉 각성 상태"라며 "전쟁에서 상처 없이 돌아오는 사람은 없다. 인간 생명에 대한 연민이 전혀 없지 않은 한 대부분은 평생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전쟁의 상흔 1861-2010'. HBO 영상 캡처다큐멘터리 '전쟁의 상흔 1861-2010'. HBO 영상 캡처
이라크 작전 총사령관을 지낸 레이먼드 오디에어노 대장은 "군에 오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강해져야 한다고 배우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기 쉽지 않다"며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누구도 예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출을 맡은 엘렌 구센버그 켄트와 존 알퍼트 감독은 참전 군인들의 증언을 통해 뒤틀린 일상과 그 여파를 전한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이어지는 개인의 고통,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이 겪는 상처를 함께 조명하며 끝나지 않은 전쟁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작품은 이같은 메시지를 남긴다.

"교도소에 수감된 장병 중 39%가 PTSD 판정을 받았다."

HBO·쿠팡플레이 다큐멘터리 전쟁의 상흔 1861-2010. 엘렌 구센버그 켄트와 존 알퍼트 감독 공동 연출. 68분. 15세 이상 관람.

한줄평: 전쟁은 끝났지만, 기억은 여전히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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