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을 근거로, 다양한 직종의 돌봄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현실을 고발하며 정부가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진짜 사장'이라고 주장하고, 거듭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7일 '돌봄 노동자의 진짜 사용자, 누구인가'를 주제로 원청교섭 요구 간담회를 열었다. 릴레이 기자간담회의 첫 번째 순서다.
현장에는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시설 노동자, 아이돌봄사, 노인생활지원사 등 다양한 직종의 돌봄 노동자들이 참석해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겪는 열악한 노동 현실을 고발했다.
돌봄 노동자들이 소속 기관이 아닌 정부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핵심 이유는 이들의 임금과 근로조건, 인력 운영 기준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결정하는 주체가 정부 부처와 지자체라는 판단에서다.
장기요양기관, 사회복지시설, 아이돌봄 서비스 등 대다수의 돌봄 현장은 대부분 민간에 위탁되어 운영되지만, 운영 예산 편성과 인건비 가이드라인, 각종 사업 지침은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교육부 등 소관 부처가 쥐고 있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지적이다.
그 한 예로 복지부의 경우, 요양수가와 인건비 비율을 고시해 노동자들의 임금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어르신 2.1명당 1명 등 세부적인 고용 인원 비율을 제한한다는 점 등이 제시됐다.
윤창원 기자이로 인해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해도 사측은 권한이 없다는 핑계만 되풀이한다고 호소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사회복지시설 노동자는 사측이 늘 "정부 기준이라 어쩔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했다. 아이돌봄사 역시 소속 센터가 단체교섭에 나와 "우리는 아무런 권한도 없다. 우리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토로했다.
보육대체교사 문제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각 지자체 소관 또는 육아종합지원센터 소관이다"라고 선을 그었고, 지자체와 육아종합지원센터는 "교육부에서 정한 사업안내서대로 집행할 뿐이다"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주노총 산하 5개 돌봄 단위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돌봄 공동교섭단'을 구성하고, 지난 10일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교육부 장관에게 '공동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요구 의제는 임금체계 및 적정 임금 보장, 고용안정 및 직접고용 확대, 노동조건 개선, 노동안전 및 작업환경 개선,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 5가지다.
지난 10일 기준 교섭 요구 대상은 정부 부처와 지자체를 포함해 총 54개 원청과 9개 돌봄 기관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제반 기준을 관장하는 보건복지부(14곳), 성평등가족부(1곳), 국가보훈부(1곳), 시군구 지자체(37곳), 공단(1곳), 센터 등 기관 9곳 등이다.
이들은 부처 간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범정부 공동교섭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오는 21일 청와대 앞에서 돌봄노동자 대회를 열고 7월 초에는 원청교섭 쟁취를 위한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반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 따라 정부가 무조건적인 사용자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법령이나 조례가 정한 근로조건 기준, 국회의 심의 및 의결을 받은 예산의 집행, 국가 또는 자치단체 산하기관에 대한 일반적 지도·감독 수준에 그칠 경우 정부의 사용자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안전 강화 기관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정부는 공공부문의 모범 사용자로서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지원하는 등 대화와 협력에 나서겠다는 협조적 의사를 내비쳤다. 노동부는 지침에 따라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성실히 교섭에 임할 것이며,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낮더라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공공부문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실효적 방안을 협의하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앞으로도 개정 노조법 취지를 현장에 구현하기 위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선도적 노사관계 모델을 구축해 현장의 신뢰를 쌓고 민간부문으로의 확산을 위한 주춧돌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계획"이라며 "노동계도 공공부문 노동자의 처우 개선 등을 위한 실효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적극 참여·소통해 줄 것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노동계 역시 다각도의 교섭 방식과 전략을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전호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날 질의응답에서 원청 교섭과 노정(노동계-정부) 협의를 병행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밝혔다.
전 부위원장은 "교섭으로 다뤘을 때는 의제나 교섭 형태에 있어서 상당히 경직된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반대로 "노정 협의로 진행했을 때는 폭넓은 의제와 교섭 구조 형태에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충분한 논의 없이 (법적 판단을 통한)판례가 쌓인다면 전체 공공 부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섣부르게 법률적 판단을 구하기보다는 협의와 선례 축적을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