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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데 물건이라니…반려동물과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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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 오피니언]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6년 3월 16일(월) 오후 5시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김정은 변호사(법무법인 결)

<시사매거진 제주>, 김정은 변호사
여전히 '물건'인 반려동물…종량제 봉투 배출이 원칙인 현행법
민법은 '물건', 동물보호법은 '장례 대상'
'동물은 물건 아니다' 개정안은 폐기…손해배상 등 얽힌 법적 딜레마
법보다 앞서가는 사회…'생명에 대한 책임 지는 성숙한 반려 문화가 먼저'

김정은 변호사(법무법인 결)김정은 변호사(법무법인 결)
◇류도성> 오늘 주제가 반려동물과 법입니다. 변호사님도 반려견과 관련해서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정은> 지금도 반려견 '봉우리'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만, 그 전에 먼저 함께 했던 친구가 있어요. '봉비누'라는 이름의 반려견이었는데요. 2020년 3월에 떠났습니다. 비누는 제가 입양해서 13년 정도 함께 했던 친구였는데요. 당시 저는 제주에서 일을 했고, 비누는 부산에 계신 부모님과 함께 지냈거든요. 나이가 많아지면서 언젠가는 보내야 한다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그 순간이 오니까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해도 안되더라고요. 
 
◇류도성> 부산이면 대도시라 반려동물 관련 제도나 환경이 조금 나았을 것 같기도 한데요. 당시 상황은 어땠습니까. 
 
◆김정은> 대도시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법적으로 보면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거든요. 현행법 체계 내에서는 반려동물의 사체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는 것이 원칙적인 처리 방식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동물병원이나 민간 장묘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지만, 엄밀히 말하면 법은 여전히 '폐기물 처리'에 가까운 구조입니다. 
 
그래서 저도 당시 마지막을 좀 제대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결국 병원에 맡길 수밖에 없었어요. 법률가인 저도 그 순간에는 '법이 정한 틀 안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그 감정이랄까.. 미안함 같은 것이 지금도 마음 한쪽에 남아 있습니다. 
 
◇류도성> 그 말씀을 들으니 궁금해지는데요. 우리 법에서는 반려동물을 어떻게 보고 있는 건가요? 
 
◆김정은> 많이들 알고 계시기도 하지만, 또 여전히 많은 분들이 놀라는 지점인데요. 현재 우리 민법 체계에서는 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으로 취급됩니다. 민법 제98조가 물건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데, 그 규정에 따르면 동물 역시 재산의 일종으로 분류됩니다. 그래서 법적으로는 반려동물 역시 자동차나 가구와 같은 재산적 객체의 성격을 가지게 됩니다. 
 
이 구조 때문에 여러 법적 문제들이 파생되는데요. 예를 들어 반려동물이 사고를 당했을 때 손해배상을 논의할 때도 기본적인 법적 틀은 '물건 손해'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또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때 사체를 처리하는 문제 역시 법적으로는 폐기물 처리 체계 안에서 설명되고요. 
 
◇류도성> 그런데 요즘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법이 현실과 좀 어긋나는 느낌도 드는데요. 
 
◆김정은> 맞습니다. 그런데 또 흥미로운 점이 있어요. 우리 법 체계 안에서도 모든 법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민법에서는 여전히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만, 다른 법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동물보호법입니다. 동물보호법에는 '동물 장묘시설'제도가 명시적으로 존재하거든요. 일정한 기준을 갖춘 시설에서 반려동물의 화장이나 장례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법이 별도의 제도를 만들어 둔 상태입니다. 
 
◇류도성> 그래서 제주에도 최근 공설 동물 장묘시설이 생겼죠? 
 
◆김정은> 애월읍 어음리에 공설 동물 장묘시설이 들어섰어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큰 의미가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낼 때 죄책감을 느끼거나 어쩔 수 없이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했다면, 이제는 적어도 제대로 작별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셈이니까요. 
 
◇류도성> 법적으로 좀 흥미로운 지점인 것 같아요. 한쪽 법에서는 동물을 여전히 물건으로 취급하고, 다른 법에서는 장례를 치르는 종존재로 인정하고, 같은 대한민국 법체계 안에서 서로 다른 시대가 공존하는 것 같은데요? 
 
◆김정은> 저도 그렇게 느낍니다. 저는 이걸 보면서 우리 사회가 단순히 법보다 앞섰다거나, 법이 뒤쳐진다기보다는, 법안에서도 변화의 속도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민법은 아직 과거의 틀을 유지하고 있고, 동물보호법은 그보다 한 발 앞서 새로운 현실을 반영하려고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류도성> 그래서인가요. 2021년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라는 민법 개정 논의가 있었잖아요? 
 
◆김정은> 맞습니다. 당시 정부가 민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넣는 방안이 논의됐었어요.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았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말씀드리면 그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2024년에 자동 폐기됐고요, 그리고 지금 2026년 현재까지도 이 문제는 여전히 입법단계에 있습니다. 
 
◇류도성> 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내용 같은데, 왜 이렇게 진전이 없는 걸ᄁᆞ요? 
 
◆김정은> 당연히 반려인들과 비반려인들간의 생각 차이가 있다고 하고요, 또 법이라는 것이 선언적인 문장 하나 들어갔다고 끝날 수 없죠. 법 체계 전체와의 연결이 되어야 하니까요. 예를 들어서,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반려동물이 사고를 당했을 때 손해배상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도 달라집니다. 기본적으로 재산적 손해 개념이지만, 생명 가치까지 고려하게 되면 배상 기준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하니까요. 
 
또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채권자는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할 수 있는데 동물이 물건이 아니면 재산적 가치를 가지는 소나 돼지, 말처럼 전혀 압류할 수 없게 되기도 하고요. 어떤 면에서는 재산적 가치를 가지는 가축들이 있는데, 이 부분이 완전히 새로운 법체계가 마련되어야 하죠. 그래서 국회에서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류도성>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또 그 마음이 분명히 커졌을 텐데, 이걸 어떻게 법 제도에 반영할 것인가는 아직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법의 변화가 더딘 걸까요? 
 
◆김정은> 저도 그 부분이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사회를 앞서나간 판례나 법들이 세상을 한 번씩 크게 변화시킨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예를 들면 딸들에게도 공평하게 나눠주는 상속법 변경이나, 호주제 폐지 같은 경우는 시대도 변했지만, 법이 살짝 앞서서 사회를 많이 바꾼 것 같거든요. 
 
그런데 반려동물의 문제는, 사실 법으로 바꾸기에는 일정 부분 한계는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법보다 문화와 책임의 문제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법이 동물을 물건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문제보다 더, 우리가 먼저 동물을 물건처럼 대하지 않는 문화가 있어야 할 것 같고요. 반려동물과 함께 한다는 것은 단순히 귀여운 존재와 함께 한다는 쾌락이나 만족감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는 일이잖아요. 그리고 그 책임에 대해서 모든 반려인들이 비슷한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는가, 그건 또 아닌 것 같아요. 또 그걸 강요할 수도 없고요. 또 어떤 분들은 너무 나가신 분들이 있기도 하고요. 
 
◇류도성> 오늘 말씀을 들으니, 법과 사회의 변화가 꼭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정은> 그렇죠. 저도 6년 전 비누를 보내던 순간에는, 제주에 이런 장묘시설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법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의 모습은 이미 많이 변하고 있고요. 저는 그 변화가 결국 언젠가는 법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사람의 마음의 태도가 먼저 바뀌어야 사회도 바뀌고 법도 바뀌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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