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즈타바, 권력·돈·군사력 모두 있었는데 순교자 서사까지 얻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 이후, 이란 전문가 회의는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후계자로 선출했다. 공식 직함 없이 수십 년간 아버지의 그림자 속에서 활동해온 인물이 단숨에 이란 최고 권력자로 떠오른 것이다.
마영삼 전 대사는 "모즈타바는 1989년 아버지가 최고 지도자가 된 이후 단 한 번도 공식 직함을 갖지 않았다"며 "이른바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슬람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의 실질적 관리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란 국영기업 '세타드'를 통해 막대한 비자금도 관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마 전 대사는 "권력, 돈, 군사력 이 세 가지를 모두 장악한 인물"이라며 "워낙 강경한 성향이기 때문에 미국이 가장 피하고 싶었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가 회의의 선출 과정에서 수차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오히려 그 발언이 이란 내부의 결집을 부추겼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가족을 모두 잃은 '순교 서사'가 모즈타바에게 일정한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 전 대사는 "부인과 자녀까지 잃은 상황에서 적대감이 강하게 표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왕정을 무너뜨렸는데…'세습' 택한 혁명수비대, 민심은?
이번 세습 선출은 이란 혁명의 정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에서 국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란은 1979년 샤의 왕정을 무너뜨리고 신정 체제를 수립했으며, 하메네이 스스로도 유언장에 "세습을 시키지 말라"고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마 전 대사는 이란의 통치 구조에 대해 "대통령, 국회, 사법부의 삼권분립 위에 최고 지도자가 존재하며, 대통령을 해임할 수도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 구조 아래 혁명수비대는 수십 년간 군사력과 정
치 권력을 동시에 확대해왔다.
이번 세습 결정을 주도한 것도 혁명수비대였다. 마 전 대사는 "혁명수비대가 강경 노선을 대표하고 이끌어갈 인물로 모즈타바를 낙점하고 선출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고 전했다. 이에 많은 이란 국민들이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세웠는데 다시 세습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반감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 당장 대규모 저항이 표면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마 전 대사는 "전쟁 상황에서는 세습에 대한 불만이 있더라도 외부의 강한 적 앞에서 내부 결집력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은 일단 밀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란 미사일 발사대 40% 남았지만…버티기로 끝까지?
현재 이란의 군사적 상황도 심상치 않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으로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는 약 40% 수준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즉시 발사대 위치를 파악해 정밀 타격하는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마 전 대사는 "이란이 미사일을 숨겨뒀다 해도 언제,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며 "현재 속도라면 일주일 내로 상당 부분이 파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이란은 인구 9천만 명에 자원도 풍부한 큰 나라이기 때문에 6개월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것은 '공격'이 아닌 '버티기'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르시아 제국의 역사적 자부심도 변수다. 마 전 대사는 "이란 국민들은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을 다시 실현하겠다는 욕망이 상당히 강하다"며 "그것이 이란의 내구력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GCC 국가들의 배신감…전후 중동 질서 재편되나
이번 전쟁은 중동 지역 외교 지형에도 큰 균열을 낳고 있다.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이란의 이번 행보에 크게 실망한 분위기다. 오만처럼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온 국가들조차 공격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마 전 대사는 "GCC 국가들은 수니파 중심이지만 시아파 이란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며 "그런데 이번에 이들 국가마저 공격하는 것을 보고 굉장한 배반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이 국가들이 이란과의 협력을 꺼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란으로서는 극도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았던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마 전 대사는 "이란이 상당한 외교적 모험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협상의 기술', 전쟁터에서도 통할까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전략을 둘러싼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핵 위협 제거, 정권 교체, 드론·미사일 위협 등 여러 메시지를 동시에 쏟아내면서 국제사회는 물론 동맹국들도 미국의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마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방식으로 협상을 풀어가는 경향이 있다"며 "그것이 그의 협상 기술이고, 지나고 보면 자신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었던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쿠르드 민병대 참전 지지 발언은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었다"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며칠 뒤 이를 번복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셈법도 중요한 변수다. 마 전 대사는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 트라우마와 이란의 '이스라엘 제거' 발언으로 인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트럼프와 네타냐후 총리는 상당 부분 의견이 일치하지만, 출구 전략에서는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