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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의 마지막 얼굴, 양조위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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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마지막 홍콩배우 양조위'
'중경삼림'부터 '무간도'까지, 40년 연기 인생

한겨레출판 제공한겨레출판 제공
홍콩영화의 가장 찬란한 시절을 떠올릴 때 빠지지 않는 얼굴이 있다. 말을 아끼는 눈빛, 절제된 감정, 그리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고요한 존재감. 배우 양조위다.

주성철 영화평론가가 쓴 평전 '마지막 홍콩배우 양조위'는 이 배우의 40년 연기 인생을 통해 홍콩영화의 흥망을 함께 따라가는 책이다. 홍콩영화의 황금기부터 현재까지, 양조위라는 배우가 어떻게 시대의 얼굴이 되었는지를 방대한 자료와 영화 분석으로 풀어낸 평전이다.

양조위의 배우 인생은 우연처럼 시작됐다. 어린 시절 친구였던 주성치와 함께 TVB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혼자 합격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1980년대 홍콩 TV 드라마의 전성기 속에서 그는 유덕화 등과 함께 '오호장'이라 불리며 청춘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책은 단순한 스타의 탄생보다, 가난한 어린 시절과 가족사 속에서 형성된 그의 내면을 강조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집을 떠난 이후, 말보다 침묵을 먼저 배우게 된 경험이 훗날 그의 연기 스타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영화 '중경삼림'(1994)영화 '중경삼림'(1994)
영화로 활동 영역을 넓힌 이후 양조위는 아시아 거장 감독들과 만나며 배우로서의 깊이를 확장했다.

대만 뉴웨이브의 대표 감독 허우샤오시엔의 영화 '비정성시'에서 그는 말을 하지 못하는 사진사를 연기하며 눈빛만으로 시대의 비극을 표현했다. 이후 오우삼의 영화 '첩혈가두'에서는 비극적 영웅의 얼굴을 보여주며 배우로서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저자는 이 시기를 "청춘 스타에서 배우로 변모한 결정적 순간"으로 평가한다.

양조위의 연기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왕가위 감독과의 만남이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중경삼림',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 등은 홍콩영화의 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특히 말보다 눈빛과 침묵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그의 연기는 홍콩 반환을 앞둔 시대의 불안과 고독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읽힌다.

2000년대 이후 홍콩영화 산업이 침체를 겪는 가운데서도 양조위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경찰과 범죄자의 정체성이 교차하는 '무간도'에서는 깊은 내면 연기를 선보였고, '색, 계'에서는 파격적인 악역을 맡았다. 이어 '일대종사'에서 무술가 엽문을 연기하며 또 다른 연기 세계를 보여줬으며, 최근에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통해 할리우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영화 '일대종사'(2013)영화 '일대종사'(2013)
저자는 양조위를 "홍콩영화의 정신을 이어가는 마지막 배우"로 규정한다. 화려했던 홍콩영화의 전성기는 지나갔지만, 양조위라는 배우가 여전히 그 시절의 정서와 미학을 현재로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홍콩배우 양조위'는 한 배우의 삶을 따라가며 홍콩영화의 역사와 감정을 함께 되짚는 기록으로 읽힌다.

 
주성철 지음 | 한겨레출판 | 4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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