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표출되고 있는 모습. 황진환 기자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붉은 말의 해에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6000선 기대감까지 커지는 가운데, 최근의 강세는 지난 1년여 동안 이어진 기록 행진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사상 첫 5000선 돌파와 시가총액 4천조원 시대 개막, 연간 상승률 세계 1위까지. 지난해 1월부터 코스피가 세운 주요 신기록을 되짚어봤다.
탄핵 후 바닥에서 5500까지…10개월 만에 2.4배 뛴 코스피
지난 12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500선을 돌파했다. 불과 10개월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준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4월 9일 2293.7포인트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탄핵심판 선고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며 선고일로부터 5일 만에 바닥을 찍은 것이다. 이후 지수는 상승 흐름으로 돌아섰고, 약 10개월 만에 5500선을 돌파하며 저점 대비 약 2.4배 급등했다.
분위기 반전의 신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났다. 지난해 6월 20일 코스피는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회복하며 장기 박스권을 벗어났다. 이후 1·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주주가치 제고와 자본시장 개선 기대가 커지며 지수는 3100선과 3200선을 잇달아 넘어섰다.
상승 속도는 4분기 들어 더욱 빨라졌다. 코스피는 3000선을 돌파한 지 약 4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겼다. 이어 약 석 달 만에 5000선까지 돌파하며 국내 자본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최근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코스피는 지난 12일 5500선을 넘어섰으며, 시장에서는 6000선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코스피 6000도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며 "7000선에 도달할 경우 한국 증시가 프리미엄 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의 전망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JP모건은 코스피 목표치를 7500선으로 제시했고, NH투자증권은 7300까지 제시했다.
한 분기 만에 천포인트가 오른 것은 이례적인 흐름으로, 정책 기대와 금리 인하 기조, 풍부한 유동성이 동시에 작용한 '초고속 랠리'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시총 4천조 돌파·상승률 75%…세계 최고 성과
지수 상승은 시장 규모 확대와 성과 기록으로 이어졌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3천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 16일 사상 처음으로 4천조원을 돌파했다. 이날 장 마감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4004조 8798억원으로 집계됐다.
1956년 12개 종목, 시가총액 150억원 규모로 출범한 한국 증시는 70년 만에 4천조원 시장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시가총액은 전년 대비 1515조원이 늘어나며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성과도 글로벌 최고 수준이었다. 코스피는 지난해 연간 75.6% 상승하며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 지수를 크게 웃도는 상승폭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30% 넘게 오르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열기는 개인 자금 유입에서도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1억 2만여 개로, 한 달 만에 약 173만 개 늘었다. 투자자 예탁금도 103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고치 뒤의 그림자…변동성·빚투 동반 확대
연합뉴스
가파른 상승세만큼 시장의 불안 요인도 함께 커지고 있다. 올해 2월 들어 11일까지 8거래일 기준 코스피의 일간 변동성은 3.97%로 집계됐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약 4배 확대된 수준이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이 정점이었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월중 변동성이다. 최근 장중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면서 고점 부담과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수 상승 기대 속에 '빚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29일 30조원을 돌파한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며, 이달 9일 기준 31조 6077억원까지 확대됐다. 불과 일주일여 만에 약 1조 6천억원이 늘어난 규모로, 사실상 사상 최고 수준이다.
신용투자가 늘어나면서 반대매매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신용융자로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가 담보비율을 맞추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한다. 지난 9일 반대매매 규모는 359억원으로 올해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스피가 4000선 아래로 밀리며 조정을 받았던 지난해 11월 25일(373억원)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반대매매 규모는 165억원으로, 전월 평균(102억원)보다 61.7%, 전년 평균(71억원)과 비교하면 132.3% 증가했다. 반대매매가 크게 늘었던 지난해 11월 평균(149억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시장 상승 기대 속 레버리지 투자까지 확대되면서, 지수 변동 시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기록 행진을 이어온 코스피는 이제 또 다른 시험대에 올라 있다. 상승 기대와 함께 과열 부담도 커지고 있는 만큼, '붉은 말의 질주'가 이어질지, 아니면 숨 고르기에 들어갈지 시장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