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그를 버렸지만…'추모 헬멧' 우크라 선수, 메달 대신 훈장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가 전쟁 희생자를 헬멧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가 전쟁 희생자를 헬멧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가 '추모 헬멧' 착용 문제로 올림픽 출전이 금지된 스켈레톤 국가대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헤라스케비치에게 우크라이나 내 두 번째로 높은 훈격인 '자유 훈장(Order of Freedom)'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향한 이타적인 봉사와 시민적 용기, 자유와 민주적 가치를 지키려는 애국심을 기려 이 훈장을 전한다"고 밝혔다.

헤라스케비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희생된 우크라이나 운동선수 24명의 이미지가 새겨진 추모 헬멧을 쓰고 올림픽 연습 주행에 나섰다. 이에 IOC는 헤라스케비치의 헬멧이 올림픽 경기장 내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착용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헤라스케비치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대회 참가 자격을 박탈당했다. IOC는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이 헤라스케비치를 직접 만나 설득하는 등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으나, 그가 타협안을 거부해 참가 자격을 박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IOC의 결정 직후 SNS를 통해 "올림픽은 침략자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멈추는 데 기여해야 한다"며 "용기를 갖는 것은 어떤 메달보다 값지며, 우리는 그가 한 일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선수와 코치 660명이 사망했음을 언급하며, 개인중립선수 자격으로 출전 중인 러시아 선수들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인사들과 체육계의 비판도 이어졌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IOC는 우크라이나 선수를 막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명성을 막은 것"이라며 후세가 이 순간을 수치로 기억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인 블라디미르 클리치코(Wladimir Klitschko) 역시 "살해된 선수들을 추모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IOC를 강력히 비판했다.

현지 여론은 헤라스케비치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홈페이지 메인 배너에 그의 사진을 게시했으며, 키이우 시민들은 "헤라스케비치가 정치 선전이 아닌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며 "선수 경력을 희생하면서까지 신념을 지킨 헤라스케비치가 자랑스럽다"고 응원을 보내고 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