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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침묵으로 대응한 군인들…1991년 '애국군인 사건'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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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호 회고록 '소극적 저항', 군 민주화의 출발

하마터면 제공하마터면 제공
1991년, 군복을 입은 청년들이 한 장의 신문을 만들었다. 군인이기 이전에 양심을 가진 시민으로 살고 싶다는 이유였다. 그 선택의 대가는 혹독했다. 보안사의 연행, 국방부 영창, 그리고 대전교도소 독방. 35년이 흐른 지금, 그 시절의 기록이 한 권의 책으로 복원됐다. 서재호의 회고록 '소극적 저항'이다.

이 책은 1991년 부산에서 발생한 이른바 '애국군인 사건'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가 외면해 온 군 내부의 민주주의 사각지대를 조명한다.

'애국군인 사건'은 1990년 보안사 민간인 사찰 폭로 이후 위기에 몰린 국군기무사(개칭)가 조직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용공 사건 조작을 시도한 사건이다.

동아대 동아리 출신의 군인·청년들은 군 민주화와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유인물 '애국 군인'을 제작·배포했지만, 기무사는 이를 좌익 용공 활동으로 조작해 1991년 이들을 체포·구속했다. 서재호 등은 고문 수사 끝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그러나 2003년 국가기관은 이 사건이 조작된 사건임을 인정했고, 관련자들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공식 복권됐다.

저자는 그 시간을 영웅담이나 투쟁사로 재현하지 않는다. '소극적 저항'이 기록하는 것은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부당한 명령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침묵하되 방관하지 않는 선택, 따르지 않되 폭력으로 맞서지 않는 결단이 어떻게 민주주의의 최소선을 지켜냈는지를 차분하게 증언한다. 이 책에서 '소극적 저항'은 회피가 아니라 윤리적 브레이크에 가깝다.

특히 이 회고록이 다시 쓰이게 된 계기는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 사태다. 국회 앞에 배치된 젊은 장병들의 망설이는 얼굴을 보며, 저자는 35년 전 자신의 청춘을 떠올린다. 그리고 딸 '유월'의 질문을 통해 그동안 봉인해 두었던 기억을 풀어낸다. 부녀의 대화는 개인의 트라우마를 넘어, 국가 폭력이 한 개인과 가족, 그리고 다음 세대에 남기는 흔적을 현재형으로 불러온다.

책에는 저자가 수감 생활 중 만났던 동료 양심수들의 목소리도 담겼다. 좁은 독방을 사이에 두고 나눈 인사, 함께 부른 노래, 서로를 '동지'라 부르며 버텨냈던 시간들은 이념의 경계를 넘어 인간적 연대가 어떻게 치유의 힘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그 시절의 고통을 지워야 할 상처가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정직한 삶의 흔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한다.

'소극적 저항'은 민주주의는 언제든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으며, 그때마다 역사를 지탱하는 작은 힘들을 이야기 한다.

서재호 지음 | 하마터면독립출판협동조합 |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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