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올해 임금인상 요구율을 7.3%로 요구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을 막고, 노동자 가구의 구매력을 높여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한국노총은 9일 오후 제115차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2026년 임금인상요구율'을 이같이 확정했다고 밝혔다. 월 정액급여 기준 32만 3408원 인상이다.
이날 결정한 임금 인상 요구안은 앞으로 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사측과 각자 임금 교섭에 나설 때 요구할 임금 인상률을 정하는 지침으로 쓰인다.
한국노총은 이번 인상안을 표준생계비를 충족하기 위한 기본 인상분 4.3%에 실질임금 보전분 1.5%, 연대임금 조성분 1.5%를 더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기본 인상분 4.3%는 정부와 한국은행 등 국내외 6개 주요 기관의 2026년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1.9%)와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평균(2.0%)을 합산한 수치를 기초로, 목표 생계비 충족률 94%를 달성하기 위해 책정됐다. 여기에 고물가로 인한 생계비 부담을 덜기 위한 실질임금 보전분과 임금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연대임금 조성분이 추가됐다.
한국노총은 올해 경제 상황에 대해 "한국경제는 트럼프 정부의 신관세 정책에 따른 글로벌 통상 질서 재편과 주요국 간 무역 마찰 심화, 내수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저성장 국면 속에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과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된 민생 경제 여건은 일반 국민과 노동자 가구의 체감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소득 양극화와 임금 불평등을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26년 한국노총 임금인상 요구안은 노동자 임금인상을 통해 노동자 가구의 구매력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민생경제와 내수경제를 활성화하는 경제성장을 핵심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요구안의 근거가 된 표준생계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40대 부부와 10대 자녀 두 명으로 구성된 4인 가구 기준 생계비는 838만 5699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산하 단위노조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지속적인 물가 폭등에 따른 생계 부담 증가로 인해 '임금인상 및 복리후생 증진'이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비정규직과의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한국노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불평등 완화를 위해 정규직 월 상용임금 인상액과 동일한 32만 3408원을 비정규직 인상안으로 요구했다.
이 안이 관철될 경우 비정규직 임금은 현재 215만 원대에서 248만 원대로 올라 정규직 대비 61.5% 수준으로 격차가 축소된다. 아울러 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해 원·하청 격차 해소 등에 사용하는 '연대임금 전략'도 2020년부터 이어오던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오는 25일 오후 1시 30분 과천 마사회 렛츠런파크에서 '2026년 정기대의원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대회에서는 지난해 결산 보고와 함께 임원 선출, 새해 사업계획 및 예산안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상반기 투쟁 계획도 구체화했다. 한국노총은 △정년연장 △모든 노동자에게 실질적 최저임금 보장 △공무원·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일하는 사람을 위한 권리보장법 제정을 4대 핵심 요구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오는 3월 말부터 현장 순회를 시작으로 5월 1일 전국노동자대회를 통해 대정부·대국회 압박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또한 지방선거 국면에서 각 정당에 노동 정책 반영을 촉구하고 최저임금 인상 투쟁도 병행한다.
이 밖에도 다음 달 6일 오후 2시 영등포 아트홀에서는 제117주년 3.8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하는 전국여성노동자대회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