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근 목사 제공송태근 목사(삼일교회, CBS 자문위원회 부위원장) 한국 교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다음 세대 신앙 전수 문제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얼마 전 출간된 <부모의 신앙, 축복인가 굴레인가> (IVP)는 그 어려움을 보여준다. 책에서 제시된 통계에 따르면, 성인 신앙인의 72%가 어머니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고 답했고, 3명 중 2명은 크리스천 가정이라는 배경이 자신의 신앙 정체성에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가정이 신앙 전수의 핵심 통로라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부모가 된 3040 세대는 자신의 신앙이 부모 세대보다 약하다고 느끼며, 그 불확실한 믿음이 자녀 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토로한다. 설상가상으로 부모의 과도한 신앙생활이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자녀 측 응답이 42%에 달한다. 반면, 부모가 삶으로 보여준 믿음에서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답은 76%를 넘었다. 부모 세대의 신앙적 열심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다운 삶의 질이 관건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통계 이전에 성경이 줄곧 우리에게 말씀해 온 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여호수아서 15장은 이 문제에 대해 놀라운 통찰을 제공한다.
유다 지파 땅 분배라는 건조한 지명 목록 한가운데 삽입된, 85세 노장 갈렙과 사위 옷니엘, 딸 악사 세 사람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거기서 갈렙은
첫째는, 신앙은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ʻ먼저 살아내는 것ʼ임을 보여준다.
여호수아의 대규모 정복 전쟁이 끝난 뒤에도 헤브론 산지에는 거인 족속이 버티고 있었다. 갈렙은 땅을 분배받았으니 저절로 내 것이 되리라 안주하지 않았다. 85세의 나이에, 45년 전 정탐꾼 열 명을 공포에 떨게 했던 바로 그 거인들과 직접 맞섰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ʻ나 대신 가서 싸우라ʼ고 명령하지 않았다. 가장 두려운 적을 향해 돌진하는 뒷모습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부모가 과거의 은혜 체험만 이야기하면서 오늘의 영적 싸움을 회피한다면, 자녀는 그 신앙의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 세대가 다음 세대의 모든 영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것은 금물이다.
둘째는, 다음 세대가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영적 주체로 서야만 한다. 갈렙은 기럇 세벨이란 지역의 정복을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겨두었고, 옷니엘이 거기에 응답했다. 중요한 것은 옷니엘이 갈렙의 그늘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과제를 직접 해결했다는 점이다. 이 경험이 그가 훗날 이스라엘 최초의 사사로 성장하는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부모가 모든 장애물을 대신 치워주는 것은 신앙 교육이 아니다. 자녀가 자기 힘으로 믿음의 과제에 도전할 기회를 여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한편, 갈렙의 딸 악사는
셋째는, 믿음의 최종 열매가 ʻ거룩한 담대함ʼ임을 보여준다. 그녀는 출가하면서 아버지에게 메마른 네게브 땅에 더하여 샘물을 주시라고 당당히 요청한다. 이 장면에서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45년 전 갈렙 자신이 거인 족속의 땅을 ʻ내게 달라ʼ고 요구했던 모습이 딸에게서 그대로 재현되기 때문이다. 악사는 광야 40년간, 불평하는 무리 속에서도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던 아버지의 인내를 보았고, 85세에 가장 험한 땅을 자청하는 아버지의 거룩한 야성을 목격했다.
그런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랐기에, 척박한 땅 앞에서도 절망하지 않았다. 약속을 믿고 구하면 된다는 것을 체득한 것이다. 악사의 요청에 갈렙은 윗샘과 아랫샘을 모두 주었다. 딸의 담대한 요청을 꾸짖지 않고 넘치도록 응답했다.
성경이 말씀하는 신앙 전수의 그림은 부모가 먼저 믿음으로 살아내고, 자녀가 자신의 싸움을 통해 영적 주체로 서며, 그 과정에서 체득한 담대함으로 하나님 앞에 직접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평탄하게 닦인 삶의 길이 아니다. 척박한 세상을 옥토로 바꿀 ʻ샘물을 구하는 무릎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