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위해 일용직 전전"…37세 최고령 김상겸, 눈물로 빚어낸 400번째 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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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 든 김상겸. 연합뉴스은메달 든 김상겸. 연합뉴스
2018 평창 대회에서 '배추보이' 이상호가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메달을 안긴 데 이어, 이번에는 김상겸(하이원)이 또 한 번 한국 스노보드의 저력을 세계에 알렸다.

김상겸은 8일(한국 시각)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결승에서 벤자민 카를(오스트리아)에 0.19초 차로 밀려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 안긴 첫 메달이자, 한국 선수단이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획득한 통산 400번째 메달이라는 점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더했다.

김상겸은 올림픽닷컴을 통해 "네 번째 올림픽인 만큼 이번에는 메달을 꼭 가져가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며 "슬로프에 자신이 있었고 준비한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날이었기에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상겸은 이번 대회 이변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2011년부터 2025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에 9차례나 출전했지만 2021 로글라 대회 4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월드컵에서도 2024-2025시즌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내며 뒤늦게 두각을 나타냈다.

1989년생인 그는 2008년생 막내들이 주축인 대표팀 내 최고령자지만, 설상 강국들 사이에서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키며 베테랑의 품격을 증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슬로베니아의 잔 코시르와 맞붙은 16강전을 꼽았다. 김상겸은 "평창 대회 16강에서 코시르에게 패해 탈락했다. 오늘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과거의 아픔을 설욕했음을 밝혔다.

비록 벤야민 카를과의 결승에서 긴장한 탓에 한국 최초의 설상 금메달은 놓쳤지만, 그의 은메달은 금메달 이상의 감동을 안겼다.

큰절하는 김상겸. 연합뉴스큰절하는 김상겸. 연합뉴스
오늘의 영광 뒤에는 눈물겨운 인고의 시간이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 육상 선수였던 김상겸은 중학교 때 신설된 스노보드부를 통해 처음 보드에 입문했다. 2011년 에르주룸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 평행대회전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우승하며 주목받았지만, 당시에는 생계를 위해 비시즌마다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다.

그는 "1년 중 300일가량 대표팀 훈련을 소화하느라 정기적인 일을 구하기 어려웠다"며 "서른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실업팀에 입단해 경제적 안정을 찾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부모님을 언급하며 "운동하느라 자주 찾아뵙지 못해 불효한 것 같다. 이제 메달을 들고 갈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37세의 나이에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섰지만 김상겸의 시선은 이미 다음을 향하고 있다. 그는 "오늘 예선 1위를 차지한 롤란드 피슈날러도 1980년생이다. 체력 관리만 잘한다면 올림픽에 한두 번은 더 나가고 싶다"며 멈추지 않는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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