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급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한국 사회에서 집, 특히 아파트는 독특한 재화다. 감가상각이 진행돼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일반 상품과는 달리 한국의 아파트는 산삼 뿌리처럼 오래 묵을수록 가격이 오른다. 안전을 위협받을 정도로 낡고 오래된 아파트는 오히려 재건축 '호재'가 반영돼 값이 천정부지로 뛰기도 한다.
'배당금'도 매달 꼬박꼬박 챙길 수 있다. 실제 거주하는 대신 월세를 놓게 되면 매달 최소 수십만 원은 받는다.
아파트 투자와 주식 투자를 비교해보자. 부의 상징인 서울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35평형 분양가는 지난 1980년 3068만 원이었는데 최근에는 50~60억 원에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가격이 무려 170배 이상 오른 셈이다. 반면 코스피 지수는 1980년 100에서 출발해 최근에는 5천 정도까지 올랐으니 50배쯤 상승했다. 아파트 투자가 주식 투자에 비해 압도적 수익률을 보여준다.
배당금 부분도 아파트가 앞선다. 서울의 자가 점유율은 50% 남짓이다. 서울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 실제 거주하는 비율은 절반 정도며 나머지 대부분은 세를 놓는다는 말이다. 이 비율은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임대 수익이 안정적이고 매력적이라는 말이다. 반면 주식 배당금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한 4~5년 전부터다. 그 이전까지 국내 주식은 연말 '쥐꼬리' 배당이 대부분이었다.
아파트 투자는 주식처럼 신경쓸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일단 사두기만 하면 값이 떨어질 일이 없으니 주식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시세판을 들여다보며 가슴 졸일 일도 없다. 그동안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선택은 명확했다. 한국 사회의 자산 비중이 부동산 7, 금융 3으로 고착되고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지 않은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SNS와 각종 회의석상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의지를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동산(가격)을 잡겠다'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다면 정책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등 강력한 정책 의지를 보였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을 환영한다. 이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한국의 부동산은 국가 경쟁력과 사회 통합을 해치는 '망국적' 단계를 향해가고 있다. 주택 부족 문제를 비롯해 부동산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의 자산 불평등, 상속과 증여를 통한 불평등의 대물림, 생산 원가 상승으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 불로소득 추구와 생산적 투자 부진 등 온갖 문제를 일으킨다.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넉 달 앞두고 정부 여당에 불리한 부동산 세금 문제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정책의 진정성도 인정할 만하다.
문제는 정책의 실효성이다. 이 대통령의 강력한 구두경고에 다주택자들이 실제로 집을 내놓을지, 그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부동산 부자들의 반발은 언제나 집요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유예됐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방침이 다시 시행되면 다주택자들이 양도세를 내지 않기 위해 집을 팔지 않고 계속 갖고 있을 수 있다. 이른바 '매물 잠김' 현상으로 집값은 더 오르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부동산 자산가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내세우는 정권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지난 대선에서 '부동산 세금 깎아준다'는 이유로 윤석열에게 투표한 자산가들을 몇몇 만날 수 있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민주당이 승리한 2020년 총선과 국민의힘이 승리한 2022년 대선을 비교하면 부동산 보유세가 무거운 지역에서 표 색깔이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류영주 기자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다주택자들이) 정권 교체를 기다려보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가능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면서 부동산 세제가 냉탕과 온탕을 오간 게 현실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문제만 하더라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법제화돼 양도차익의 50~60%를 무겁게 물렸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이 제도가 유예됐고 박근혜 정부 때는 아예 폐지됐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부활돼 양도 차익의 최대 82.5%까지 세금을 부과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오는 5월 9일까지 시행을 유예했다.
현 정권의 부동산 중과세 정책 의지가 아무리 확고해도 정권이 바뀌면 그 정책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부동산 자산가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버틴다. 정책의 부작용을 부각시키고 정권이 바뀔 때까지 말이다.
인간의 탐욕은 무한한데 정권은 유한하다. 정권이 탐욕을 제어할 수 있으려면 탐욕을 유한하게 만들거나 정권을 무한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니면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 아쉽게도 현 시점에서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다. 어떤 것은 아예 불가능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재명 정부가 혼신을 다해 생명력 있는 부동산 정책을 마련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