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지난 1월 29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영국은 중국과 오랜 반목을 해소하면서 전면적 협력 관계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최근 베이징이 G7 국가 정상들의 잇단 방문으로 분주하다.
지난해 12월 3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박 3일 동안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14일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가 중국을 공식 방문해 공산당 서열 1,2,3위의 수뇌부를 두루 만났다.
1월 28일에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중국을 공식 방문해, 다음날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오는 2월 24일부터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도가 됐다.
80여 일 만에 서방선진 7개국(G7) 정상 가운데 4명이 시 주석을 만나는 셈이다. 모두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동행했거나 할 예정이다.
또다른 G7 회원국인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지난 2024년 7월 베이징을 방문해 일찌감치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했다.
멜로니 총리는 시 주석과 리창 총리를 잇따라 만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한 행동 계획 (2024-2027)'을 만들었다.
이탈리아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했다가 탈퇴했지만, 이 계획에 따라 무역·투자뿐 아니라 전기차·인공지능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대부분의 G7국가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기 위해 앞다퉈 줄을 서는 모습이다.
G7의 주축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오는 4월 베이징 방문을 예약해 놓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메르츠 총리 엑스(X) 캡처 서방 선진국 클럽인 G7과 중국의 관계는 불편한 상태였다. 적어도 2017년 트럼프 1기 때부터 바이든 행정부 때까지 8년여 동안은 그랬다.
G7은 2024년 6월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못박았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 및 강압적, 위협적 활동에 반대한다"는 강경한 입장도 성명에 포함시켰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당시 정상회의는 "티베트와 신장위구르의 인권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아울러 "홍콩의 독립적 기관과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과 권리 및 자유 침해" 문제도 분명히 지적했다.
G7 정상들은 거의 매년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국제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이라고 천명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견제 표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중국의 암묵적인 러시아 지원이 갈등 요인이 됐다.
G7 정상들은 "러시아 방위산업에 투입되는 무기 부품 및 장비를 포함한 이중용도 물품의 이전을 중단하라"고 중국에 촉구했다.
조르주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2024년 7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탈리아 총리실 홈페이지 캡처하지만 이런 기조가 급변하고 있다. 2025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G7 정상 회의에 재집권 이후 처음 참석했다.
회의에서 트럼프는 "G8에서 러시아를 축출한 것이 실수"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전쟁 상태나 다름없는 유럽 지역 회원국들은 경악했다.
결국 정상들의 공동성명은 불발됐다. 트럼프는 중동 사태 대응을 이유로 하루 앞당겨 귀국했다.
트럼프는 동맹국에 자의적인 관세 폭탄을 수시로 던졌고 그린란드 강탈 시도까지 밀어붙였다.
그 결과 유럽의 강국인 프랑스와 독일은 물론이고, 영국과 캐나다 등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조차 미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대신 새로운 강대국 중국에 협력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지난 2025년 6월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캐나다 G7 공식 홈페이지 캡처 특히 스타머 총리와 시진핑 주석의 지난달 정상회담은, 영원할 것으로 보였던 미·영 동맹의 균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8년 만에 처음인 영국 총리의 중국 방문은, 두 나라가 오랜 외교적 반목을 끝내고 전면적 협력의 길로 돌아서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중국과 22억 파운드(약 4.4조 원)의 수출 계약과 23억 파운드(약 4.6조 원) 규모의 시장 접근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영국산 위스키에 대한 중국의 관세가 10%에서 5%로 낮아지고, 영국인의 중국 무비자 입국도 가능해진다는 성과도 강조했다.
스타머는 중국과의 관계 증진이 영국의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Engaging with China, is how we secure growth for British businesses, support good jobs at home, and protect our national security.")
중국을 안보의 위협으로 간주했던 영국의 기존 입장에서 '도움이 된다'는 쪽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노동당 출신의 스타머 총리는 중국 방문에 앞서 자국내 반중 여론에도 적극 대응했다.
중국이 런던의 옛 도심에 유럽 최대 규모의 대사관을 신축하려는 계획을 허가한 것이다.
야당인 보수당은 새 중국 대사관이 간첩 활동의 기지로 활용돼 영국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맹렬히 반대했다.
하지만 스타머 내각은 '보완하면 문제가 없다'며 중국 방문 직전에 대사관 신축을 승인했다.
반면 양국의 오랜 갈등 사안인 홍콩과 신장위구르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자세를 낮췄다.
영국 정부는 정상회담 결과 발표문에 "의견이 불일치한 분야에서는 솔직하고 개방적인 대화를 지속하기로 했다"는 문구를 넣었다.
직전 회담인 2024년 브라질에서 열린 중·영 정상회담의 결과 발표문에 들어있었던 '홍콩과 인권'이라는 두 단어가 이번에는 빠졌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강대국의 횡포에 맞서 중견국들이 단결해 대응하자'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세계경제포럼(WEF) 홈페이지 캡처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전면적 관계 회복을 선언한 것도 극적이다.
캐나다는 지난 2018년 미국과 협조해 중국 화웨이 그룹의 멍완저우 부회장을 벤쿠버 공항에서 체포한 뒤 중국과 외교적 마찰을 겪었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캐나다 무시와 관세 보복 등의 횡포는 캐나다를 다시 중국과 화해하도록 만들었다.
카니 총리는 지난 1월 16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의 환대 속에 정상 회담을 한 뒤 양국 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시켰다.
이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카니 총리는 지난달 20일 '중견국들이 단결해 강대국에 맞서자'며 사실상 미국에 반기를 들었다.
카니 총리의 결의에 찬 연설에 트럼프를 제외한 각국의 많은 지도자들이 박수 갈채를 보냈다. 카니 총리의 국내 지지율도 60%로 치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는 미국 때문에 먹고산다"며 카니 총리를 힐난했다.
영국과 중국의 협력 재개에 대해서도 "매우 위험한 일" 이라며 깎아내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보는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다.
G7 회원국 정상들이 앞다퉈 중국으로 달려가도록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바로 트럼프이기 때문이다.
유럽 기반의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는 '트럼프는 어떻게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나-그리고 이것은 유럽에 어떤 의미인가'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How Trump is making China great again—and what it means for Europe, 2026년 1월 15일)
이 보고서는 트럼프가 미국이 아닌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제 "전세계의 더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동맹국(ally) 또는 필수적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 일본 총리실 홈페이지 캡처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더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G7 회원국이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과 중국은 지난해 10월 31일 경주 APEC 회의 기간에 정상회담을 했다. 하지만 불화만 더 커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시진핑 주석 면전에서 대만 문제는 물론 남중국해와 홍콩 및 신장 위구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중의원 연설에서 이른바 '대만 유사' 발언을 함으로써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이 다른 G7국가들과 달리 중국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나름의 배경이 있을 수 있다.
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다. 일본의 중국 침략 역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도 갈등의 배경이다.
일본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에서의 무력 활동에 긴장하고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와 대만 및 필리핀에 대한 상시적 무력 시위도 안보상 위협이 된다고 일본은 판단하고 있다.
만약 다카이치 총리가 2월 8일 중의원 선거를 통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중국에 더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G7 국가들이 중국과 관계를 전면 회복한 상황에서, 일본이 나홀로 중국에 맞서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지난 바이든 행정부 때까지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남중국해에 항공모함 또는 구축함을 보내 중국 견제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들 일본의 준동맹국들은 이제 중국의 눈치를 더 봐야하는 처지가 됐다.
오는 6월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릴 G7 정상회의에서, 대만 및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일본의 심각한 우려가 계속 반영될 지도 의문이다.
2025년 10월 30일 미중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부산 김해 공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중요한 변수는 미중관계의 향방이다.
최근 미국 부르킹스연구소는 미중 관계가 당분간 "시간을 벌면서 완충장치를 구축하는"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트럼프 시기 미중관계의 3가지 잠재적 경로', Three potential pathways for US-China relations under Trump, 라이언 하스, Ryan Hass, 2026년 1월 26일)
두 강대국이 심각한 충돌이나 획기적 돌파구가 없는 상태에서 서로 약점을 보완하면서 경쟁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대좌할 경우, 양국은 대결을 피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위한 흥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달러 패권을 쥐고 있다. 또 GDP 1위의 소비 및 기술 대국으로서 중국을 압박할 여력이 많다.
하지만 동맹국들의 신뢰를 상실한 트럼프에 대한 시진핑의 대접은 예전과 달라질 수 있다.
긴밀하게 협력할 동맹국들이 없다면, 미국의 협상력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중국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145% 관세폭탄에 정면으로 맞섰다. 아울러 희토류를 활용해 반격에 성공했을 정도로 적응력을 키웠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동맹국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중국을 점점 위대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 전 YTN베이징 특파원, 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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