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관세 인상을 발표했지만,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소화하며 새 기록을 달성했다.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5천 고지를 밟았고, 코스닥은 1천 돌파에 이어 고점을 높였다.
코스피는 오는 29일 발표하는 '반도체 투톱'과 '로봇 대장주' 현대차의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코스닥은 '코스닥 3천' 정책에 따른 기관 투자자의 매수세가 상승 랠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發 관세 압박에도 '줍줍'…5천피 첫 달성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5084.85가 표시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3% 오른 5084.85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사상 첫 5천을 돌파다.
코스피는 한때 1.19% 떨어지며 4900선까지 내줬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쏟아지며 낙폭을 모두 만회한 것을 넘어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결국 종가 기준 역대 첫 5천 돌파 기록을 세웠다.
코스닥도 1.71% 오른 1082로 마감했다. 장초반 0.96% 내린 1054에서 버틴 끝에 전날 4년 만에 1천을 돌파한 데 이어 11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장 시작에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 관세 인상 소식에도 증시가 악재를 단숨에 털어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 국회가 미국과의 합의된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자동차, 목재, 의약품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미국에 급파하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임이자 재경위원장을 만나 국회에 계류 중인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면서 신속하게 대응했다.
시장도 국회의 조속한 법안처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단발성 이슈로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는 의미의 '타코(TACO) 트레이드' 관점으로 접근해 저가 매수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최근 캐나다에 대한 100% 관세 위협과 그린란드에 대한 유럽연합 10% 관세 위협 사례에서 보듯 트럼프의 고율 관세 예고는 상대국이 협상안을 제시하면 실제 시행은 유예하거나 보류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최근 주도주로 올라선 자동차 업종과 여전히 저평가 업종인 2차전지, 바이오 업종은 조정을 이용한 저가 매수, 즉 타코 트레이드가 유효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LS증권 정다운 연구원은 "한국의 환율 압박으로 인한 대미 투자 지연 가능성 소식과 지난 6개월간 한국 국회의 비준 동의안 표류, 이미 중간 선거를 위한 지지율 관리에 들어간 트럼프 대통령의 이슈 메이킹 등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트럼프와 협상이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는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부각되면 시장의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한국 국회의 신속한 비준과 이에 따른 트럼프의 치적 홍보용 액션으로 마무리될 경우 변동성은 제한된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세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직격탄을 맞게 되는 자동차업계도 1%미만의 소폭 하락으로 선방했다.
현대차의 경우 관세가 10%p 인상될 경우 추가로 발생하는 영업비용이 3조 1천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기아도 2조 2천억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른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23%와 21% 하향 조정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 영향으로 현대차는 프리마켓에서 6.8% 떨어진 45만 9천원까지 내렸으나, 정규장 시작 이후 하락폭을 만회하며 48만 4500원(-0.81%)으로 마감했다.
메리츠증권 김준성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SNS에 기재된 것처럼, 한미 무역협상은 이미 대통령 간 합의가 끝난 사안으로 국회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가정해도 결국 해결은 시간 문제"라며
"결국 해결될 문제로 주가 조정은 다시 없을 비중확대 기회"라고 강조했다.
오천피·천스닥, 상승세 어디까지?…29일 실적의 날 '관건'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73%(135.26) 오른 5084.85로 마감했다. 시가총액 1, 2위 종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증시를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8.7% 급등한 80만원으로 마감했으며, 삼성전자는 4.87% 오른 15만 9500원으로 16만원을 코앞에 뒀다. 박종민 기자'3전 4기' 도전 끝에 5천시대의 문을 연 코스피는 오는 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코스피를 5천까지 끌고 온 핵심인 만큼 '반도체 투톱' 실적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연초 대비 각각 39.7%와 29.8% 상승했다. 반도체 전체 전망치는 16% 올라 코스피 상승세(20.66%)를 주도했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입은 코스피의 추가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높은 실적 예상치가 주가에 선반영된 탓에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영증권 이상연 연구원은 "가파른 성장을 상당 부분 선반영했기 때문에 당일에는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당분간은 지수 상단이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이미 상대적으로 반도체보다 덜 오른 업종으로 수급 전환이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반도체에서 큰 폭의 조정이 발생한다면 오히려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차 역시 '아틀라스' 양산 계획에 따른 피지컬 AI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의 원인이었기 때문에 관세 인상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 송선재 연구원은 "주가가 최근 급등한 상황에서 관세율 인상을 악재로 받아들이면서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1월 주가 상승의 이유가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기대감이었다는 점에서 관련 동력의 훼손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양국 정부가 수개월에 걸친 협상을 통해 합의된 내용이 순식간에 파기될 것으로 전망하지 않고, 관세율은 합의된 15%로 인하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수익 추정에 관세 비용을 추가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학개미 운동이 절정이던 2021년 8월 고점(1062)을 돌파한 코스닥은 정책 모멘텀으로 체질 개선을 통한 상승세가 기대된다.
코스닥은 상장폐지 요건 강화로 심사 대상인 시가총액 기준이 40억원 미만에서 올해부터 150억원으로 상향됐다. 2028년에는 300억원 미만으로 높아진다. 이 기준에 따라 현재 코스닥 상장사 190개, 전체 시가총액 대비 10.9%가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른바 '좀비 기업' 퇴출이 본격화하면 코스닥의 질적 개선에 속도가 날 전망이다.
여기에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도입과 종합투자계좌(IMA)로 조달된 자금의 최대 25%를 모험자본에 공급해야 하는 등 '머니 무브(Money Move)' 정책은 코스닥 수급에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이 같은 정책에 따라
기관의 코스닥 투자 확대 여부가 관건으로 꼽힌다. 최근 5년 평균 코스닥 거래대금 비중은 기관이 4.4%에 불과하고 개인이 80.1%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탓이다. 코스피가 기관 18.6%와 개인 53.4%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기관은 4년 만에 코스닥이 1천을 돌파한 26일 2조 6천억원에 이어 전날 1조 6천억원 각각 순매수하며 정책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래에셋증권 유명간 연구원은 "과거 코스닥의 상대적 부진은 기관의 순매도 영향이라고도 볼 수 있다"면서 "이번 정책을 통해 개인 중심이던 코스닥 시장에 기관 유입이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수요 기반 확충과 시장의 안정성 및 신뢰 확보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