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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 짓는다고 또 잘라내…제주 나무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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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본부는 300여 그루 옮겨 심었는데…제주시는 비용 탓하며 25그루 잘라

제주시가 베어버린 나무. 그루터기만 남아 있다. 고상현 기자제주시가 베어버린 나무. 그루터기만 남아 있다. 고상현 기자
제주시가 연동주민센터 신축 공사 과정에서 부지에 있던 나무 수십 그루를 베어냈다. 도로 공사 과정에서 수십 년 된 벚나무를 잘라내는 등 비판을 받았는데도 똑같은 전철을 밟았다. 반면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바로 옆 신청사를 지으며 부지에 있던 나무 300여 그루를 옮겨 심어 대조적이다.
 

소방은 옮겨 심고 제주시는 자르고

27일 제주시 연동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인근 옛 제주도로관리사업소. 현재 연면적 1만 4544㎡ 부지에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신청사와 연동주민센터 신청사 공사가 각각 진행되고 있다. 과거 이곳은 공공기관이었지만 후박나무와 벚나무, 동백나무, 귤나무 등 나무 300여 그루가 심어져 울창했다.
 
인근 주민들이 이곳에서 산책을 하거나 무더운 여름날 땡볕을 피해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어가기도 한 곳이었다. 하지만 신청사 공사를 진행하면서 울창했던 나무들은 온데간데없다. A(74) 할머니는 "집에 갈 때 나무 그늘 아래서 쉬었었는데, 공사하면서 나무들이 다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두 공사가 진행되는 부지 중 소방본부 신청사가 연면적 1만 544㎡로 연동주민센터 신청사 부지(4천㎡)보다 넓다. 소방본부는 지난해 8월 신청사 부지 안에 있던 먼나무와 후박나무, 감나무, 왕벚나무 등 교목 78그루와 철쭉 등 관목 224그루를 제주시 애월읍 제주안전체험관에 옮겨 심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신청사 부지. 소방 당국은 나무 이식 결정을 내렸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신청사 부지. 소방 당국은 나무 이식 결정을 내렸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도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신청사 공사를 하려고 보니 부지에 오래된 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었다. 비용이 더 들어가더라도 나무를 베지 않고 안전체험관에 모두 옮겨 심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시는 지난해 말 연동주민센터 신청사 부지에 있던 목련 등 25그루를 모두 베어버렸다. 현재는 그루터기만 남아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신청사 설계업체에서 비용 문제 때문에 베어내는 것으로 결정했다. 주민 설명회 과정에서도 나무 이식 등 별다른 요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제주 나무들의 '잔혹사'

제주 나무들의 '잔혹사'는 처음이 아니다. 제주도가 2022년 제주시 광양사거리에서 연동 입구까지 3.1㎞ 구간에 가로변 버스차로를 중앙버스차로로 바꾸는 공사를 추진하면서 서광로 구간 가로수 105그루를 잘라냈다. 주민 의견수렴 없이 나무를 잘라낸 사실이 알려지며 도민사회 공분을 샀다.
 
비슷한 시기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인근 제성마을을 수십 년간 지켜온 벚나무 12그루를 베어버려서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신광교차로에서 도두동까지 도로 공사 과정에서 잘라내 버렸다.

특히 이 같은 행태는 제주도의 탄소중립 정책과도 배치된다. 제주도는 오는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2022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모두 663억 원을 투입해 나무 600만 그루 심기를 추진하고 있다. 각종 공사에 나무를 베면서 나무를 심는 모순이다.

2022년 9월 제성마을. 수령 40년 된 벚나무를 베어버리고 없다. 이창준 기자2022년 9월 제성마을. 수령 40년 된 벚나무를 베어버리고 없다. 이창준 기자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기후위기에 도시 숲도 모자란데 그나마 남은 녹지공간에 있던 나무를 잘라내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행정이다. 민간 기업에서 나무를 마구잡이로 베어버리는 상황인데, 행정에서 먼저 모범을 보이고 실천해야 하지만 오히려 역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가로수는 산림청 관련 매뉴얼이 있어서 나무 처리 전에 심의를 받도록 하거나 전정할 때도 기준이 있다. 그밖에 장소에 심어진 나무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약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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