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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NATO 동맹은 '신화적 허구'에 불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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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로 고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관한한 가장 노골적 공격을 받았다. 보수언론은 틈만 나면 공격했다. 당시 외교통상부를 출입하며 귀에 못이 박힐만큼 들었던 말이 대서양동맹과 미일동맹 제일주의였다. 그들은 한미동맹을 늘 후순위의 찬밥 취급을 했다. 미국과 어떤 의견차이만 포착돼도 동맹 파탄이라고 확성기로 떠들었다. 그런 측면이 있다. 나토와 미일동맹은 한미동맹과 차원이 달랐다. 대서양에는 영국이 있고, 태평양에는 일본이 있었다. 문제는 현실이 가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보수 언론진영은 한미동맹을 두 동맹 이상으로 무작정 승화 격상시켜야만 한다는 신앙관을 나타냈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토록 다이아몬드보다 더 굳세다는 대서양 동맹이 오늘날 트럼프에게 당하는 멸시·천대의 상전벽해란 무엇인가. 나토 조항 5조처럼 '상호집단방위'를 철칙으로 하는 동맹에서 총사령관을 자임하는 국가가 그 동맹의 다른 영토를 유린할 것처럼 협박하는 일을 누가 상상했겠는가. 동맹에 대한 유럽의 전폭적인 의지는 신비주의적,신화적 믿음에 불과했다는 것인가.. 그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 이러한 질문은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은 동요했다. 전쟁이 끝났지만 안심하지 못했다. 프랑스는 독일의 재침을 막으려고 요새를 쌓기 시작했다. 1930년대 두 나라 국경을 따라 이른바 '마지노선(Maginot line)'으로 불리는 요새가 건설됐다. 겉보기엔 견고한 방어막이었다. 그러나 마지노선이 무용지물로 판명되는데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한계선은 벨기에를 우회해 침투하는 독일에 의해 무력화되었다. 파리의 함락도 속절없었다. 미국의 역사가 윌리엄 시러는 한탄했다. "프랑스는 요새선에 모든 믿음을 걸었지만, 결국 그것은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심리적 버팀목'에 불과했다." 프랑스 제 5공화국 초대 대통령 드골은 역사에서 배웠다. 드골은 주권이 외국의 군사 지휘와 공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1966년 나토의 통합 군사구조에서 탈퇴했다. 자주국방의 근본적 진리를 알았다. 그러나 사르코지 전 대통령 때 다시 나토군에 통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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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트럼프의 패권주의는 이 사실을 절감케 한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모든 것을 만드는 것일까. 요즘 유럽과 비서방 진영에선 우리가 간과했던 'NATO 동맹'의 근본적인 모순들이 터져나온다. 나토가 '유럽의 자체적인 힘'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럽의 극심한 피로'에서 태동한 모순덩어리라는 것이다.
 
유럽은 미국이라는 유일무이의 군사동맹을 얻었다. 대신 군사동맹과 경제 재건정책인 마샬 플랜으로 유럽은 경제대국이 되었다. 경제번영이 계속되는 동안 유럽은 '집단안보'라는 가두리 양식장에 갇혔다. 일시적 평화는 즐거웠다. 하지만 좋은 일은 여기까지.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스스로의 안전은 포기한 대가를 그들은 오늘 혹독하게 마주하고 있다. 나토동맹 창설 77년만의 일이다. 나토군 총사령관인 트럼프의 입에서 쓰라림과 멸시.홀대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진다. "그린란드의 국방력이 고작 개썰매 두 대 수준이다." 이 조롱 앞에서 유럽은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집단안보라는 환상은 유럽의 자체 군사력을 자율성없게 만들었다. 나토는 처음부터 비대칭적이었다. 미국이 지휘했고 유럽은 따랐다. 연합군의 최고 사령관은 미군사령관이었다. 그 사이 유럽군은 주변군이 되었다. 유럽의 전략적인 지역에 미군 기지를 허락했다. 유럽 땅에서 자주국방이 없는 나토는 사실상 미군의 속군이었다. 미국의 그늘 아래, 우산 아래 자기들이 해야할 도리를 안하고 버텼다. 경고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모순이 터질때까지 동맹의 변화를 심각히 보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유럽의 무사안일을 경고했다. 게이츠는 "유럽의 방위력 약화추세가 꺽이지 않고 역전되지 않는다면, 미래의 미국 정치 지도자들이 나토에 대한 미국의 투자 대비 효과가 비용만큼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15년 전 그는 기존 질서를 깨는 것에 대해 일말의 후퇴도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을 예견한 것일까. 놀라운 저격이었다. 게이츠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트럼프 본인도 지난 1기 대통령이었을 때 "그린란드를 부동산처럼 거래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동맹도 이익 앞에서 헌신짝처럼 던져버리는 미국의 행태는 비난받아야 한다. 비난은 비난일 뿐이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은 세계에서 제일이라는 대서양 동맹도 사상누각처럼 흔들린다. 더 좁혀 현미경의 앵글로 보면 앵글로섹슨의 미영동맹도 바람 앞의 촛불과 같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굼뜨고 사면초가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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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돌고 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1990년대 냉전 해체로 '역사의 종말'이 찾아왔다고 선언했다. 우리도 덩달아 "소총과 탱크를 녹여 쟁기와 보습을 만들어야 한다"고 부화뇌동했다. 돌아보면 단견이었고 철없는 안목이었다. 어떤 등맹이 되었던 방위를 전략적으로 아웃소싱하는 일은 나라의 생존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알게 됐다.
 
유럽은 자체 군사력을 다시 키우려해도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더구나 그들은 똘똘 뭉쳐 있지도 않다. 그린란드에 몇 나라가 군을 파견했지만 각각 10명, 수명, 한명 수준들이다. 자기들끼리 의견이 달라 제대로 대응할 수단도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누가 이런 역사의 퇴행을 깊이 생각했겠는가. 할 수 있는 한 자주국방, 특히 자기 군은 자기가 스스로 지휘하는 군대만이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다. 일등동맹, 이등동맹같은 것은 신화적 허구에 불과할 뿐이다. 자주국방 토대 위에서만 동맹도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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