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이다현. 김조휘 기자목이 쉴 정도로 지독한 감기가 찾아왔지만, 승리를 향한 이다현(흥국생명)의 열망은 막을 수 없었다.
이다현은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홈 경기에서 GS칼텍스를 상대로 블로킹 3개를 포함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2점을 터뜨렸다.
흥국생명은 이다현과 양 팀 최다인 26점을 책임진 주포 레베카 라셈(등록명 라셈) 등의 활약을 앞세워 GS칼텍스를 세트 스코어 3-0(32-30 25-22 25-21)으로 완파했다.
이날 승리로 파죽의 5연승을 내달린 흥국생명은 시즌 전적 14승 10패 승점 44를 기록, 현대건설(승점 42)을 3위로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선 채 기분 좋게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목이 쉰 채로 기자회견실에 들어선 이다현은 "감기에 걸렸지만, 훈련을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씨익 웃었다.
'배구 여제' 김연경 은퇴 후 처음 맞는 시즌인 만큼 흥국생명은 최하위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어느새 2위까지 치고 올라섰다.
이에 이다현은 "사실 미디어데이 때도 모두 우리를 꼴찌로 꼽았다. 비시즌 연습경기 때도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아서 사실 나도 긴가민가했다"면서도 "시즌 초에는 좋지 않았지만, 결과와 별개로 팀적인 옵션이 생기고 있었다. 그러면서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특히 이날 경기는 흥국생명의 뒷심이 돋보였다. 1세트에선 무려 7차례 이어진 듀스 접전 끝에 승리했다. 이어 2세트 중반에는 역전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잡았고, 결국 3세트까지 집어삼켰다.
이다현은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생긴 것 같다. 세트별 기복이 있다 보니까 작전 타임 직후 첫 점수가 중요해졌다"며 "(흐름이 끊긴 뒤) 첫 점수에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GS칼텍스전을 준비하면서 직전 맞대결을 리뷰할 때도 실바가 강서브를 갖춘 만큼 서브 로테이션이 걸리면 위험해지는 상황이 많다"며 "그럴 때 점수가 벌어지는데, 이런 걸 줄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결정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다현. 한국배구연맹
팀을 '죽순'이라고 표현한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은 '성장'을 목표로 팀을 이끌고 있다. 죽순이 곧은 대나무가 되려면 얼마나 더 성장해야 하냐고 묻자, 그는 "은퇴하지 않는 한 계속 다음이 있기 때문에 만족이란 없다"며 거듭 성장을 강조했다.
이다현 역시 이에 공감하며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지만, 스스로 생각했을 때 다른 접근 방식으로 배구를 바라보고 있는 시즌인 것 같다"며 "결과도 중요하지만 코트를 보는 눈, 상대 블로커의 특성 등을 모두 보고 접목하려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코트를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더 성장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는 "레베카가 너무 잘해주고 있지만, 점유율을 나눠 갖고 싶은 욕심이 있다. 중앙에서 결정력을 더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속공은 어느 정도 괜찮지만, 시간차 결정력이 낮다. 더 위력적으로 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잠시 뒤로하고 오는 25일 '별들의 축제' 올스타전에 참가해야 한다. 그간 올스타전에서 화려한 댄스 실력으로 주인공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그는 이번에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다현은 "당연히 준비는 했다. 이제부터 영상을 보며 공부해야 한다"면서도 "후배들과 리허설을 해보니 (서)채현이와 (박)수연이의 실력이 엄청나더라. 나도 이제 26살인데, 세리머니는 후배들에게 물려줄 때가 된 것 같다"며 유쾌한 농담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