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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美정부 업고 본격 '역공'…한미 '통상 변수'로 비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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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쿠팡 대응을 문제 삼으며 미국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미 정부가 직접 움직임에 나설 경우 한미 간 통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쿠팡 사태가 당장 한미 통상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지는 미지수지만, 미국 측이 이를 협상 과정에 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쿠팡 투자사, ISDS 중재 신청 및 무역 구제조치 청원
조사 착수 시 관세 등 압박 가능성…한미 통상 '뇌관' 되나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쿠팡 대응을 문제 삼으며 미국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고 나섰다. 미 정부가 직접 움직임에 나설 경우 한미 간 통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李 대통령 '친중' 언급하며 외교 사안 비화 의도…美 조사 나서나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회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2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을 수신인으로 명시했다. 이와 함께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한국의 제재를 조사하고 무역 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청원했다.

그린옥스 창립자 겸 파트너인 닐 메타는 미국에 쿠팡Inc의 이사회 멤버다. 쿠팡Inc는 쿠팡 한국 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 중인 회사로,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의결권을 70% 이상 갖고 있다.

투자사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조치는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 쿠팡에 대해 전례 없는 공격을 가한 데 따른 조치"라며 "한국 정부의 쿠팡에 대한 조치는 한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 및 중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혁신적인 미국 경쟁업체를 표적으로 삼아 무력화하고 파괴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은 약 3천개 사용자 계정 다운로드에 국한된 제한적 사건으로, 쿠팡은 한국 당국과 협력해 사건을 신속하게 통제 차단했다"며 "그럼에도 한국 정부의 대응은 쿠팡의 정상적인 영업을 마비시키려는 조직적 시도로 격상됐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최소 3천만개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가 '친중 성향'이라고 언급한 점은 쿠팡 사태를 외교 사안으로 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들은 "한국 정부는 중국인 위협 행위자(정보 유출자)에 의해 발생한 쿠팡의 제한적 데이터 유출 사건을 구실 삼아, 정부가 선호하는 한국과 중국 기업들과 경쟁할 유수의 미국 기업의 능력을 제거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콕 집어 "미국 전반과 쿠팡을 겨냥한 많은 적대적 발언을 해 왔고, 그는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 부르고, '미국이 일본의 한국 식민 지배를 유지하게 만든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사들이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USTR에 청원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ISDS가 비교적 사후적 손해배상 수단에 해당한다면, 301조는 즉각적인 통상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치가 미국 상거래를 제한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부과 등 조치를 허용하고 있다. 이해관계자 누구나 청원할 수 있고, 청원이 접수되면 45일 내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韓 '디지털 규제' 비판에 불붙나…"양국 간 추가 협의 불가피"

발언하는 김민석 국무총리. 연합뉴스발언하는 김민석 국무총리. 연합뉴스
쿠팡 사태가 당장 한미 통상 협상 테이블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통상 무역법 301조는 외국의 무역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따지는 조항으로, 사실상 거의 모든 영업을 한국에서만 하는 쿠팡에도 적용될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게 통상 전문가의 의견이다.

그러나 조사 개시 여부 기간이 한미 통상 협상 시기와 겹치는 만큼, 협상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질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더라도 조사 착수 여부만으로도 협상에서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사들이 요청한 구제조치까지 수용한다면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투자사들은 한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한국 서비스 산업의 미국 시장 접근 제한 등을 요청한 바 있다.

게다가 최근 미 의회와 USTR이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비판한 점도 변수다. 미국 정부가 쿠팡 사태를 그동안 문제 삼아 온 디지털 규제의 연장선으로 놓을 경우 자칫 미 정부의 판단에 따라 사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미 행정부는 한국 국회에서 논의 중인 온라인플랫폼법과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장 에이드리언 스미스는 쿠팡에 대한 한국 규제를 "미국 기업에 대한 명백한 차별"로 규정하며 한미 무역 합의 위반이라고 공세를 편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쿠팡 사태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일 뿐 디지털 규제와는 관련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2일(현지시간) 미 하원 의원들과 오찬을 하고 "쿠팡에 대한 차별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11~14일 방미를 통해 쿠팡에 대한 국내 수사를 한미 통상 갈등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등에 업은 쿠팡의 '반격'으로 우리 정부의 통상 협상에 부담이 가중됐다고 보고 있다. 쿠팡 사태가 직접적인 협상 대상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주요 통상 국면에 풀어야 할 숙제가 더해졌다는 설명이다.

한국무역협회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통화에서 "미국 정부가 조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45일 동안 양국 간의 협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한국 내 미국 기업에 한국의 규제에 대해 불만을 가질 경우 향후 어떤 절차를 밟을지 등에 관한 한미 간 프로세스를 만드는 과정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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