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사간동 출협 대강당에서 열린 '쿠팡 공정 거래 촉구 출판사 간담회'에서 윤철호 출협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대한출판문화협회가 쿠팡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문제 삼으며 법적 대응을 포함한 출판계 공동 대응에 나섰다.
최근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대응 태도 논란이 유통·노동·외교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출판 유통 현장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23일 서울 사간동 출협 대강당에서 '쿠팡 공정 거래 촉구 출판사 간담회'를 열고, 대형 유통 플랫폼과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출판계 피해 사례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출협 내 '불공정거래신고센터'에 최근 접수된 제보를 토대로 마련됐다.
출협에 따르면 다수의 출판사가 쿠팡으로부터 공급률 인하 요구, 성장장려금 및 광고비 증액 압박, 부당한 경영 간섭 등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기존보다 불리한 조건을 거절할 경우, 별다른 근거 없이 더 악화된 거래 조건을 제시하거나 계약 해지·변경을 암시하는 방식의 압박이 이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출판사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겪은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공유했다. 한 출판사는 쿠팡이 높은 판매 점유율을 앞세워 과도한 성장장려금과 광고비를 요구했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쿠팡이 도서를 '미끼 상품'처럼 취급해 마진을 극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부담이 도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출판사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모욕적인 언사가 오갔으며, 이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접 등록 시스템 전환을 강요받으면서 행정 부담이 커졌고, 신간 등록이 지연돼 마케팅 적기를 놓치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출판업계와 서점업계에 따르면 국내 단행본 시장에서 쿠팡의 영향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기존 서점 플랫폼과 달리 인기 베스트셀러 중심의 단행본 직매입과 로켓배송 방식을 통해 매출을 늘리면서,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기존 온·오프라인 서점은 물론 소규모 동네서점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출협과 쿠팡이 2025년 9월 10일 '독서진흥 및 출판 생태계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출협 박용수 상무이사, 한상준 상무이사, 박봉서 상무이사, 윤철호 회장, 쿠팡 웨인 리 전무, 정상민 상무, 선상우 부장, 박충원 부장. 출협 제공
출판계의 불만도 누적되고 있다. 쿠팡의 거래 방식이 기존 출판계 관행과 다르다는 점이 주요 쟁점이다. 매출이 늘어날 경우 이른바 '성장장려금'을 요구하고, 납품원가인 공급률 인하를 압박하는 데다 정산 지연과 반품 문제까지 겹치면서 출판 다양성은 물론 산업 생태계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협은 이날 수렴된 사례를 바탕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갈 방침이다. 현재 접수된 피해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포함한 법률적 대응을 검토 중이며, 출판 유통 시장의 공정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추가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쿠팡의 불공정 행위는 출판 생태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입법적 보완, 출판계의 단호한 공동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새로운 공정 거래 관행을 구축한다는 관점에서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출판계에서는 쿠팡의 거래 관행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9월 출협과 상생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출판계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최근 쿠팡을 둘러싼 각종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출판 유통 현장 역시 플랫폼의 책임을 묻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