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신항. 부산항만공사 제공부산 경제의 기초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며 사실상 수도권 경제권에 종속된 '소비 거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주력 제조업은 활력을 잃고, 비대해진 서비스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지역 내 소득을 수도권으로 유출시키는 통로가 되고 있다.
22일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발표한 '지역산업연관표로 본 부산경제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부산이 전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2005년 이후 단 한 차례의 반등 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제2 도시'의 몰락…수도권 비중 50% 육박할 때 부산은 4%대
부산 경제의 규모를 나타내는 총산출액 비중은 2005년 5.1%에서 2020년 4.4%로 쪼그라들었다. 부가가치 비중 역시 같은 기간 5.6%에서 4.7%로 하락했다. 반면 서울·경기 등 수도권의 산출액 비중은 50%에 육박(49.9%)하며 대한민국 경제의 절반을 집어삼켰다.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는 동안 부산은 비수도권 중에서도 충북이나 제주와 달리 성장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모양새다.
산업 구조를 뜯어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부산은 서비스업 비중이 70%를 웃돌 정도로 서비스 중심 구조가 강화됐으나, 내실은 '외화내빈'이다. 부산의 서비스업 부가가치율은 전국 평균을 밑돈다. 특히 산출액 비중이 큰 도소매·상품중개, 부동산, 운송업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권(13~15위)에 머물러 있다.
지역 내 생산품이 주로 내부 소비에만 머물고 해외 수출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도 고착화됐다. 부산의 공산품 수출률은 전국 평균을 밑도는 것은 물론, 2015년 대비 하락 폭도 전국 평균보다 훨씬 컸다. 결국 생산해서 밖으로 팔아 돈을 벌어오기보다, 타 지역에서 물건을 들여와(이입) 소비하는 '수입형 소비 구조'가 강화된 셈이다.
수도권 적자 늪과 '실종된 미래' R&D 투자
교역 구조는 부산 경제의 종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부산은 타 지역과의 거래에서 이출보다 이입이 많은 만성적인 '교역수지 적자' 지역이다. 특히 수도권에 대한 적자 규모는 2015년보다 더욱 확대됐다. 수도권에서 고부가가치 재화와 서비스를 사 오느라 지역의 부가 통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미래를 위한 준비도 멈췄다. 부산의 투자 비중 중 건설투자는 전국 5위로 높은 편이지만,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는 최하위권(각각 13위, 11위)을 맴돌고 있다. 특히 R&D 투자 비중은 전국 평균이 20.2%일 때 부산은 9.4%에 불과했다. 2015년 대비 하락 폭 역시 전국에서 가장 가파르다.
보고서는 부산 경제의 위상 회복을 위해 제조업의 체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산출 비중이 가장 큰 운송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계·전기장비 등 수출 기여도가 높은 품목의 전후방 산업을 육성해 수출 한 단위당 파급효과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도생'이 아닌 울산·경남과의 동남권 산업 연계 강화가 필수적이다. 부산은 울산과 경남의 대형 조선소나 자동차 공장에 납품하는 배후지 역할을 하는 만큼, 광역교통망 등 인프라를 확충해 권역 내 생산요소 이동을 촉진해야 한다.
한은 관계자는 "수도권 집중 심화는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는 위험 요소"라며 "부산이 단순한 물류 거점을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 등 우호적인 투자 환경 조성과 산·학·연 협력을 통한 R&D 여건 개선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