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돌파하며 지난해 말 정부 개입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 베네수엘라와 이란 등 세계 지정학적 리스크, 일본 엔화 연동 심리, '서학개미'들의 폭발적 매수세 등으로 달러 수요가 늘고 있는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환율 상단이 1500원선까지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환율 안정을 위한 당국의 일관된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주간거래 종가 1470원대 돌파…지난해 말 전고점 근접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날보다 5.3원 오른 1473.7원으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로 올라서며 지난해 말 기록했던 전고점(1483.6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1483.6원으로 고점을 찍었던 환율은 당국의 시장 개입과 국민연금 환헤지에 사흘 만에 54원 가까이 급락해 1420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곧바로 반등해 1439.0원으로 연말을 마무리했고, 새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이어지며 하락분의 절반 이상을 되돌림했다.
최근 환율의 가파른 상승세는
한·미 금리 역전차 장기화와 유동성 공급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28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5%에 달한다.
미 경제지표 개선으로 금리인하 기대감이 약화한 영향도 크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실업률은 4.4%로, 전월(4.5%)보다 하락했다.
대외 돌발 변수도 달러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그란란드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에다 이란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달러 인덱스는 98선 초반에서 99선 초반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일본의 조기 총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재정 불안 우려로 달러당 엔화값은 올해 초 156엔 대에서 최근 158엔 대로 오르며 원화값 약세를 유발했다.
연합뉴스국내에선 서학개미들의 매수세가 거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9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총 19억 4200만달러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3억 5700만달러) 대비 약 43%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추세와 관련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해외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해외 주식 투자와 외화 금융상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며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등 사전적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일관된 정책 대응 중요"
연합뉴스환율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환율을 더 끌어올려 1500원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금리 역전과 유동성 증가에 국민연금, 퇴직연금 및 개인들의 해외투자로 일시적으로 1500원을 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와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달러 강세를 뒷받침하는 가운데, 국내 수급 역시 달러 수요 우위 구도가 지속되면서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에 당국의 개입 경계가 환율 상단을 막아 1400원 초중반으로 진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와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지만, 상반기까지는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유지되며 1400원 중반 수준에서 머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책연구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일관된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KIEP는 '최근 환율 추세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고환율은 달러 강세에 해외 투자 확대와 환율 상승 기대가 겹친 결과"라며 "원칙적으로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되 급격한 쏠림으로 시장 기능이 훼손될 경우에 한해 질서 있는 거래를 지원하는 범위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상시적 외환개입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규칙 기반의 운영과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