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관련자 8명이 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김 전 장관을 비롯한 군·경 수뇌부 7명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 사건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내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이 1심 변론을 마무리하는 9일 결심공판에서 한 목소리로 '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는 봉쇄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함께 재판 받는 8명의 피고인들은 각자 무죄를 위해 서로의 진술 신빙성을 공격했지만, 내란 혐의 성립에 핵심으로 꼽히는 '국회 봉쇄'와 관련해선 짜 맞춘 듯 입장이 같았다.
조지호 "포고령 위반 시 연금 깎여" 민망한 주장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국헌문란의 목적은 없었다고 일치된 입장을 밝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의 증거조사와 최종변론에만 7시간 이상이 소요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까지만 증거조사와 일부 최종변론 절차가 진행됐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조정기획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등 경찰 수뇌부 피고인들은 '국회 봉쇄' 논리를 깨기 위해 주력했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 경력 출동과 방첩사령부에 대한 체포조 지원 등 혐의를 받는다.
국회 봉쇄와 체포조 준비 정황은 내란죄 구성요건 중 '국헌문란 목적'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헌법은 비상계엄 상황에서도 국회의 권한이 정지되지 않도록 하고 있고 비상계엄을 해제할 견제 기능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고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체포하려 한 점을 두고 내란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상태를 불법적으로 유지해 장기 집권을 시도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이에 조 전 청장 측 변호인은 "국회는 봉쇄된 적도 없고, 봉쇄할 수 없는 경력이 배치됐다"며 "정확히 말하면 국회 봉쇄는 없었고 국회 출입문 통제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계엄 당일 국회에는 야간 기동대 6개 중대가 배치됐는데, 국회를 완전히 봉쇄하려면 최소 70개 중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도 탄핵심판에서부터 내란 형사재판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이다.
국회의원의 출입을 통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에 잠시 국회 출입을 풀기도 했던 조 전 청장은 포고령 1호에 따라 다시 국회를 통제했다. 조 전 청장 측은 "계엄법에 따르면 포고령 위반 시엔 피고인은 물론 소속 직원들까지 형사처벌 된다. 벌금형도 없어 징역형 집행유예라도 선고되면 곧바로 연금이 박탈되는 엄청난 불이익이 예상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포고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두고 처벌이나 연금 삭감 우려 등 경찰청의 최고 수장으로선 다소 민망한 주장까지 한 셈이다. 포고령에 따르면서도 동의할 수는 없는 불편한 상황에서 "출입문은 통제하되 개별적인 월담은 방치하는 고육지책을 택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조 전 청장은 당시 위헌·위법한 포고령에 따른 일로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되면서 공무원연금 등이 삭감됐다.
목 전 경비대장과 윤 전 조정관도 자신들이 한 행위가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목 전 경비대장 측은 "국회 봉쇄 자체는 폭동이라고 볼 수 없고, 봉쇄를 초과하는 행위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며 "사전에 모의한 사실이 없고 (통제 조치가) 국회를 보호하려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가장 오랜 시간 최종변론을 한 김용현 전 장관 측도 "봉쇄라는 대응은 아예 없었다. 경비와 질서유지, 수비, 차단 등이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당시 국회로 간 시민들의 사진이 담긴 기사를 실물화상기에 띄우며 "(군과 경찰이) 국회의원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불법 시위대, 월담 하면서 국회 안쪽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상대로 국회 경비업무를 보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당시 청년들은 전부 구속돼 실형이 선고됐는데, 12·3 당시 국회로 간 시민들 중엔 구속된 사람이 없다"고 궤변을 덧붙이기도 했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 연합뉴스"궁박한 상황에 거짓 진술" 서로 탓한 피고인들
다만 국헌문란이 될지 "몰랐다"거나 "국헌문란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던 이들은, 그러한 행위를 할 때 상하간의 지시·보고 여부에 대해선 '상대방 진술이 믿을 게 못된다'는 취지로 돌아섰다. 각자 책임 회피를 위해 윗선은 '보고 받거나 지시한 적 없다'고, 하급자는 '지시 받았다'고 떠넘긴 셈이다.
조 전 청장 측은 윤 전 조정관으로부터 방첩사의 정치인 체포조 지원 요청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지만, 지원하라는 지시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윤 전 조정관은 "(실무자로부터) '이재명 한동훈 체포조'라는 보고는 전혀 받은 바 없다. 그러한 보고를 조 전 청장에게도 한 적 없다"는 입장인데, 이같은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신이 윤 전 대통령의 관련 지시도 묵살한 상황에서 윤 전 조정관의 보고를 받고 체포조 지원을 승인했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윤 전 조정관 측은 "조 전 청장이 자신의 궁박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고 작출해낸 결과로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윤 전 조정관 측은 "조 전 청장은 '삼청동 안가' 관련해선 진술을 정확히 하지 않고 국회 통제와 관련해서도 안가에서 나온 후 김 전 청장과의 통화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며 "그에 반해 자신이 국회 출입을 허용했다고 하는 통화는 명확히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 청장이 자신에게 불리한 대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하고, 유리한 대목은 상세히 진술해 믿을 수 없다는 취지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필리버스터급 변론에 尹 구형 결국 13일로 순연
한편 재판부는 전날 공판절차를 마무리하려 했지만 오전 재판 첫 순서로 진행된 김 전 장관 측 변론이 길어지며 결국 한 기일을 더 추가하게 됐다.
결국 밤 9시가 넘어 윤 전 대통령 측이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윤 전 대통령 변론을 비몽사몽 상태에서 하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재판부는 추가 기일을 지정하는 데 동의했다. 윤 전 대통령을 제외한 피고인 7명에 대한 증거조사와 일부 최종변론만 마무리한 채 전날 재판은 자정을 10분 넘긴 시각에 마무리했다.
오는 13일 재판은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한다. 윤 전 대통령 측 증거조사와 최종변론을 마친 후 특검이 구형의견을 밝히고, 이어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이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