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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계획 없는 용인 반도체 '폭망' 경고등…전기 없이 공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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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감당 불가 '비상'…송전망 건설 지연
동해안 전력, 하남변전소 완공 연기
호남·충청 송전선도 주민 반발…전국적 반대
"돈으로 때우나"…정부 보상책에 시선 싸늘
"보상금 송전선로 건설 도움 안돼" 지적
'햇빛연금' 포장된 희생 강요…제2 밀양 사태?
전문가 "용인과 지역의 공존만이 살길"
"후공정 지역으로…송전망보다 국가적 이익"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국토부 제공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국토부 제공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짊어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구체적인 에너지 공급 대책 없이 첫 삽을 뜨면서 사상 초유의 딜레마에 빠졌다.
 
수도권으로 전기를 끌어올 고압 송전선로 건설은 전국적인 주민 반발에 부딪혔고, 전력 자립도가 바닥인 경기·서울 지역에서 기업 자체 생산만으로는 16GW에 달하는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미 수조 원이 투입된 부지 조성과 토지 보상이 진행돼 사업을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결국 '밀양 송전탑 사태'처럼 또다시 지역민들의 일방적인 양보와 희생을 강요하며 '연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금전적 보상책을 내밀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위치도. 경기 용인시 제공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위치도. 경기 용인시 제공 

공장은 속도전, 전기는 거북이…'미스매치' 재앙 현실화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단일 단지 기준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22조 원을 쏟아붓는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필요한 총 전력은 최대 16GW에 달한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원자력 발전소 16기를 1년 내내 돌려야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양이며, 2024년 기준 대한민국 전체 최대 전력 수요의 16%에 해당한다.(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 리스크 진단)

서울과 경기의 전력 자급률이 바닥인 상황에서 지역 의존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지역의 에너지를 전달할 전력망(송전선로) 확충 속도가 반도체 공장 건설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안호영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미스매치'를 경고했다.
 
안 위원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막대한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10년 이내 전기 공급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용인까지 10개의 송전선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송전선로 하나 건설하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계획. 국회입법조사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 리스크 진단 보고서. 보고서 캡처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계획. 국회입법조사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 리스크 진단 보고서. 보고서 캡처

동·서해안 송전망 '동맥경화'…수도권 전력 자립은 '언감생심'

SK 반도체 산단 전력 공급의 핵심인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건설 사업도 공장 작동 시기를 맞추기 어렵다. 동쪽에서 넘어온 전기가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관문인 하남시 동서울 변전소가 지자체의 불허 처분과 행정심판을 오가며 지연됐기 때문이다. 개통 목표가 2019년에서 2026년 이후로 밀리며, 2027년 초기 전력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삼선 반도체 산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호남과 충청의 전력을 끌어오는 '서해안 해저 고속도로'(HVDC) 계획 역시 예비타당성 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어, 2030년부터 가동될 삼성공장의 전력난을 해소하기엔 시기상조다.
 
또 정부는 앞선 HVDC외에 345kV 송전선로를 건설해 육상으로 호남과 충청의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고자 한다. 이 또한 광주, 전남, 전북, 충남, 경기 지역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클러스터 내부에 LNG 열병합 발전소를 짓는 임시방편마저 환경단체의 소송과 '탄소중립 역행' 논란에 휘말려 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소형모듈원전(SMR)의 단지 내 건설은 현행법상 이격 거리 규제 등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SMR은 또 주민 동의와 RE100 달성에 어려움이 있다.
 
안호영 위원장은 "SMR이 상용화되기까지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안다"며 "(만약 상용화되더라도) 용인 수도권에 갖다 놓는다고 하면 경기도민들이 송전선로 반대하는 것 이상으로 더 세게 반발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초고압직류송전(HVDC) 개요. 그래픽=연합뉴스초고압직류송전(HVDC) 개요. 그래픽=연합뉴스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관련 주요 전력망 건설사업 지도. 독자 제공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관련 주요 전력망 건설사업 지도. 독자 제공

"결국 돈으로 막나"…에너지 연금'의 불편한 진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국회는 '국가기간전력망법'을 통과시키며 입지 선정과 인허가 절차를 강제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 이 법은 토지 조기 합의 시 보상금을 최대 75%까지 가산 지급하고 송전선로 주변 주택의 매수 청구권을 확대했다.
 
하지만 보상금의 확대가 주민들의 반발심까지 잠재울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장에서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시민사회 단체는 보상금이 지역사회의 갈등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의 이정현 공동집행위원장은 "돈이 속도를 낼 수는 있겠으나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돈을 뿌리고 배분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갈등이 더 커질 수가 있다"며 "합의를 못 끌어내 결국 송전선로 사업이 더욱더 늦어질 수 있다"고 금전적 보상이 근본 해결책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에너지 연금' 모델이다.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지역 주민들에게 매달 현금을 지급해 반대 여론을 무마하겠다는 것이다. 신안군의 '햇빛연금' 사례를 들며 송전선로 경과지 주민들에게 '인프라 임대 수익' 개념의 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생존권을 돈 몇 푼과 맞바꿀 수 없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근본적인 에너지 분산 대책 없이 수도권 공장 가동을 위해 지역의 희생을 돈으로 사겠다는 '제2의 밀양식 해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2018년 3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한전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관계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한형 기자지난 2018년 3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한전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관계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한형 기자

"전기 있는 곳으로 공장이 가야"…'분산'이 살길

전문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일부를 지역으로 이전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한다.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오창환 명예교수는 용인과 지역의 '공존'을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했다. 오 교수는 "초정밀 전공정은 수도권에 두더라도, 상대적으로 입지 제약이 덜한 후공정(패키징)은 새만금 등 지역으로 과감히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후공정 물량 등 유치 가능한 부분부터 이전해 둥지를 틀게 한다면 지역과 연계된 제2, 제3의 반도체 확장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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