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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장' 공언한 정부…계산서 보니 반도체에 진 '성장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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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大도약 원년

정부, 경제성장전략서 올해 성장률 2% 제시
결국 '슈퍼사이클' 반도체 성장 의존할 수밖에
산업 구조적 취약해…"반도체 편중 성장해 한계"
방산·바이오·K문화 '신성장 엔진' 삼겠다 발표

[2026년 경제성장전략]

반도체 실험실. 연합뉴스반도체 실험실.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공공지출 확대와 내수 개선 등 거시 정책을 앞세워 경제성장률 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지난해 1% 안팎의 성장에서 대폭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2% 목표의 근거를 뜯어보면, 결국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에 접어든 반도체 수출에 기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경제 성장이 경기 민감도가 큰 반도체 산업에 의존할 경우 구조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올해 성장률 2% 제시했지만…결국은 반도체 수출 의존 구조

정부는 9일 '2026년 경제성장전략'(옛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 안팎에서 대폭 끌어올린 2%로 전망했다. 경기 활성화와 물가 안정, 리스크 관리를 통해 거시 경제를 적극 관리하는 동시에 국가전략산업을 육성해 잠재성장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재정경제부 이형일 1차관은 5일 경제성장전략 사전 브리핑에서 "총지출을 8.1% 확대하고 공공기관 투자와 정책금융을 20조 원 늘리는 등 적극적인 거시 정책을 통해 2% 성장을 달성하겠다"며 "반도체 세계 2강, 방산 4대 강국 도약을 뒷받침하고 바이오를 신성장 엔진으로 키우겠다"고 성장 동력을 설명했다.

다양한 수단이 제시됐지만, 결국 올해도 성장의 상당 부분은 반도체가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슈퍼사이클에 접어든 반도체가 지난해 대한민국 수출을 이끌었고, 이런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반도체는 전체 수출액의 24.4%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기여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은 전달 대비 43.2% 증가하며 본격적인 상승 흐름에 접어든 상태다.

정부는 성장률 산정에서 반도체 업황 개선을 핵심 변수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김재훈 경제정책국장은 7일 언론사 부장 사전 간담회에서 '구조적 제약이 큰 상황에서 성장률 2%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2% 성장률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과 건설 투자가 마이너스 폭을 줄이면서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 투자가 그동안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지만, 올해는 그 영향이 완화될 것으로 본 것이다.

건설 투자의 일부 회복 역시 반도체 산업 성장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반적인 주택 건설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대규모 반도체 설비 증설로 상당한 건설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도체 생산 클러스터인 경기도 평택에는 삼성전자가 P5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 용인 일대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도합 1천조원 가까이 투자하는 메가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다.

반도체 의존으로 '구조적 취약'…"양날의 칼, 의존도 높아"

연합뉴스연합뉴스
문제는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수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반도체(24.4%)를 제외하면, 나머지 품목에서는 순(純)수출이 감소했다. 특히 15대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9개 품목의 실적이 떨어지면 전반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반도체 수출 호황이 곧바로 내수 회복이나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산업 구조적으로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김 정책국장도 사전 브리핑에서 "그동안 반도체가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지만 반도체로 편중된 성장을 하다 보니 어떤 한계도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만약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은 반도체 호황이 꺾일 경우,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수출·경상수지 상황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AI 혁명은 메가트렌드로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지만, 닷컴 버블과 같은 급격한 조정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반도체 호황은 우리 경제의 '양날의 칼'로,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파장이 예전보다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지나치게 치중돼 있다는 점도 성장의 한계로 꼽힌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서는 굳건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팹리스(설계 전문기업) 시장 점유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엔비디아와 같은 팹리스 기업의 중요성은 AI 시대에 들어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대만의 TSMC가 압도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제성장전략이 내세운 '세계 반도체 2강' 도약을 위해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는 한편, 국내 팹리스 경쟁력 강화와 함께 파운드리 생태계 전반을 키우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방산·바이오·K문화 '신성장 엔진' 육성…"단기간 성과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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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방산·바이오·K문화를 '신성장 엔진'으로 집중 육성해 반도체 의존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방산 4대 강국'을 목표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등과의 협력 채널을 확대하고 유럽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방산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을 돕고 군 수요와 연계한 연구개발(R&D)도 강화한다. 또 방산과 원전 등 국가 간 수주 경쟁을 지원하기 위해 '전략수출금융기금'을 신설한다. 기금 재원은 정부 출연·보증과 정책금융기관 출연, 수혜 기업 기여금, 정부납부기술료 등으로 조성한다.

바이오 분야의 경우 국무총리 소속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를 출범해 정책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 신약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의료 제품 인허가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임상시험과 자료 제출 절차를 간소화한다.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위해 '바이오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유망 분야 첨단 의료기기 개발은 전주기에 걸쳐 지원한다.

아울러 K문화를 핵심 성장 산업으로 육성한다. 게임 산업은 제작 생태계 확장과 수출·현지화를 지원하고, 푸드 산업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 유망 시장 진출을 돕는 한편 R&D 투자 등을 통해 푸드테크 산업을 키운다. 의료·웰니스·메이크업 등 K뷰티 서비스 수출 활성화도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이런 '신성장 엔진'이 단기간에 반도체 의존도를 분산시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통화에서 "주요 콘텐츠가 필요한 산업의 경우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는 구조"라며 "결국 조선과 자동차 등 우리가 잘하는 제조업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장기 투자와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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